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처음이 있고 무르익는 시기가 있으며, 그 자리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할 것이고, 결국은 떠나는 순간을 마주해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멈추지 않고 걸어온 사람은 그 끈을 잡고 성장해 나가는 자신의 모습 만으로도 충분한 감사와 행복을 느낄 것이다. 밴쿠버 유일의 한인 라디오 방송 아나운서, 아름다운 외모보다도 우아한 목소리와 밝은 에너지가 더 빛나는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Q. 간단한 소개를 부탁 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캐나다 유일의 한인 라디오방송 Radiosix, Korean News의 아나운서 유아진입니다.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FM96.1, 일요일은 오전 8시 AM1320 채널을 통해 캐나다 주요 뉴스를 전하는 방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밴쿠버에 이민 오신 계기가 있다면.
많은 분들이 그러하듯 저도 이민을 결정함에 있어 자녀 교육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것 같아요.남편은 어릴 때 밴쿠버로 이민을 와서 고등학교까지 다니고 토론토 대학을 졸업했어요. 졸업 후 한국에 일 때문에 왔다가 절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됐고,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했습니다. 두 아이가 자라면서 남편은 캐나다에서의 유년생활을 추억하며 아이들에게도 캐나다에서 살아 볼 기회를 누리게 해주고 싶어했어요. 남편의 비즈니스도, 저의 일도 모두 안정적이었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제가 아는 게 전부는 아닐테니 남편을 따르기로 마음 먹었지요. 처음엔 물론 힘든 점도 많았지만 밴쿠버를 더 편안해 하는 남편과, 어느덧 잘 성장해 자신의 꿈에 가까워지는 아이들을 보면 캐나다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Q. 현재의 커리어를 쌓아오기까지의 여정이 궁금합니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는데 교수님의 추천으로 1학년 때 SBS, JTV의 리포터로 방송활동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아침 생방송 프로그램을 비롯해 여러 교양프로그램과 라디오에서 영화소개까지 맡게 되면서 나중엔 일주일에 4개의 프로그램을 소화하며 정말 바쁜 대학생활 4년을 보냈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아나운서 과정을 공부한 후 MBC 보도국에서 아침뉴스 메디컬 리포터로 활동했습니다. 프리랜서로 활동했기 때문에 부동산TV, 한국경제TV 등의 케이블 채널에서 MC로 또 여러 공개방송과 콘서트 진행 등 일 할 기회가 계속 찾아왔습니다. 한국에서 그렇게 10년이라는 방송 경력이 생겼죠. 그 후 8년 전 제가 밴쿠버에 왔을 때는 자체 프로그램을 만드는 한국 채널도 찾을 수가 없었고 곧 이어 Covid도 닥쳐 허탈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밴쿠버에서 한국라디오방송의 아나운서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인터뷰를 봤고, 뉴스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데 벌써 3년째 이렇게 기쁘게 이 일을 하고 있네요. 한국을 떠나 밴쿠버에 와서도 결국은 방송일을 하게 되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예요. 기회가 적어 보여도 용기있게 도전하고 모든 일에 진심으로 임하면 언젠가는 좋은 인연이 되고 감사한 결과로 돌아온다는 것을 믿게 되었습니다.
Q.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 자신의 일에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
얼마 전 저희 라디오 제작진이 “K-pop의 뿌리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공개방송을 했습니다. 캐나다 한인 이민사상 최초의 생방송이었고,역사적인 장소인만큼 의미가 남달랐던 Coquitlam Heritage에서 K-pop을 주제로 전시회와 공개방송을 진행하며 참석하신 모든 분들과 함께 호흡하고 즐기고 인사 나눌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밴쿠버 한복판에서 한국의 문화를 아로새길수 있어 큰 보람을 느꼈고, 이를 시작으로 매년 보다 더 창발적인 주제와 작품으로 여러분을 생방송으로 다시 만날 예정입니다. 또 2주 전엔 캐나다 보수당 대표 Pierre Poilievre의 기자회견에 다녀왔는데요, 지금의 캐나다는 정치적 위기와 경제적 혼란, 그리고 국민들이 느끼는 피로감이 상당하잖아요. 아나운서로서 저의 개인적인 정치적 성향을 보일 수는 없지만 그 날의 현장감과 기자회견에서 오고 간 내용을 뉴스로 전했을 때 많은 피드백을 받았어요. 그때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생각에 더 큰 책임감과 보람을 느꼈어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방송이나 특별한 순간이 있다면.
