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필 줄 아는 너그러운 어른이 되고 싶다”
어른의 품위 – 최서영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저 버티고 있는 걸까.
에세이 ‘잘될 수밖에 없는 너에게’로 오랜 시간 전 서점 에세이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며 수많은 독자에게 위로와 공감을 건넨 최서영 작가가, 삶의 태도에 대한 한층 더 깊어진 사유를 담아 새로운 에세이로 돌아왔다. 이번 신작은 ‘잘되기 위해 애쓰는 삶’을 넘어, ‘어른답게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조용히 되묻는다.
나이를 먹는다고 모두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작가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그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품위’라는 결론에 닿는다. 그것은 화려한 외형이나 사회적 성취가 아니라, 마음가짐과 말투, 타인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나 자신을 대하는 방식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책에서 최서영은 타인의 시선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에 더 집중한다. 순간의 행복을 미루지 않는 태도, 조급해하지 않고 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는 마음, 하루에 단 한 가지라도 해냈다면 그날을 충분히 잘 보냈다고 인정해 주는 여유. 이런 작고 단단한 하루들이 모여, 어제보다 조금 더 품위 있는 오늘의 나를 만들어 간다고 이야기한다.
책 곳곳에는 떠올리기만 해도 부끄러운 과거의 나, 서툴고 불완전했던 시간들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그러나 작가는 그 모든 순간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수하고 후회하며 그럼에도 계속 세상 밖으로 자신을 밀어냈던 과거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말한다. 이 담담한 고백은 독자에게도 조용한 위로가 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금이 간 채로도 우리는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고.
1장부터 4장까지 이어지는 글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삶’, ‘기록을 통해 나를 기억하는 일’, ‘각자의 삶이 지닌 무게를 존중하는 태도’, 그리고 ‘받은 것보다 조금 더 많이 주며 살아가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진다. 관계, 일, 돈, 쉼, 질투, 변화 앞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다루는 문장들은 독자의 일상과 자연스럽게 맞닿는다.
유튜브 채널 ‘가전주부’와 ‘말많은소녀’를 통해 일상과 사유를 나눠온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현대문학가인 최서영. 날카롭지만 다정한 시선, 솔직하지만 가볍지 않은 문장은 이번 책에서도 여전히 빛난다. 삶에 지쳐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은 날, 혹은 ‘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를 고민하는 순간, 이 책은 조용히 옆에 앉아 등을 다독여준다.
조금 더 나에게 자비롭고, 조금 더 타인에게 너그러운 어른으로 나이 들어가고 싶다면. 최서영의 신작은 그 길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걸어가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따뜻한 동행이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