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서 특별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끊임없는 배움과 도전을 통해 자신만의 전문성을 쌓아나가는 사람, 단순히 한가지 일에 머무르지 않고 더 넓은 가능성을 향해 새로운 일을 개척해나가는 사람. 아주 오래 전, 문인 협회에서 전해온 번역시를 통해 처음 알게 된 로터스 정 리얼터를 만났다. 그녀의 시어만큼이나 차분하고도 화사한 어조로 풀어낸 지나온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Q. 다방면으로 활동을 하고 계신데, 간략한 소개를 부탁 드릴게요.
Real Estate Specialist이자 파이낸스 컨설턴트, 재무 종합 설계사로 일하고 있는 로터스 정입니다. 최근 K-teacher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취득했고 한국에서 인증받은 라이프 코칭 , 비즈니스 코치 자격 그리고 KAC 티칭 프로 골퍼 자격증을 갖고 있습니다.
Q. 이민 오신 계기와 직업을 선택하게 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중학교 교사를 하던 중 새로운 환경에서 학업에 도전하고픈 마음에 이민을 결심해 1997년 밴쿠버에 오게 되었어요. UBC Law School에 다니던 중 임신과 출산을 하게 되었고, Legal Assistant 과정으로 전향해 학업을 마친 후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부동산 관련 수수료가 높다는 것을 깨달았고, 필요할 경우 비용도 절약하고 주변인들을 돕는 것도 좋겠다는 취지로 Realtor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직업이 되었고 2003년 부동산 붐이 일면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되었어요.
Q. 리얼터로 활동하시며 여러 분야에 도전하셨어요. 그만큼 특별한 에너지를 갖고 계신 것 같아요.
제 자신을 잘 알기에, 나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하나씩 하나씩 노력해 이루어 나가다 보니 여러가지 분야에 도전했던 것 같아요. 건강이 좋지 않았던 어린 시절부터 약한 체력 대신 정신력에 많이 의지 했어요. 악바리 근성이 있었다 할까요. 집안 환경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대다수 가족 친지 분들이 경찰 계통 직업을 갖고 계셨기에 저 또한 태권도 등 체력 단련을 중요시하는 교육을 받고 자랐지요. 그렇게 운동을 열심히 해 하나씩 성취해 나가는 기쁨을 알게 되었고 공부에 집중해 인정 받는 것에도 기쁨을 느끼게 되었어요. 사실은 제 취미가 자격증 취득이랍니다. (웃음) 다음은 어떤 분야를 공략할까, 목표를 이루었을 때의 희열을 생각하면 정말 기쁘고 감사하죠. 제 마음 속에는 항상 도전하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내재되어 있는 것 같고, 아마 앞으로도 저는 그 끈을 놓지 않을 것입니다.
Q. 이 업계에서 일해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가치관이 있으신가요.
저는 지금까지 한인 커뮤니티의 도움으로 성장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받은 것들을 다시 돌려드린다는 의미로 단 한 사람에게라도 선한 영향력을 주고, 후세를 위해 준비하고 깨우치며 우리 커뮤니티를 도울 수 있는 존재가 되길 소망합니다. 캐나다에 살아도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사람이 땅을 넓히면 대한민국 지평이 넓어진다는 생각으로 리얼터 일에 진심을 다합니다. 소액 투자와 관리, 매각 등 부동산 단기 수익 창출 등에 슬기로운 대처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일부터 시작해, 열린 대학에서 시니어분들을 위한 영어 강의를 하는 일까지,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정말 큰 행복을 느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서로를 돕고 베풀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이 있으셨다면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인생을 살면서 내 앞에 닥친 어려움이 고통이라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그저 챌린지라 생각하고 도전하고 극복해 나갔지요. 쇠도 뜨거운 불에 달구어져야 하듯이, 그 도전을 통해 또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더 단단해지는 성장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거듭 성장해 왔어요.
저는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위기를 겪은 후 어떤 일에도 쉽게 좌절한 적이 없습니다. 어느덧 아주 오래 전 이야기가 됐네요. 1994년, 교사이면서 대사관 통역관으로 일했던 20대, 새처럼 훨훨 날아 꿈을 펼쳐가던 시기였어요. 그때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코마 상태에 빠졌고, 하반신 마비까지 겪는 중상을 입었어요. 간신히 뇌만 살아있을 뿐 거동조차 못하는 몸으로 6개월 동안 금이 간 자궁뼈를 회복시키기 위해 누워있었죠. 마치 날아다니던 새가 시궁창에 추락한 것 처럼 내던져진 채 간절히 소망했어요. 내가 다시 신발을 신고 걸을 수만 있기를. 가족과 주변 사람들 앞에서는 씩씩하게 웃어보였지만 혼자 남겨진 밤 오열하며 자살 결심까지 한 적도 있답니다. 그러나 죽기 살기로 물리치료, 재활치료에 매달렸고, 그 결과 기적적으로 눌렸던 신경이 살아나면서 점차 회복되기 시작했어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며 새롭게 인생을 이끌어갈 방향을 잡기 위해 연세대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도피처로 삼았던 공부가 오히려 휴식이 되었고 행복을 주었지요. 그날 이후의 제 삶은, 매일매일이 선물이었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채워져 갔습니다.
Q. 삶에서 가장 보람있었던 순간들은 언제였나요.
20대에 겪은 교통사고로 인한 중상에도 불구하고, 이민 후 아들을 무사히 출산했던 순간 감격스러웠어요. 불가능해 보였던 일이 이루어졌으니까요. 이제 훌륭하게 장성한 아들을 보면 정말 감사하고, 모든 순간이 축복으로 느껴집니다. 또한 리얼터로 일을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순간들은, 상황이 여의치 않거나 어려움에 처한 고객에게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투자를 도와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모든 일에는 결정의 타이밍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서로 잘 협력해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도움을 드렸을 때 뿌듯한 감사와 보람을 느낍니다.
Q. 앞으로 더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지금 작은 실천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크게 꿈꾸는 것이 있어요. 한국에서 온 청년층에게 도움을 주고 또한 유학생 가족이나 새 이민자 분들에게 이 곳에서 터를 마련하기 위해 도움이 되는 루트를 마련해 주고 싶습니다. 이민 생활 정착을 위한 문을 열어주기 위해 커뮤니티 라이프 러닝센터를 마련하는 것이 꿈입니다. 또한 그들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능력을 일깨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한편 여건이 된다면 시니어 분들을 위한 비영리 시니어 홈을 건립하는 게 꿈이기도 합니다. 어르신들에게 신체적 휴식과 정신적 치유를 위한 쉼터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이자 소망입니다.
Q. 여성자신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릴게요.
마음 속에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면, 본인에게 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바로 목표를 향한 결심을 실행에 옮기세요. 작은 것부터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을 가까이 두고 함께 성장해 나가십시오. 이 세상에서 내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건 나 자신밖에 없습니다. 95퍼센트가 마인드 셋, 나머지 5퍼센트는 전략입니다. 자, 당장 시작하십시오.
여성자신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