제게 가장 특별했던 기억은 2002년도 월드컵 폐막식입니다. 당시 서울, 대전, 인천, 광주, 서귀포 등 10개 도시에서 폐막식이 치러졌는데요, 제가 진행을 맡은 건 전주 월드컵 경기장의 폐막식이었어요. 그때의 우린 가장 뜨겁고 한마음으로 빛나던 시절이었잖아요. 빨간색만 봐도 ‘오~필승 코리아~’를 외쳤고 손뼉만 마주쳐도 ‘따따~따!따!따!’에 박자를 맞췄었죠. 한국이 사상 첫 월드컵 4강에 진출하면서 온 국민이 함께 잠들지 못했던 그 여름 속에서 경기장을 다시 한번 가득 메운 관중들과 자랑스럽고 기쁜 마음으로 폐막식을 진행했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2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아직 가슴엔 그때의 웅장함과 환호가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또 한국에서 K-pop 콘서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리조트에서 열린 공연이라 모든 출연진의 대기실이 홀 하나인거예요. 가수들은 좀 불편하기도 했을테고 저 역시 극도의 집중력을 요할 때라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끝나고는 다같이 웃고 떠들며 사진도 찍고 간식도 나눠먹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출연진들과 함께 모여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제겐 학창시절에 두 세번이 고작인 수학여행 느낌으로 남아있어요.
Q. 바쁜 스케줄 속에서 자신만의 취미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으신가요.
사실 요즘에서야 취미다운 취미를 가져볼까 고민해요. 그동안 자기관리를 위한 운동이나 대본준비를 위해 배우는 무언가를 취미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나를 진짜 즐겁게 해 줄 무언가를 찾고 싶어요. 그리고 스트레스가 적정수준이면 친구들이랑 맥주 한 잔 먹고 잘 이겨냅니다. 그런데 감당이 힘든 수준이면 오히려 집안에서 끙끙 앓으면서 더 파고 들어요. 정면으로 부딪힐 때 답을 더 빨리 찾기도 하고 핑계거리를 찾지 않으며 쉽게 인정도 할 수 있더라구요.
Q. 이 분야의 직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분명 쉽지 않은 길입니다. 수 백번, 수 천번을 해도 똑같은 방송이 있을 수 없고 잘 짜여진 대본이 내 손에 있어도 나의 것으로 소화하지 못하면 방송사고는 생깁니다. 결국은 공부이고 연습이고 경험이예요 학원이든 개인교습이든 아나운서 과정을 이론부터 실전까지 꼭 공부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어떤 장르의 대본이든 본인의 톤에 맞게 끊임없이 연습을 해두어야 기회를 잡을 수 있어요. 그런 기회들로 경험이 쌓이고 이 일에 성취감과 만족을 느낀다면 자질이 있으신 겁니다. 저 역시 방송경력이 15년이 되어가는데도 계속 모니터링을 하고 공부합니다. 그러니 이 길에 갈등이 두렵지 않고 가슴이 뛴다면 저는 무조건 응원하겠습니다.
Q.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목표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밴쿠버에서 열리는 다양한 콘서트와 행사 등에 가보면 진행자가 없거나 통역의 역할로만 끝나서 아쉬울 때가 많았어요. 한국에 비해 여러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보니 오랫동안 무대를 준비를 해 온 아티스트도, 기대를 갖고 찾아온 팬들도 만족을 못하고 끝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되었어요. 한 번 뿐인 무대에서 아티스트는 MC를 믿고 자신이 준비한 모든 것을 한껏 쏟아내야 하고, 관객이 아티스트를 사랑하는 마음 역시 MC를 통해 아티스트에게 온전히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밴쿠버에서 열리는 콘서트와 한인문화행사 등에서 더 활발히 활동하면서 그 무대의 격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콘서트와 같은 무대는 라이브로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시작부터가 긴장이고 어느 방송보다 개인적으로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또 수많은 사람들과 만드는 협동작품이기 때문에 실력과 배려가 우선적으로 함께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장르가 제게 주는 희열이 좋고 밴쿠버에 살면서 시간이 갈수록 느끼는 점은 정말 대단한 실력과 품위있는 분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 분들과 어우러져 멋진 무대들을 계속 만들어 가는 것이 제 계획이자 목표입니다. 오는 5월 유네스코에 선정된 한국문화유산 처용무가 캐나다에서 최초로 공연을 합니다. 이 처용무 공연 뿐 아니라 오는 7월, 캐나다 한인문화협회 주최로 매년 성대하게 열리는 한인문화축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여러분께 인사드릴 예정이구요, 또 계속해서 방송을 통해 한인 여러분께 뉴스를 전하고 함께 소통하고 싶습니다.
Q. 여성자신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릴게요.
한인 문화행사나 교민 여러분들 소식을 여성자신을 통해 접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디어의 힘을 믿습니다. 여러분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성장해 나갈 수있기를 바랍니다. 많이 사랑해 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