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국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 그녀의 수상 소감 역시 작품들의 행간에서 느껴지던 그 담백한 감동을 그대로 전해 주었습니다. “지금은 주목받고 싶지 않다. 나는 이 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은 조용히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다”
1970년 생인 그녀는 1993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시 4편을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대산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말라파르테문학상, 산클레멘테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등을 수상하고 2016년에는 ‘채식주의자’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2023년에는 ‘작별하지 않는다’로 메디치상 외국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2019년에는 노르웨이 ‘미래 도서관’ 프로젝트의 참여작가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한강 작가는 채식주의자(2007), 희랍어 시간(2011), 회복하는 인간(2013), 소년이 온다(2014), 흰(2016), 작별하지 않는다(2023) 등 수많은 자신의 대표작 중에서 가장 먼저 독자들에게 읽기를 권하는 책으로 ‘작별하지 않는다’를 꼽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작가들은 자신의 가장 최근 작품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최근작 ‘작별하지 않는다’부터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은 인간 행위(의 이유)와 직접적으로 연결됐다. 내게 매우 개인적인, 자전적인 작품인 ‘흰’ 역시 추천한다. 그리고 ‘채식주의자’가 있다. 그럼에도 나는 (최근작인) ‘작별하지 않는다’부터 시작하기를 바란다.”
작가는 또한 “이 소설이 몇 년 전 누군가 ‘다음에 무엇을 쓸 것이냐’고 물었을 때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바란다고 대답했던 것을 기억한다. 지금의 내 마음도 같다.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고 덧붙였습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 에 이어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을 세 여성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작품입니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 현대사의 엄청난 비극을 문학적으로 어떻게 풀어갔는지, 그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용서와 치유를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 이해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뻐근한 사랑이 살갗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311쪽)
눈은 거의 언제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 속력 때문일까, 아름다움 때문일까? 영원처럼 느린 속력으로 눈송이들이 허공에서 떨어질 때,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이 갑자기 뚜렷하게 구별된다. 어떤 사실들은 무섭도록 분명해진다.(44~45쪽)
여성자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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