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ugust 6, 2025
HomeStyle독일 소화기내과 전문의…이토록 위대한 장 이야기(3)

독일 소화기내과 전문의…이토록 위대한 장 이야기(3)

장은 내 몸의 건강 감시국

줄리아는 “100년을 살아낼 힘은 뇌가 아닌 ‘장’에 있다”고 단언한다. 장이 건강하면 병든 몸과 마음도 되살아난다는 것이다. 뇌도 심장도 아니고 왜 하필 장일까? 장은 뇌만큼 똑똑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줄리아는 쉽게 풀어서 “장은 몸에서 뇌 다음으로 신경 체계가 발달한 곳이며, 20여 종의 호르몬을 생산하고, 면역 체계의 80퍼센트를 관할하는 우리 몸의 건강 감시국”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장은 몸의 중앙 가장 번잡한 곳에서 뇌와 소통한다고 한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음식을 분석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호르몬을 호기심 있게 살피고, 피를 잡아두고, 면역 세포의 안부를 묻고, 장 박테리아의 숙덕거림을 의심스럽게 엿듣는다. 장은 몸에서 일어난 일들을 뇌에 들려주며 우리의 감정, 행동, 건강 상태를 좌지우지한다.

줄리아는 책에서 지금까지 음식을 소화하고 몸의 찌꺼기를 처리하는 기관으로 알고 있던 장이 얼마나 복잡하고 위대한 기관인지 재치 있고 참신한 비유를 곁들여 재미있게 설명한다. 입에서 장 끝까지 음식물이 소화·배설되는 과정을 추적해 가면서 장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뇌, 소화기관, 미생물의 기능까지 아우르는 지식을 전해준다.

그중 배변과 소화기관에 관한 설명을 간추려 소개한다.

“옆방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의대생이니까 물어보는데, 똥은 어떻게 나오는 거야?’ 처음부터 똥 얘기를 하는 것이 그다지 좋은 생각은 아닐 테지만 이 질문은 내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나는 방바닥에 앉아 두꺼운 의학 서적 세 권을 뒤졌다. 그리고 대답을 찾고는 깜짝 놀랐다. 아주 일상적인 ‘화장실 비즈니스’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기발하고 영리했기 때문이다.”

배변을 위해서는 놀라운 능력이 필요한데 음식물 찌꺼기를 가능한 한 깔끔하게 분리하고 위생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두 신경계가 긴밀하게 협력한다. 단언하건대 인간만큼 모범적이고 질서정연하게 이 일을 해내는 동물은 없다. 배변을 위해 우리의 몸은 각종 규칙과 요령들을 개발했다. 괄약근의 오묘한 메커니즘만 해도 그렇다. 대부분 사람은 ‘괄약근’ 하면 의식적으로 열고 닫을 수 있는 외괄약근을 떠올린다. 하지만 몇 센티미터 안쪽에는 비슷한 괄약근이 하나 더 있다. 내괄약근이라 불리는 이 비밀스러운 괄약근은 우리가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다.

두 괄약근은 각각 다른 신경계통에 소속되어 있다. 외괄약근은 의식의 지시를 따르는 충직한 일꾼이다. 뇌가 화장실에 갈 적당한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면 외괄약근은 의식의 지시대로 최선을 다해 항문을 꼭꼭 닫아둔다.

반면 내괄약근은 무의식의 자율 신경 계통을 위해 일한다. 내괄약근은 방귀를 뀌고 싶은지 아닌지에 관심이 없다. 관심을 두는 것은 오로지 단 하나 ‘속이 편안한가’이다. 방귀를 참으면 내괄약근은 온갖 불편함을 온몸에 전달한다. 반대로 내괄약근의 지시를 따르면 속을 편안하게 하려고 더 자주 방귀를 뀔 것이다.

소화기관 입구에서 일어나는 일

그동안 장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덕분에 사람들은 장에서 놀라운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다. 비단 장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양치질할 때마다 보는 소화기관 입구, 즉 입안에도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놀라운 사실이 숨겨져 있다.

첫 번째 비밀 장소는 혀로 찾을 수 있다. 네 개의 작은 구멍인데 두 개는 윗니의 좌우 어금니와 맞닿는 볼 안쪽에 하나 있다. 이 부분을 혀로 만져보면 작은 융기가 느껴진다. 언제 깨문 적이 있나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모두가 정확히 그 자리에 그런 융기를 가지고 있다. 나머지 두 개는 혀 밑에 있는 성소대 좌우에 하나씩 있다. 이 네 구멍에서 침이 나온다.

