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ugust 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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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작가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윤의정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2022년, 뉴스 기사를 보던 나의 눈을 사로잡은 사건이 있었다. 한 미국의 미술 대회에서 AI 가 그린 그림이 대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제목은 ‘시어터 오페라 스페이셜(Theatre D’opera Spatial)’로 빛이 쏟아지는 공연장에서 주연 가수로 보이는 사람과 조연으로 보이는 이가 공연을 하는 모습이었다. 그림은 몽환적이면서도 신비로움을 지니고 있었고, 가상의 공간 같으면서도 현실에 있을법한 분위기를 풍겼다. 상을 받을 만한 작품이라고도 생각했다. 그것이 사람의 손으로 그려진 작품이 아니라,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이미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작품을 보며 당시의 나는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고, 한편으로 안도의 숨을 내쉰 것도 같다. ‘그림은 만들 수 있겠지. 그건 이미지를 짜깁기해서 충분히 만들 수 있으니까.’ 이런 형태의 언어로, 나 스스로에게, 아직도 글을 쓰는 세계에 인공지능이 들어설 수 없을 것이라는 안일한 사고로, 온갖 위로의 언어를 내뱉았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무너지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변화는 생각보다 눈치챌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가속도가 붙어가며 시간이 갈수록 빨라져만 갔다. 나는 인터넷을 여행하며, 인공지능이 작성했다는 글, 이미지, 영상 등을 접했고, 이제 인간의 영역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우려가 켜켜이 쌓여갔다. 특히 불가침의 영역이라고 혼자 으스대던 글쓰기 에서조차 인공지능의 발달 속도는 나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이미 일정 수준 이상, 아니 때로는 더 자세하고 정교한 글쓰기가 가능해진 것 같았다. 41 심지어 감정을 자유자재로 담아내 지어내는 것조차 나보다 더 빠르게 더 정확히 표현해내는 것을 보며, 일종의 상실감까지 느꼈다. 글을 쓰며 소재가 떠오르지 않아 적절한 문장을 구사할 수 없어서 머리를 쥐어짜고 끙끙대던 것들이 허무하게만 느껴졌다.

나는 아직도 나의 생각을 표현할 단어를 떠올리기 위해, 문법에 맞는 표현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힘들어하며 많은 시간을 쓴다. 하지만 인공지능으로 만들어낸 글은 고작 10 초. 그 안에 내가 10 시간 걸려 완성할 글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전에 그림을 만들 듯, 글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과 답답함이 밀려왔다.

나는 아직도 종이가 좋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책을 좋아할 정도로 뒤처진 사람이다. 반면, 아이들 세대는 이미 컴퓨터 화면이나 모바일 화면으로 글 또는 이미지를 보는 것이 익숙한 듯하다. 그리고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인공지능을 다루며, 자신 대신 글을 만들어내는 도구의 사용 주체로 존재한다. 가만히 아이들을 바라보던 나도 한번은 그 인공지능 글쓰기 사이트에 접속해 대신 글쓰기를 시켜보았다. 주제는 ‘에세이 작가는 AI 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였다. 이에 대한 에세이 작가의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서 글을 써보라는 명령어를 입력하자, 숨 한번 내쉬는 정도의 단시간 안에 장문의 글이 완성되었다. 절절하고 답답한 마음이 담겨있었다.

잘 쓴 글이었다. 다만, 너무 절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넘쳐서 아주 조금 안심하긴 했다. 감정 과잉의 글을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그런 글을 쓰지 않는 내게 너무 화려한 미사여구로 점철된 언어가 오히려 부자연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주 조금의 안도일 뿐 글 전체의 질에 많이 놀랐다. 또 내가 느끼는 완성된 글에 대한 불편함과 같은 것도 언젠가 학습을 해 넘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나와 같은 에세이 작가를 쉬이 넘는 날이 오리라.

이제는 오히려 더 어설프고, 어색하고, 갈등하며 왔다 갔다 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더 나을지, 아니면 이제는 글의 완성보다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을 지. 아직 어떤 것을 답으로 정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에세이 작가로서 살아가는 나의 시대의 모습이 너무나 혼란하기만 하다. 물리적 혼란으로 자유로워진 풍요의 시대를 살아왔지만, 한편으로 더 조용히 더 빠르게 흘러가는 변화의 물결에 휩싸인 것 같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길을 잃었다. 아마 언젠가 나 대신 나의 글을 인공지능이 써내려 갈지 모르겠다. 그럼 이제 차라리 잘 쓰여진 글보다 인간이 쓴 핸드 메이드 글, 조금 울퉁불퉁하고 어색하고, 어설픈 글로 장점을 살려볼까 싶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음식보다 수제 음식을 선호하는 것처럼. 정해진 요리법 대로 만든 음식보다 감으로 적당히 만든 손맛이 있는 음식처럼. 그리고 지금 이 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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