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은 청자연적이다’, ‘수필은 마음의 산책이다’라고 쓴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피천득 선생의 글과 ‘문학은 현대인의 빵이다’라고 기술되어 있던 역시 중학교 때 구입한 계몽사 출간 단편소설 전집 머리말의 첫 글귀가 떠오른다.
어렸을 때 읽었던 강한 인상이 성인이 된 후에도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걸 느낀다. 진실의 미가 담겨있는 문학은 양심과 체험을 통해 나온 글이기에 말보다 강한 힘이 있다.
독자는 언제나 진정성과 정의의 편에 설뿐 거짓과 기만에 서지 않기에 문학은 힘과 용기를 준다. 삶은 늘 고단하고 세상은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지 않으며 때로는 비겁한 강자들의 힘에 눌려 소리를 죽이게 되지만, 문학은 억울한 자, 힘들게 노력한 자의 편이고 공의롭지 못한 편에 서지 않기에 우리의 구원이 되어주는 것은 아닐까.
특별히 고단하고 지쳐 있을 때 읽는 문학 작품은 옛 추억을 생각나게 하고, 뇌리에서 잊혔지만, 절대 심장에서는 잊힐 수 없는 양심을 깨우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혜와 힘을 우리에게 준다.
한국 문협 밴쿠버지부 식구가 되어 가장 큰 나의 기쁨은 내가 직접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공감할 수 있는 글들을 읽으며 나의 양식이 되어주는 일과, 또한 나의 체험을 읽어주고 공감해 주는 글벗과 독자를 만날 수 있는 일이다.
‘해 아래 새것이 없다’ 라는 성경 글귀가 있다. 그러나 그 예외의 특별한 하나가 누군가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게 하는 작은 돌 하나 호수 위에 던지는 글쓰기가 아닐까 자문해 본다.
♦편집자주: 한국 문인협회 밴쿠버 지부 신춘문예 수상자들에게 등단 후 삶의 변화를 물었다. 그들에게 가장 큰 변화는 단연 만남이었다. 문학에 한걸음 더 가까워진 만남으로 각자의 삶에 자란 의미를 거두며 글을 쓴다. 또한 문학에 기대어 함께 걸어갈 벗들을 만나 삶과 마음이 더욱 풍요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