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경험을 하며 꿈을 그려 나가고 싶어요”
[유망주] 지난 3일, 북미 최대 영화제인 밴쿠버 국제 영화제(VIFF)에서 밴쿠버 출신 한국인 제롬 유(Jerome Yoo)감독이 신예 감독상(Horizon Award)을 수상했다. 제롬 유 감독의 첫 장편 영화 ‘Mongrels’는 1990년대 캐나다 시골 마을, 한인 가정의 이민 생존과 회복력을 그린 서정적이고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초현실적이며 원초적인 감정을 바탕으로, 깊은 상실 속에서도 가족의 꿈과 희망에 대해 그려간다.
제목의 중의적 의미에서 엿볼 수 있듯이 ‘Mongrels’는 뿌리가 뽑힌 채 새로운 땅에 정착하기 위해 슬픔이라는 어두운 숲을 헤쳐 나가는 이민자 가정의 꿈과 현실을 예술적으로 다루어 심사위원들의 찬사를 받았다.
상처한 아버지와 십대 아들 그리고 어린 딸이 만들어내는 가족의 애환과 여름 저녁 창문을 통해 들려오는 야생 개들의 울음소리가 진한 여운을 남기는 이 작품은 세계 영화인 뿐 아니라 많은 이민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여성자신 편집팀은 이 작품에 어린 딸로 출연한 진세인 양을 지난 17일 코퀴틀람에서 만났다. 3년 전 촬영 당시 아홉살이었던 세인 양은 이미 Middle School에 재학중인 어엿한 소녀가 되어있었다. 수줍은 미소를 담고 인사하는 모습이 영화 속 어린시절 앳된 얼굴과 겹쳐져 친근했다.

어떤 계기로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나요.
평소 영화 쪽 일에 관심을 갖고 있던 아빠가 오디션 공고를 발견해 지원을 해 주셨어요. 제롬 유 감독님은 제가 보낸 영상을 보시고 캐스팅을 제안해 주셨는데 처음에는 연기 경험이 없는 제가 도전하기에 너무 큰 배역인 것 같아 오히려 부모님께서 고민을 많이 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어떤 용기에서였는지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인생 첫 연기였는데 촬영 분위기에 잘 적응할 수 있었나요.
40여일 동안 메이플릿지에서 촬영했는데 감독님과 스탭 분들 그리고 배우분들의 격려와 배려로 정말 따뜻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어린 나이였지만 영화를 사랑하시는 분들의 열정과 노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때를 떠올리면 촬영하며 좋은 분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가장 좋았던 기억이기도 합니다.
암기해야 할 대사 분량이 많아 벅차지 않았나요.
네, 그런데 다행히 열심히 준비하고 촬영에 임하면 자연스럽게 감정에 몰입해 막힘없이 연기할 수 있었어요. 신기하게도 저는 원래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인데 촬영이 시작되면 조명과 카메라 안에서 저의 모든 걸 다 잊고 영화 속 인물인 ‘하나’가 되어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장시간 촬영에 임하며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요.
감독님과 스탭 분들이 무리하지 않도록 배려해 주셨고, 저는 어려서 잘 몰랐는데 매니저처럼 항상 곁에 계시며 지켜봤던 아빠는 제가 몇시간 촬영 뒤 피곤에 지쳐 잠든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셨다고 해요. 또 가끔 우는 연기에 몰입하지 못할 때 아빠가 엄마가 사라진 그 상황을 설명하며 도와주셔서 온전히 감정에 빠졌는데, 그런 감정 몰입이 과할 때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순간들도 있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웃으며 떠올릴 수 있지만 그 때는 촬영중 식사 장면에서 먹었던 파스타 같은 메뉴가 단체로 제공되는 스탭 식사 메뉴로 나오면 더이상 먹고 싶지 않아서 다른 한식 메뉴를 아빠에게 부탁 드린 기억도 있어요. (웃음)
본인이 몰랐던 재능을 발견했다고 볼 수 있는데, 현재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지금은 The play management 소속으로 연기 수업과 오디션 도전을 병행하며 연기 활동을 준비중입니다. 책도 많이 읽고 인간 관계도 배우며 차곡차곡 연기 실력을 쌓아 좋은 기회가 온다면 다른 작품에도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이루고 싶은 꿈 혹은 현재 갖고 있는 장래 희망이 있다면.
아직 결정하기는 이르지만 어려서부터 Daycare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지금은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어떤 꿈을 만들어갈지 조금씩 그려나가야 할 것 같아요.
끝으로 사춘기에 접어든 딸과 티격태격 웃으며 다정한 아빠의 모습에 그 때를 떠올리면 어떤 마음인지 물었다. 그는 현장에서 딸에게 안타까운 마음에 지적했던 순간들이 떠올라 마음 아프기도 하지만 본인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는 의젓한 모습에 큰 감동도 받았다며, 함께했던 그 시간들이 꿈처럼 행복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