볼 안쪽 침구멍에서는 가령 음식 같은 어떤 원인이 있을 때 참이 나온다. 반면 성소대 좌우의 두 구멍에서는 항상 침이 나온다. 이 구멍 안으로 들어가 침을 거슬러 헤엄쳐 가면 침샘에 도달한다. 이곳에서 매일 약 0.7~1리터의 침이 만들어진다. 아래턱과 목이 만나는 부분을 만져보면 부드럽고 둥글게 솟아오른 곳이 느껴지는데 이것이 바로 침샘이다.

그런가 하면 장 내시경을 해도 주로 대장만 살피기 때문에 자신의 소장을 본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음 것이다. 목으로 삼키는 카메라의 도움으로 소장을 관찰한 사람은 대부분 깜짝 놀란다. 상상했던 어둠침침한 호스가 아닌 촉촉하게 윤이 나고 벨벳처럼 부드러워 보이는 분홍색 호스를 만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추측하는 것과 달리 대변은 대장의 끄트머리하고만 관련이 있다. 그 밖의 부분은 놀랍도록 깨끗하고 당연히 냄새도 없다. 소장은 우리가 삼킨 모든 음식물에 입맛을 다시며 성실하게 일한다.

언뜻 보면 소장은 다른 장기보다 뒤죽박죽 다치는 대로 일하는 것 같다. 심장에는 방이 네 개나 있고, 간은 간엽(좌엽과 우엽)으로 구분되며, 정맥에는 판막이, 뇌에는 담당 구역이 정해져 있다. 반면 소장은 구불구불 아무렇게나 놓여 모든 음식물이 지나간다. 소장의 진면목은 현미경으로 봐야 비로소 드러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장은 섬세한 일을 몸소 실천하는 존재임을 알게 한다.

 

위산 역류와 장 박테리아

줄리아는 또한 장 신경계의 문제로 발생하는 위산 역류, 구토, 변비 등 신체가 겪는 통증부터 불안, 우울, 스트레스 등 뇌와 정신적 질환까지 자세히 소개한다.

“위의 민무늬근은 다리의 가로무늬근처럼 잘 나가다 스텝이 꼬여 삐끗할 수 있다. 그런데 이때 위산이 엉뚱한 곳에 쏟아지면 큰일이다. 위산과 소화 효소가 식도까지 올라오면 속이 쓰리고 인후까지 올라오면 소위 말하는 신물이 넘어온다. 위산이 역류하는 원인은 근육을 조종하는 신경의 문제로 다리가 삐끗해 넘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길을 걷다가 움푹 파인 곳을 시신경이 못 보면 다리근육 신경이 잘못된 정보를 받고 평평한 길처럼 걷다가 넘어진다. 마찬가지로 소화 신경이 잘못된 정보를 받고 위산을 가둬두지 않아 거꾸로 흐르게 된다.”

식도에서 위로 가는 길은 아주 험해서 넘어지기 쉽다. 식도를 좁히고, 횡격막을 단단히 붙잡고, 일부러 빙 돌아 위와 연결하며 조심하는데도 종종 뭔가 잘못된다. 독일 사람의 약 25퍼센트가 속이 쓰리거나 신물이 올라오는 경험을 한다. 이 증상은 최근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수백 년 전과 비슷한 방식으로 생활하는 유목민도 비슷한 비율로 위산 역류와 속쓰림으로 고생한다.

문제의 핵심은 식도와 위에서 서로 다른 두 신경계, 뇌에서 나온 중추 신경계와 소화기관의 자율 신경계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중추 신경계는 식도와 위 사이에 있는 수축근을 조종하며 뇌는 위산 생산에 영향을 미친다. 자율 신경계는 식도가 규칙적인 파도타기를 하면서 음식물을 아래로 보내고, 하루 수천 번씩 침을 삼켜 식도를 깨끗하게 유지하도록 한다.

기본적으로 두 신경계의 작동을 정상화해야 속이 쓰리지 않고 신물이 넘어오지 않는다. 우선 껌을 씹거나 차를 마시면서 자율 신경계에 올바른 방향을 일깨워 준다. ‘후퇴하지 말고 전진!’ 그리고 휴식을 취함으로써 뇌가 여유를 가지고 중추 신경계에 명령을 내리게 한다. 그러면 수축근을 잘 닫아두어 신물이 덜 올라온다. 담배를 피우면 음식을 먹을 때 자극되는 뇌 부위가 자극된다. 그래서 담배를 피우면 기분은 편안해질지언정 빈속에 위산이 분비되고 식도의 수축근이 열린다. 위산 역류와 속쓰림에 담배가 한몫하는 셈이다.

