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인 줄 알았던 삶, 두 마리 고양이로 다시 시작되다”
떠나는 삶에서 머무는 삶으로… 고양이와 함께한 다정한 동행, ⟪여행자와 고양이⟫
여행이 삶의 전부였던 한 남자가 있다. 익숙한 주소 없이, 낯선 도시를 유랑하던 그의 삶은 어느 날 아주 작고 여린 울음소리 하나로 멈춰 선다. 낡은 시골집 하수구 아래에서 마주친 작은 생명, 아기 고양이 ‘살구’였다.
작가 변종모의 신작 에세이 ⟪여행자와 고양이⟫(서랍의날씨 刊)는 그렇게 시작된 한 남자와 두 마리 고양이, ‘살구’와 ‘자두’가 함께 살아가는 나날을 담담하고도 애틋하게 그려낸다. 주소 없이 떠도는 삶에서 한 지붕 아래 머무는 삶으로 전환된 여정을, 말보다 조용한 시선과 손끝으로 나눈 감정의 기록으로 독자에게 전한다.
변종모 작가는 수년간 『세상의 모든 골목』, 『당분간 나는 나와 함께 걷기로 했다』 등을 통해 삶의 경계를 여행하며 글을 써왔다. 그러나 이 책에서 그는 길 위가 아닌,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하는 ‘집’ 안에서의 여정을 펼쳐 보인다. 고양이 살구는 마당 아래 하수구에서 구조된 후 작가의 일상 속으로 들어왔고, 이어 나타난 자두는 인연처럼 덧붙여졌다.
두 마리 고양이와의 생활은 단순한 반려의 의미를 넘어, 작가의 삶 자체를 변화시킨다. 작가는 “우리는 서로에게 여행이 되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고 말하며, 매일을 함께하는 존재로서의 동물과 사람 사이의 정서적 유대를 섬세하게 그린다.
고양이는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책 속의 살구와 자두는 울음과 기척으로 감정을 전달한다. 작가는 그 말 없는 교감을 통해 사랑, 책임, 연대라는 감정을 새롭게 정의해간다. 가방에 살구를 넣고 나선 산책, 어두운 산중에서 살구에게 건네는 일상적인 대화, 잠든 고양이의 이마를 만지는 손끝의 떨림은 독자에게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고양이의 이마를 만지다가 등을 쓰다듬는 일은 누군가 내 심장 속으로 손을 넣어 마음을 만지는 것과 비슷하다.” 작가의 문장은 감정을 포장하지 않고, 삶 속 가장 깊은 층위에서 길어 올린 듯한 진실함을 품고 있다.
작가는 고백한다. 여전히 혼자가 편하고, 떠나는 일에 익숙한 사람이지만, 이제 더 이상 ‘혼자’는 아니라고. 살구와 자두 곁에서 하루를 보내는 삶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그를 변화시킨다. “사랑은 곁에 머무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실을, 그는 고양이를 통해 다시 배우게 된다.
“우리는 오래오래 사랑할 것이다. 아니다. 내가 오래오래 짝사랑할 것이다.”
이 다소 유쾌하면서도 뭉클한 고백은, 한 생명과의 만남이 인간에게 얼마나 깊은 책임과 감정을 안겨주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여행자와 고양이⟫는 삶을 다시 시작하게 하는 것은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하수구 속의 울음처럼 작고 우연한 만남일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고양이 한 마리의 눈빛, 말 없는 응시, 곁에 있어주는 따뜻한 체온이 때로는 삶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전하는 가장 다정한 메시지다.
정리=여성자신 편집팀
구매처=Today’s Books Cana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