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가 김영하가 『여행의 이유』 이후 6년만에 산문 『단 한 번의 삶』을 출간했다.
그는 장편소설로 『작별인사』 『살인자의 기억법』 『검은 꽃』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빛의 제국』 『아랑은 왜』 『너의 목소리가 들려』 『퀴즈쇼』, 소설집으로 『오직 두 사람』 『오빠가 돌아왔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호출』이 있고, 산문 『여행의 이유』 『오래 준비해온 대답』 『다다다』 등을 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하기도 했다.
『단 한 번의 삶』은 2024년 연재되었던 ‘영하의 날씨’를 묶은 산문집으로, 당시 유료 이메일 구독 서비스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열네 편의 이야기에 담긴 진솔한 가족사와 직접 경험한 인생의 순간을 공유하며 한번 뿐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내 앞에 놓인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이 책은 흔한 위로나 조언 대신 담담히 풀어낸 솔직한 경험과 고민을 통해 잠시 멈춰 서 사유의 시간을 갖도록 한다.
저자는 원래 ‘인생 사용법’이라는 호기로운 제목으로 원고를 쓰기 시작했으나 인생에 대해 자신있게 할 수 있는 말을 찾기 보다는 그저 내게 주어진 한번의 삶을 잘 완성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시작된 삶이라는 시간들, 에측 불가한 진짜 인생을 사유하고자 자신의 인생을 직접 꺼내어 보인다.
이야기는 어머니의 빈소에서 시작된다. 알츠하이머를 앓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전 숨겨온 비밀이 밝혀진다. 아버지에게 품었던 첫 기대와 실망도 돌이켜본다.마음 한편에 그저 쌓아두었던 기억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작가는 자신의 지난 삶을 긴 호흡으로 차근차근 톺아본다. 부모와의 관계, 유년기의 기억, 학창시절의 따뜻한 적대와 평범한 환대, 성인이 된 뒤 스스로 선택한 삶의 방식…… 김영하는 특유의 담백하고 직관적인 문체로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일상적 순간들을 공유하면서, 인생이 ‘일회용’이라는 사실이 주는 불안과 불확실성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인생의 반환점을 막 돈 1968년생 ‘인간 김영하’는 그럼으로써 ‘나는 왜 지금의 내가 되었나’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구해나간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독자의 삶으로 이어진다. 김영하가 자신의 기억을 정리하며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본 것처럼, 독자도 이 책을 읽으며 자신만의 ‘단 한 번의 삶’을 되새기게 된다. 그는 살아가면서 마주한 관계나 사회에서 요구하는 역할 속에서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차분히 회고한다.책 속 이야기는 독자가 자신의 삶을 투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단 한 번의 삶』 은 한 소설가의 회고담에 머무르지 않는다. 조언을 주거나 삶의 정답을 말해주는 대신 생이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들을 독자에게도 전한다. 나에게도 이런 순간이 있었을까. 나는 무엇을 놓쳤고, 무엇을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우리는 모두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된다. ‘나는 어떻게 나 자신이 되었는가?’ 그리고 ‘이 단 한 번뿐인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책장을 덮고 난 후, 자신만의 기록을 남겨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에게는 기억을 더듬고, 감정을 정리하며, 나 자신에게 솔직해질 시간이 필요하다.
자료=교보문고 주간 베스트
정리=여성자신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