‘더 글로리’ 이어 ‘정년이’ 악역···주인공과 대립하는 반동인물 잘 표현
“나 자신을 믿고 ‘나는 사랑스럽다. 잘할 수 있다’며 세뇌시키고 연기”
배우 신예은(26)은 얼마 전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정년이>의 최대 수혜자나 다름없다. <정년이>는 드라마 최초로 여성 국극을 다뤄 의미 있지만, 그만큼 호불호도 갈렸다. 윤정년(김태리 분)은 민폐 캐릭터 논란이 일었는데, 오히려 악역인 허영서(신예은 분)는 응원과 지지를 받았다. 신예은 역시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허영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겠구나’ 싶었다”고 예상했다.
2022년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학교폭력 가해자 박연진(임지연 분)의 어린 시절 역할을 맡아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는데, 이번에도 주인공과 대립하는 반동인물로 제 몫을 해냈다.
“영서는 많은 분들이 한 번쯤 겪어볼 만한 감정을 보여준다. 만인에게 인정 받고, 잘해서 1등 하고 싶은 마음을 가졌다. ‘영서는 마음이 단단한 아이다. 상대방의 실패를 보고 올라가는 게 아니라, 같이 즐기고 성장하는 것 자체가 배울 점이다’라는 댓글을 보고 공감이 갔다. 누군가의 실패, 좌절에 안도하면서 나를 올리기도 하는데, 영서는 그렇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은 것 아닐까. <더 글로리> 때와 달리 엄마, 아빠 세대도 알아봐줘서 감사하다.”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 소리 하나만큼은 타고난 소녀 정년의 여성 국극단 입성과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다.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김태리(34)와 선의의 경쟁을 하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신예은은 “태리 언니한테 그런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며 웃었다.
“김태리 언니는 당연히 잘하는 사람이었다. ‘따라잡을 순 없지만, 따라가자. 밀리거나 뒤처지지 말고, 언니 옆에 붙어 있자. 그 정도로 열심히 하자’는 각오로 연기를 했다. 당연히 나는 언니보다 부족한데, 영서는 정년이를 이겨야 했다. ‘아사달’ 마지막 오디션에서 정년이한테 ‘네가 이겼다’고 할 때 너무 슬펐다. ‘언니와 나의 대결이 이제 끝나는구나’ 싶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많이 애틋해졌고 큰 힘이 됐다.”
“난 2인자일 때가 많았다. 질투도 했지만 영서처럼 좌절하진 않았다. 그땐 몰랐다. 단순했다. 승부의 세계에서 경쟁하며 즐겼다고 할까. 내가 여기 왔으니까 이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우리만의 리그’라면서 누리고 싶었다. 환상 속에 산 것 같아서 다행이다. 연기를 잘하고 싶어서 승부욕이 생겼다. 이전엔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고 했는데, 영서를 만나고 나의 장점과 재능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나 자신을 믿고 ‘난 사랑스럽다. 할 수 있다’며 세뇌시키고 있다(웃음).”
1년 동안 판소리 연습을 하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지 않았을까.
“소리를 배우는 건 재미있었다. 그런데 고음이 잘 안 났다. 연습하면 할수록 목만 나갔다. 병원에서 ‘당분간 연습하지 마세요’라고 하는데, 그럴 수 없었다. 목소리가 안 나와서 리딩도 못하고, ‘연기 연습도 하지 말아야 하나’라는 혼란이 왔다. 남들보다 목이 많이 약해서 지쳤지만, 점점 튼튼해졌다.”
국극 무대를 길게 보여줬는데, 신예은은 “다섯 작품을 동시에 한 기분이었다”고 짚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로는 ‘바보와 공주’를 꼽았다. “<정년이>에서 선보인 국극 중 유일하게 밝은 캐릭터”라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봤고, 인물 자체도 귀여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춘향뎐’이 첫 작품이라서 제일 어려웠다. 선생님이 ‘나만의 것을 찾으라’고 했지만, 뭔지 모르겠더라. 걸음마를 떼듯이 했다. 사람들이 ‘어디 말이냐’고 해서 따로 레슨을 받고 나머지 공부도 했다”고 회상했다.
“처음엔 막막했다. 완벽한 소리꾼, 무용수가 될 순 없지만 ‘다 끝났을 때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자’는 마음으로 도전했다. 레슨 1~2시간 받고, 개인적으로 연습했다. 소리가 안 나와서 ‘고음에 접근할 때까지 집에 안 가겠다’는 각오로 하루 9시간 연습했다. 그래서 득음했냐고? 득음은 못한다(웃음). 긴장을 많이 해서 심장이 빨리 뛰었다. 노래할 때 너무 긴장해서 ‘어떡하지?’ 싶었다. 회사에 가서 직원들 일하는데, ‘소리 한 구절 부르겠습니다’ 하고 ‘사랑가’를 부른 적도 있다.”
국극 분장을 하는 데만 1시간30분~2시간 정도 걸렸고 남장 연기도 쉽지 않았다.
“목소리를 억지로 긁어서 내어 ‘이상하다’고 하더라. 계속 긁어서 목이 상하니 저음이 잘 나더라. 여성은 부르면 어깨부터 움직이는데, 남성은 고개부터 돈다고 하더라. 이런 작은 디테일도 신경 썼다. 난 어깨가 좁아서 남자태가 안 났는데, 일부러 큰 옷을 입고 자신감을 가졌다. 겨드랑이에 계란을 하나 끼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걸었다.”
신예은은 2018년 웹드라마 <에이틴>으로 데뷔, 매 작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차기작도 확정한 상태다. JTBC <백번의 추억>과 디즈니 플러스 <탁류>로 인사할 예정이다. <정년이>는 ‘나만의 것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줬는데, “아직 신예은만의 연기가 뭔지는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정년이>로 얻은 것? 영서가 얻은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영서가 국극을 얻었다면, 난 연기를 더 사랑하게 됐다. 오랜 시간 연습하고 소통하면서 동료애가 생겼고 작품에 임하는 마음, 대본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예전엔 이성적이었다면, 요즘은 감성적으로 바뀌었다. 영서처럼 자신을 더 챙기고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 매번 즐길 수는 없어도, 가끔씩 즐겨도 볼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기사제휴:주간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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