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달라진 성장의 시간표를 알아야 할 때입니다.
진료실에서 부모님들이 종종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저는 군대 가서도 컸어요. 그러니 지금은 괜찮아요.”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과거보다 더 빨리 성장하고, 더 빨리 멈춥니다. 2017년 한국 교육부와 질병관리본부가 공동으로 진행한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남학생은 중학교 시기(만 13세에서 15세까지)까지는 평균 키가 꾸준히 증가하지만, 고등학교 시기(만 16세부터 18세까지)에 이르면 키 성장 속도가 크게 둔화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의 평균 키는 169.7cm로 이전보다 증가했지만,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의 평균 키는 173.5cm로 10년 전과 사실상 동일한 수준이었습니다.
2023년 대한소아과학회지에 실린 연구도 여학생은 만 14세, 남학생은 만 16세 이후엔 키 증가가 둔화된다고 보고했습니다. 캐나다식 학제로 보면 Grade 9~11이 성장의 마지막 시기인 셈입니다. “기다리면 크겠지”보다, 지금의 성장 상태를 평가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기다리면 크겠지”보다, 지금의 성장 상태를 평가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이민자 아이들, 왜 더 주의가 필요할까?
성장 클리닉을 찾는 아이들 중에는 점점 더 다양한 아시아계 이민 가정의 자녀들이 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대부분 한국계 아이들이었지만, 최근에는 베트남, 필리핀, 중국계 가정의 아이들이 더 많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이민자 아이들은 문화 적응과 언어 장벽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하고, 이는 식욕, 수면, 성장호르몬 분비에까지 영향을 줍니다.

2023년 BMJ Psychiatry 연구에 따르면, 11세에서 17세 사이에 이민을 경험한 청소년은 같은 문화권에서 자란 또래보다 정신건강 문제 발생률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높았습니다. 이러한 심리적 스트레스는 식욕, 수면,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주고, 그 결과 성장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키는 단순히 외모나 건강의 지표를 넘어, 자존감과 자신감에 직결되는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백인 친구들보다 체격이 작은 아시아계 이민 청소년들에게는 더 민감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장 문제를 단순히 ‘의학적 문제’로만 보기보다, 정서적·심리적 접근이 함께 필요합니다.
키는 유전일까, 환경일까?
키의 약 60~80%는 유전의 영향이 있지만, 나머지는 수면, 영양, 운동, 스트레스 등 환경 요인에 따라 달라집니다. 쌍둥이 연구에서도 같은 유전자라도 자란 환경에 따라 키가 3~6cm까지 차이 나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따라서 지금 키가 기대보다 작다면,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을 찾고 개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눈보다 정확한 평가가 먼저입니다
부모는 아이를 매일 보기에, 아이의 상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예상과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겉보기에는 건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체지방이 부족해 호르몬 분비가 원활하지 않거나, 근육량이 적어 성장을 촉진하는 자극이 부족한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InBody, 골연령, 수면 습관 분석 등 정밀한 평가를 통해 아이의 현재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HT042는 무엇이고, 정말 효과가 있을까?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HT042라는 복합한약 성분을 어린이 키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성 원료로 공식 인정했습니다. 이 성분은 황기, 한속단, 가시오가피의 3가지 약초로 구성되어 있으며, 성장판 내 연골세포 증식을 촉진하고 IGF-1(성장인자)의 분비를 유도하는 기전이 여러 동물실험과 임상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2022년 Journal of Ethnopharmacology에 실린 김상효 교수팀의 연구에서는, HT042를 12주간 복용한 어린이들이 대조군보다 성장호르몬 수치와 키 증가량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는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나 역시 임상에서 HT042 기반의 성장 한약과 녹용 등을 병용한 처방을 적용하고 있으며, 수면의 질, 근육량 개선, 성장 속도 증가 등의 변화를 경험적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성분이나 약에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장에 필요한 조건(수면, 영양, 운동, 심리적 안정)**이 잘 갖춰져 있는가입니다. 그 위에 한약이나 보완 치료가 얹혀져야 의미 있는 변화가 생깁니다.
마무리하며 —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일 수 있습니다
아이의 성장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상태를 측정하고,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입니다. 만 14세(여학생), 만 16세(남학생) 이후가 되면 성장판이 닫히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고, 그 이후에는 키 성장이 거의 멈추게 됩니다. 즉,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습니다. 특히 이민자 가정의 아이들은 스트레스, 생활 습관, 문화 적응 문제 등으로 인해 성장이 지연되거나 조기에 멈출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세심한 관심과 적절한 개입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키가 걱정된다면, ‘기다려보자’는 생각보다 먼저 해봐야 할 일은, 정확한 성장 평가와 생활 전반에 대한 점검입니다.
지금이 바로 그 시작점일 수 있습니다.
컬럼니스트 : 박호연 한의사
![]() | 학력 경희대학교 한방재활의학 박사과정 수료 National University Medical Sciences(Spain) 오스테오파시 박사 |
경력 피트니스 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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