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계 캐나다인의 문화를 기념하는 밴쿠버 거리 축제에서 SUV 차량이 군중을 향해 돌진하는 참사가 발생해 11명이 숨지고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은 26일 토요일 오후 8시경, 이스트 41번가와 프레이저 스트리트 인근에서 열린 ‘라푸라푸 데이 블록 파티(Lapu Lapu Day Block Party)’가 마무리되던 시점에 발생했다. 이 행사는 하루 동안 최대 10만 명이 방문한 대규모 커뮤니티 행사였다.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30세 밴쿠버 남성으로, 경찰은 그가 과거 경찰에 알려진 인물이라고 밝혔다.
밴쿠버 해안 보건청(Vancouver Coastal Health)은 이 사건을 ‘코드 오렌지(Code Orange)’, 즉 대량 사상자 사건으로 분류했다. 사망자 수와 부상자 수는 처음에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요일 오전 3시경 경찰이 공식적으로 사망자 9명을 발표했다.
밴쿠버 경찰국 스티브 라이(Steve Rai) 임시 국장은 자정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장에서 시민들이 용의자를 제압해 경찰 도착까지 붙잡아 두었다”고 전했다. 또 “사건은 테러 행위는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행사 보안은 사전에 점검되었으며,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한 폐기물 수거 차량 배치 등 보안 조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수사는 현재 ‘밴쿠버 경찰 주요 범죄 수사대(Major Crime Section)’가 주도하고 있다.
현장을 찾은 토론토 언론인 크리스 팡길리난(Kris Pangilinan)은 “행사가 아름답게 진행되던 중이었다. 메인 무대였던 블랙 아이드 피스의 래퍼 Apl.de.ap 공연도 끝난 상태였다”며 “갑자기 차량이 고속으로 진입하며 사람들을 덮쳤고, 핀볼처럼 사람들을 밀어 넘어뜨리는 모습이 보였다”고 전했다.
팡길리난은 “마치 전쟁터 같았다.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 울고 있는 사람들, 비명을 지르며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이런 장면을 실제로 본다는 건 평생 겪을 수 없는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NDP(신민당) 대표 재그밋 싱(Jagmeet Singh)은 행사에 참석해 축하 메시지를 전한 뒤 불과 몇 분 후 자리를 떴고, 그 직후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이들과 가족들이 함께한 축제였다. 지금의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보수당 대표 피에르 푸알리에브(Pierre Poilievre), 자유당의 마크 카니(Mark Carney) 등 주요 정치인들 역시 사망자와 유족, 지역사회에 애도의 뜻을 전하며, 신속히 대응한 응급 구조대에 감사를 표했다.
BC주 수상 데이비드 에비(David Eby), 밴쿠버 시장 켄 심(Ken Sim), 필리핀 대통령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Ferdinand Marcos Jr.)와 영국 국왕 찰스 3세도 공식 SNS를 통해 깊은 애도를 표했다.
행사를 주최한 Filipino BC 단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성명을 내고 “이 비극적 사건에 말문이 막힌다.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지역사회가 서로 돌보고 회복할 수 있도록 함께하자”고 전했다.
단체는 충격을 경험한 사람들을 위해 24시간 심리 지원 서비스(1-800-563-0808 / 211-victimlinkbc@uwbc.ca)를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사건 다음 날인 일요일에는 북미 최대 규모 10km 달리기 대회인 ‘밴쿠버 선런(Vancouver Sun Run)이 예정대로 열릴 계획이다. 라이 경찰국장은 “보안이 강화된 가운데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리=여성자신 편집팀
사진 춮처=CBC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