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uly 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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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나목 임현숙

 

“시련도 축복이었음을 감사하며… 나의 시가 희망의 노래 되기를” 

 

밴쿠버의 잔잔한 비 내음을 뒤로하고 따사로운 햇볕을 만난 봄날, 한 편의 시집이 조용히 피어올랐다. 낯선 땅에서의 삶의 고비를 ‘시’에 기대어 숨쉬며 지나온 그녀는 지난 세월을 담아낸  첫 시집 ‘글을 써야 사는 여자’를 세상에 내놓았다. 시로 인해 생의 봄날을 다시 살고 있다는 시인이 담아낸  삶의 조각들을 잠시 엿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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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2004년 1월 1일 밴쿠버에 이민 와 21년째 살고 있습니다.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소속 시인으로, 밴쿠버지부에서 시인, 수필가로 활동 중이며 전임 회장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2011년 ‘한맥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2012년 전 밴쿠버 문인협회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었으며 2025년 ‘밴쿠버문학’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2025년 4월 첫 시집으로 ‘글을 써야 사는 여자’를 출간했습니다.

 

Q. 이민 후 시를 쓰기 시작하신 계기가 있었는지, 또한 그 삶의 과정에서 시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합니다. 

제겐 딸 2명과 아들 1명이 있습니다. 밴쿠버에 이민 오게 된 계기는 큰 딸의 어학연수였던 것 같아요. 그 당시 남편은 딸 혼자 외국 생활을 하는 걸 반대했기에 가족 이민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밴쿠버에 정착한 후 몇 년이 지났을 무렵 남편의 사업 실패로 인해 송금이 끊기자, 하루하루의 생계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내야 했기에 생전 해보지 못했던 공장 일에 식당 주방일까지 버텨내며 다시 일어설 날을 기다렸습니다.

스스로 헤어날 수 없는 지경에 숨조차 쉴 수 없을 때 호흡하는 법을 알려준 것이 글 쓰기였습니다. 들숨의 하루를 글로 날숨 하며 나를 지탱하고 고난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소녀 시절 누구나 가졌을 법한 문학에 대한 아련한 꿈, 릴케와 헤르만 헤세를 동경하며 성숙해 갔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시련이 먼 기억 속의 꿈을 다시 이어주었습니다. 이순 너머 다시 만난 글 쓰기는 벗이요 애인이요 생명의 은인입니다.

초록초록 봄날을 누릇누릇 가을 길에 다시 만나 동행합니다. 늘 신기루처럼 아른거리던 생의 봄날, 내 안에 있던 ‘시’는 다시 찾은 생의 봄날입니다. 그러므로 시련도 축복이었음을 감사하고 채 여물지 않은 감성이나마 꽃 피우며 해넘이 곶으로 나아갑니다.

 

Q. 여성의 삶과 감정을 시로 표현할 때 어떤 점에 중점을 두시나요.

가정주부로 살아온 저는 서정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시를 주로 씁니다.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희로애락을 시로 순화시키고 자신의 감성이지만 나아가서 독자에게도 공감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긍정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외로움과 슬픔 그리고 고통 속에서 꺼져가는 심지를 다시 타오르게 하는 불쏘시개 같은 희망의 노래가 되기를 바랍니다.

 

Q. 이번 시집을 발간하시게 된 동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지금은 없어진 다음 블로그에 ‘글을 써야 사는 여자’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기 시작해서 현재는 티스토리(tistory)와 브런치스토리(brunchstory)에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시인이라는 이름표를 단 지 15년이 되어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세상에 내어놓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습작한 글들은 1,000편이 넘습니다. 몇 해 전에 150편의 글을 선정해서 출판을 준비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출판하려고 준비하다 보니 너무 개인적인 푸념이 섞인 글들이 많아서 다시 걸러내야 했습니다. 예전에 쓴 글을 지금 다시 읽어보면 고치고 싶은 부분들이 자꾸 눈에 띄어 끝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때마침 최구민(라디오 DJ)님을 알게 되어 시를 녹음해서 영상으로 만드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90편의 시를 내 목소리로 녹음한 후 영상화해서 제 유튜브 채널에 올렸습니다.

올 4월에, 채널에 업로드된 90편의 시와 노래로 만들어진 4편의 시를 편집해 첫 시집인 ‘글을 써야 사는 여자’를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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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민 문학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민 문학을 이산(離散)문학이라고 하는데 이산문학은 최근 등장한 문학의 한 장르로 이주자의 삶과 정체성을 그린 문학이며 다문화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문학적 상상력으로 민족 문학의 한계에서 벗어나 한국문학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우리가 낯선 땅에 이민을 왔을 때 우리의 언어는 국경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고국에 대한 향수와 거주국의 언어, 문화 사이에서 혼란과 갈등을 느끼게 되는 이중 자아 혹은 경계인이자 이방인 의식을 지니게 되지요.

이산문학은 우리의 정체성과 모국어를 잊지 않고 모국어의 아름다운 단어와 문장으로 동포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밴쿠버지부 회장으로 활동하셨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밴쿠버지부의 운영 취지와 부합되는 신인을 발굴하는 작업인 신춘문예 공모와 시상식 그리고 ‘밴쿠버문학’지를 발행하며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원고를 취합하여 편집 교정하느라 시력이 저하되어 안경을 쓰게 되었지만, 책임 의식을 가지고 나름 즐겁게 작업했습니다.

 

Q. 후배 문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누군가에게 글을 쓰라고 조언하면 열에 아홉은 시간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글은 모든 것이 넉넉하고 여유로울 때 쓸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엔 잠자는 시간을 쪼개어 글을 썼으니까요. 그만큼 절박했다는 것이겠지요. 창작품, 특히 시는 좋은 환경일 때 써진다기보다 윤동주 시인이 그랬듯이 낮고 어려운 상황에서 간절하게 우러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편안해진 현재보다 수렁에서 허우적거릴 때 많은 글을 썼으니까요.

후배 문인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은 많이 써보기를 권합니다. 한 작품에 매달려 최고의 작품으로 내어놓으려 애쓰기보다 우선 생각(시상)을 글로 옮겨 놓고 하나씩 꺼내어 퇴고해 완성작으로 내어놓기를 바랍니다. 시를 잘 쓰는데 지름길은 없다고 생각해요. 많이 읽어 보고 많이 생각하고 꾸준히 써보는 것이 좋은 시를 출산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으신가요. 

현재 ‘티스토리’, ‘브런치스토리’와 ‘중앙일보 라이프 난’을 통해 작품을 올리고 독자와 소통하고 있으며 개인 유투브 채널에 시 낭송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소망이라면 다음 작품집은 산문과 산문을 함축한 시를 함께 실어 출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창작에 심혈을 기울여 제 시에 공감하는 독자들께 더 깊고 아름다운 시어와 문장으로 사랑에 보답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참고 링크>

브런치스토리: brunch.co.kr/@bluenamok

티스토리: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유튜브: youtube.com/@bluenamok

이메일: bluenamok@gmail.com

 

* 시집 ‘글을 써야 사는 여자’는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그리고 버나비 한남 옆 ‘오늘의 책’ 서점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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