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툭툭 떨어지는 저녁이 오면
그 누구든 당신의 식탁으로 초대하세요
노을이 창유리를 뚫고 커다란 식탁을 흔들 때
지글대는 된장찌개 뚝배기를 마주하고 우리는
서로 사랑하지 않아도 그저 행복하겠습니다
당신은 알게 될 것입니다
오지 않는 누군가를 오래 기다리는 저녁이면
사방의 메이플이 저 혼자 물들지 않는다는 것을
키 큰 북방의 단풍나무에 기대어
당신도 차츰 붉게 물들고 있다는 것을
이국의 통근차는 해안선을 따라
젖은 기적소리를 흩뿌리며 마침 달려가고
몰려들던 물오리 떼 모두 집으로 돌아갈 때 쯤
허기虛氣에 찬 손으로 무겁게 닫혀 있던 문을 열고
가버린 사람들의 주검처럼 서늘하게 굳은
그리움의 덩이를 서걱서걱 씹는 당신
천석꾼 할아비는 한량 놀음 끝에 농약을 마셨고
줄담배 태우던 아비는 급살에 폐가 망가졌지요
되풀이되는 역사 같은 어미와 어미의 어미가
걸어갔던 길을 따라 가고 있는 것인지
지아비 먼 발길에 채는 단풍의 환청 우수수
열없는 당신이 또 홀로 물드는 저녁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