“박테리아는 좋은 종과 덜 좋은 종이 있다. 모유를 먹으면 좋은 종을 많이 섭취하여 가령 글루텐 불내증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아기의 장에 최초로 정착한 박테리아들은 앞으로 정착할 후손 박테리아를 위해 장에서 산소와 전자를 없앤다. 장에 산소가 없어지면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일반적인 미생물들이 정착한다.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는 산모라면 아이를 건강하게 먹이는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영양소를 측정하여 아기에게 필요한 수치와 비교해 보면 모유만 한 게 없다. 모유는 영양소 점수로 특급 A를 줘도 모자랄 만큼 모든 걸 갖추고 있다. 게다가 모유는 아기에게 엄마의 면역체계 일부도 준다. 가령 애완동물이 핥아서 아기에게 나쁜 박테리아가 침입하면 모유에 들어 있는 항체가 방어한다.”

이유식 후 아기의 박테리아 세계는 첫 번째 혁명을 맞는다. 먹는 음식이 갑자기 변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자연은 첫 번째 식민지 개척자들을 영리하게 정비해놨다. 모유를 만들 때 쌀 같이 단순 탄수화물이 속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반면 아기에게 콩 같은 복합적인 식물성 음식을 먹이면 아기의 장 미생물 혼자서는 이것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래서 소화를 도울 새로운 종을 데려온다. 아기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어떤 종의 박테리아가 추가되고 포기될지 정해진다.

박테리아는 필요에 따라 음식을 쪼갤 도구(효소나 유전자)를 생산할 뿐 아니라 빌려오기도 한다. 일본인의 장 박테리아는 해양 미생물에게서 미역을 분해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빌려 초밥을 감싸고 있는 김을 분해한다. 이처럼 장내 미생물군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는 우리가 먹는 음식을 분해하는 데 필요한 도구가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는 중요한 박테리아를 후대에 계속 전달할 수 있다. 유럽 사람 중 ‘원하는 대로 마음껏 드세요’라고 홍보하는 초밥 뷔페를 다녀온 뒤 변비를 앓은 사람은 친척 중 누군가에게 초밥 김을 처리할 박테리아가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장에 혹은 후대의 장에 초밥 김 소화 도우미가 살게 하는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박테리아도 기꺼이 정착하여 일하고 싶을 만큼 그 장이 마음에 들어야 가능하다.

장과 감정

아울러 저자는 장 미생물과 박테리아가 우리의 감정, 기억, 행동, 면역, 체중 등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도 들려주며 “우울증과 불안장애, 행복은 뇌가 아니라 장에서 온다”고 말한다. 100년 동안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행복하게 살려면 장을 돌봐야 한다는 뜻이다.

“우울증에 걸린 쥐가 특정 박테리아를 얻으면 기분이 밝아진다거나 다른 쥐의 장 박테리아를 이식받으면 성격이 달라진다고 한다. 그리하여 사이코바이오틱스(psychobiotics)라는 개념이 탄생했다.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미생물. 때에 따라서는 우울증 같은 정신 질환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까지 사이코바이오틱스가 인간에게도 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바야흐로 인간에 관한 신뢰할 만한 연구결과가 스무 개나 발표되었다. 실험된 박테리아 칵테일 중에서 세 개는 아무런 효과를 내지 않았지만 나머지 모두는(이것이 대단한 뉴스다) 인간의 정신에 영향을 미쳤다.”

연구 결과는 전체적으로 매우 현실적이다. 이를테면 박테리아는 즉각적으로 우리의 기분을 바꾸지 않는다. 대개 3주에서 4주가 지나야 비로소 서서히 제한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와 관련해서도 관점의 변화가 생겼고 이제는 장이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것이 인정되고 있다.

 

 

 

 

POPULAR ARTICLES
spot_img

Latest News

Most Read

“긍정적인 마음으로 건강하게, 꿈을 향해 나아가시길” MK Pilates 이민경 대표

한국에서 쌓은 커리어를 이민 후 잘 성장시켜 엄연한 사업가로서 터를 다지고, 이제 더 가치있는 일을 위해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는 여성 사업가가 있다. 바로...

Realtor Jeannie Yang

"신뢰받는 에이전트로, 고객과 함께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4월의 표지를 장식할 커버스토리는 전문 분야에서의 탄탄한 능력 뿐 아니라 화사한 미모에 야무진 언변까지 갖춘 리얼터 Jeannie Yang과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