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두 달 새 ‘뜨거운 차 안’에서 사망한 아동 15명
이번 주말 시작된 밴쿠버의 폭염 속에, 미국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고들이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지난 두 달간 미국 전역에서 무려 15명의 어린이들이 뜨거운 차량 안에서 목숨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고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며 절대 남의 일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가장 최근 사례는 텍사스에서 발생했다. 한 어머니는 평소처럼 5살 아들을 유치원에 내려준 줄 알고 직장으로 출근했다. 하지만 퇴근 후 아이를 데리러 간 그녀에게 학교 측은 “오늘 아이가 등교하지 않았다”고 알렸다. 차량에 그대로 남겨진 아이는 몇 시간 동안 차 안에 갇힌 채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차량 내부 온도는 40도를 훌쩍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이러한 차량 내 아동 사망의 52%는 단순히 아이를 차에 두고 내렸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경우다. 그 중 상당수는 아이가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했거나, 이미 아이를 하차시켰다고 착각했다.
기억 전문가이자 신경과학자인 데이비드 다이아몬드 박사는 이러한 실수를 “기억 체계 간 충돌”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평소 출근 루틴이 굳어진 부모가 특정 날 아이를 데려다줘야 하는 상황에서, 습관 기억(habit memory)이 계획 기억(intentional memory)을 압도해 아이를 깜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뜨거운 차 안에서 사망한 아동의 88%는 만 3세 이하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기들은 조용히 잠들어 있거나 반응이 적어, 부모의 기억을 자극할 요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많은 부모들이 수면 부족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인지력 저하를 겪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예방 조치를 권장한다.
아이와 함께 뒷좌석에 물건 두기: 인형이나 가방 등을 뒷좌석에 두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반드시 그 물건을 꺼내야만 하도록 해 자연스럽게 뒷좌석을 확인하는 습관을 만든다.
알림 기술 활용: 일부 차량과 유아용 카시트는 탑승자 감지 시스템이나 경고 알림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여건이 된다면 이러한 기술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직장이나 어린이집에 연락망 구축: 아이가 등원하지 않으면 보호자에게 바로 연락이 가도록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러한 사고가 급증하게 된 배경에는, 지난 1990년대 시행된‘뒷좌석 탑승 장려 정책’도 한몫했다. 안전을 위해 아이들을 뒷좌석, 특히 후방을 향한 카시트에 앉히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운전자가 아이를 직접 보거나 존재를 인식하기 더 어려워진 것이다.
모든 사고가 실수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한 20세 어머니가 미용 시술을 받는 동안 두 아들을 차에 방치해 한 아이가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 어머니는 차에 에어컨을 켜 둔 상태였지만, 차량은 한 시간 후 자동으로 전원이 꺼졌고, 결국 1세 아기는 사망, 2세 형은 가까스로 구조됐다. 이 여성은 현재 과실치사 및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Kids and Car Safety 단체에 따르면, 전체 아동 차량 내 사망의 25%는 아이가 혼자 차량에 들어갔다가 못 나오고 갇힌 경우이며, 15%만이 의도적인 방치로 분류된다.
이처럼 대부분은 고의가 아닌 ‘기억 실패’로 인한 사고지만, 온라인 여론은 냉혹하다. “어떻게 엄마라는 사람이 그럴 수 있나”는 비난부터, “입술 시술엔 돈을 쓰면서 왜 보육은 못 하냐”는 비판까지 쏟아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랑과 책임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기억 체계는 누구에게나 실수를 허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이아몬드 박사는 “실수한 부모들은 평생 죄책감이라는 감옥 속에 살아간다”며 “이들에게 형사처벌은 이중 고통”이라고 덧붙였다.
밴쿠버 또한 최근 연일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햇볕 아래 세워진 차량 내부 온도는 단 10분 만에 40도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으며, 이는 아동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차량 안이 ‘치명적 함정’이 될 수 있는 여름철, 아이를 둔 모든 보호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자료= The Independent, Kids and Car Safe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