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October 2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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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넘어서: K-Herbal의 조용한 약진

컬럼니스트 : 피트니스한의원 대표원장 박호연

넷플릭스 드라마 캐더헌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한국 음식, 전통 의상, 관광지에 이어 이제는 한국의 전통의학, 특히 한약에 대한 관심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드라마 속 일부 장면은 한의학을 희화화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로 인해 한의학에 대한 외국인의 호기심이 커졌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한의원 방문자가 늘고 있다는 보도는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한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내가 먹는 약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불안도 따라온다. 사실 이 문제는 해외 환자들만의 고민이 아니었다. 한국 내에서도 2000년대 초까지는 “처방은 한의사가 하지만, 조제는 어디서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존재했다.

 

‘원외탕전’이라는 신뢰의 시스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원외탕전시설’이다. 한의사가 직접 조제하지 않더라도, 의약분업처럼 처방과 조제를 분리하고 조제 과정을 국가가 규제하고 인증하는 시스템이다. 2008년 이후 본격적으로 제도화되었고, 2018년에는 「한약조제용 한약재의 관리에 관한 규정」이, 2022년에는 「원외탕전 인증기준 고시」가 개정되며 제도가 고도화되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내 인증된 원외탕전시설에서는 모든 한약재에 대해 GMP(의약품제조관리기준)수준의 관리가 이루어진다. 약재의 무게를 0.01g 단위까지 정밀 측정하고, 한약재 입고부터 폐기까지 모든 과정이 기록되고 추적 가능하다. 식품용 한약재와 의약용 한약재는 구분되어 관리되며, 유효성분 검사 결과를 토대로 품질이 보증된다.

한국 내에는 약 1,000개 이상의 인증 원외탕전시설이 있으며, 최근에는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전자처방전 연동, 이중조제 방지, 조제기록 의무화등의 규제가 더욱 강화되었다. 이러한 시스템은 중국, 일본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체계적이며, WHO가 제시한 ‘전통의학의 현대화’ 기준을 가장 충실히 반영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정재와 함께한 새로운 실험, ‘수’ 프로젝트

이러한 신뢰 기반 위에 최근 주목할 만한 실험이 하나 더 시작됐다. 바로 수천 개 한의원이 공동으로 한약을 제조·브랜딩하는 ‘수’프로젝트다. 이들은 공진단, 경옥고등 인기 있는 전통 보약을 공동구매한 고품질 약재로 첨가물 없이 제조해, 개별 한의원에서 처방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배우 이정재를 모델로 한 마케팅이다.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은 배우를 내세운 이 캠페인은, 한약이 단지 ‘한국 안에서만 통하는 약’이 아니라, 세계 소비자와 만날 준비가 되었다는 선언과도 같다.

 

캐나다에서 마주한 또 다른 현실

필자는 캐나다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며, 이 같은 제도적 기반의 부재를 실감하고 있다. 일부 한약은 집이나 창고, 건어물 매장에서 다려지기도 한다. 환자들이 “이 약은 어디서 조제됐나요?”, “무슨 약재가 들어갔죠?”라고 묻는 건 이제 일상이 되었다.

물론, 잘 만든 한약도 있고, 직접 정성스럽게 다린 약이 효과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생약의 특성상 매년 품질이 다르고, 조제 환경 역시 일정하게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에, 한약의 신뢰성과 표준화 문제는 언제나 의료진의 숙제다.

이에 필자는 최근 랭리(Langley)에 한국식 원외탕전시설을 구축했다. 현지보다는 미국내 여러 한의원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약 30여 곳의 미국 한의원과 계약을 맺고 공진단·경옥고를 수출하고 있다. 한국산 약재를 캐나다의 깨끗한 물로 조제하고, 한국의 원외탕전 지침을 그대로 적용한 이 시스템은, 현지 한의사뿐 아니라 환자에게도 깊은 신뢰를 얻고 있다.

 

한류는 콘텐츠를 넘어, 건강의 영역으로

한의학은 본디 전통의학이지만, 지금 한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현대화된 전통의학’, 즉 K-Herbal의 세계화는 한류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세계가 한국의 음악, 드라마, 음식에 열광할 때, 우리는 한약이라는 오래된 지혜를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정제하고 포장해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 시작은, 환자가 먹는 약에 대해 무엇이, 어떻게, 어디서 만들어졌는가를 투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의 원외탕전 제도가 이미 잘 보여주고 있다.

한약을 포도주스처럼 속이는 ‘돌팔이’ 이미지를 넘어서, 진짜 한류는 아마, 진짜 한약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

 

 

[컬럼니스트 : 박호연 한의사]

Dr.park [ 학력 ]
경희대학교 한방재활의학 박사과정 수료
건양대학교 운동처방학 석사
동국대학교 한의학과 한의사 National University Medical Sciences(Spain) 오스테오파시 박사
National Academy of Osteopathy(Canada) 오스테오파시 디플로마
[ 경력 ]
피트니스 한의원 대표원장
National Academy of Osteopathy 한국대표
가압운동(KAATSU) 스페셜 리스트
건강운동관리사(구 생활체육지도자 1급)
대한 스포츠 한의학회 팀닥터
움직임 진단 (SFMA, FMS) LEVEL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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