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글빙글빙글…
붉고 푸른 조명등이 돌아간다
좌충우돌
악보 놓친 음표들이 날아다닌다
위도 아래도
앞도 뒤도 없다
오직 자유롭고 싶은 영혼들의
몸부림이 있을 뿐
검은 가면의 그와
하얀 가면의 그녀가
서로의 외로움에 기대어
흐느적거린다
쉿 –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그대여
굳이 너희의 슬픔을 들킬 필요는 없다
가면이 너희 눈물을 숨겨줄 게다
세상에서 달아나려고
무척 애써 보겠지만
현실은 언제나
네 가면의 두께 밖에 있느니
빛에 기대어라
음악에 기대어라
지금 이 순간의 여기에 기대어라
어제는 이미 영원히 지나갔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니라
어느 날
너희 인생에도 겨울이 올것이다
ᅳ그래, 먼듯 가까운
그날은 드디어 오고야 만다
그리하여 조명등도 음악도
멈추는 날이 오리라
마침내 그 날이 오면
너희 외로운 두 영혼 사이에
놓인 다리 위로 오가던
무언의 대화들
가슴 속 깊은 곳에
아프게 문신하고서
따뜻한 다독임도
함께 나눈 기쁨과 슬픔도
설렘의 순간들도
언어 이상의 의미였던 언어들도
모두 뒤로 하고
너희는 각자의 길을 가리라.
그때까지는, 그대여
빙글빙글빙글 …
붉고 푸른 조명등 불빛에 빠져서
휩쓸려 함께 돌아가라
웃고 울어라
서로에 기대어라
함께
너희의 가면 뒤에 숨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