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UBC를 졸업한 남매가 한인타운에 약국을 개업했다는 소식에 절로 미소를 지었던 기억이 있다. 그 어렵다는 학과를 마친 인재가 둘씩이나, 그것도 남매가 사이좋게 힘을 합쳐 교민사회에 입성했으니 그들이 값진 노력으로 이뤄온 능력들이 많은 교민들에게 환원(?)되길 바라며 마음속으로 응원의 박수를 쳤었다. 비즈니스 이외에도 학업과 진로 설정등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물론 고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이라면 이런 사심 담긴 궁금증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남매를 만나 얘기를 나눌수록 이들의 부모님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키우셨길래 이렇게 반듯하게 잘 자랐나요.
Q.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버나비 로히드 지역에서 힐링 약국을 운영중인 남매, 이익주·이시현 약사입니다. 한남 몰의 코리아플라자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난 22년 오픈한 이후 교민분들께서 언제든 편하게 들러 상담 받으실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직업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와 여정이 궁금합니다.
익주) 학창 시절 공부에 집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원하는 분야가 생긴 것 같아요. 의료 계통으로 진로를 정하고 싶어 UBC Science에 진학해 Bio Chemistry를 전공했습니다. 제약 회사등 취업도 고려했지만 동생이 먼저 약대에 합격하는 모습을 보고 관심이 생겼고, 다음해에 저도 지원해 합격했어요. 공부를 하다보니 적성에도 잘 맞는 것 같아 졸업 후 월마트 등 대형 약국에서 약 8년 정도 경력을 쌓았습니다. 그 시간들이 좋은 경험은 되었으나 아쉬웠던 부분이 많았습니다. 고객들을 케어하는 마음으로 상담을 해주거나 어려움에 처한 환자를 도울 수 있는 여건이 못 되는 환경이었기 때문이죠. 대규모 체인 약국의 특성상, 비즈니스의 성격이 더 강하기에 약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단순한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 여러가지 이유로 동생과 함께 뜻을 모아 힐링 약국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어린 시절에 부모님과 함께 이민 온 경우라서, 언어의 장벽으로 적응이 쉽지 않았던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자랐습니다. 또한 언어 문제로 제대로 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어르신들도 많이 봐 왔기에, 한인 여러분들 가까이에서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약국 오픈을 할 때도 그 점을 가장 많이 고려해 위치를 선정했습니다.
Q. 학업과 자기 관리 능력이 뛰어나셨을 것 같은데 특별한 전략이 있으셨나요.
시현) 처음 이민 와서 애보츠포드 지역에서 초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약대에 입학하기 직전까지 오빠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오빠가 먼저 배운 것을 가르쳐주었기에 예습이 가능했고, 항상 성실했던 오빠의 모습을 보며 함께 노력했기에 오빠에게서 받은 좋은 영향이 제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 또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초기 이민자로서 비즈니스를 하시며 바쁘게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저희에게 가장 좋은 본보기이자 큰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아요.
익주) 특별히 전략이라고까지 말씀드릴 것은 없지만, 제 생각에 공부를 위해 쏟는 집중력과 노력도 본인의 능력치인 것 같아요. 물론 하루아침에 성과를 내기는 힘들겠지만, 우리가 신체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 열심히 운동 하는 것처럼 공부를 하는 능력도 노력을 통해 충분히 키워질 수 있습니다. 타고나는 것도 있겠지만,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꾸준한 노력을 통해 보완해 성과를 이뤄내는 경우도 많이 봤거든요. 겉보기에 공부를 많이 안하는 것 같은 사람이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그것도 나름 본인만이 쌓아온 능력이 있기 때문이니, 난 똑똑하지 않다거나 공부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도 마찬가지로 어릴 때부터 보아온 부모님의 노력과 희생, 그리고 지원을 통해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는 에너지를 얻었던 것 같아요.
Q. 남매가 함께 비즈니스를 시작하신 모습에 참 보기 좋다는 평이 많았어요. 실제로 어떠신가요?
익주) 남매로서 함께 일할 수 있게 되어 항상 감사하다고 느낍니다. 이 힐링약국을 오픈하는 도전도 함께 했기에 가능했고, 동생이 있어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어느 일이나 힘든 점이 있겠지만, 찾아오시는 고객 분들 중 도와드리고 싶지만 저희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경우도 있어 곤란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마음이 힘들거나 어려움에 처할 때 동생이 있어 서로 좀 더 편하게 의지할 수 있고 개인적 용무나 몸이 아플 때에도 언제든 양해해주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참 든든하고 고맙습니다.
시현) 오빠가 곁에 있어 항상 든든합니다. 제가 현재 임신 8개월에 접어들었는데, 초기 입덧이 심할 때에도 오빠가 많은 힘이 되어 주었어요.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항상 대화도 많고, 가족으로서 좀더 깊은 이해와 공감이 가능한 것 같아요. 어린 시절부터 저희 가정은 대화가 많았습니다. 혹여 갈등이 생길지라도 충분한 대화가 중요하다고 배웠죠.
익주) 부모님께서 저희에게 어린 시절부터 특히 강조하셨던 말씀이 있습니다. “자신에게 철저하고 남에게는 관대하라” 였어요. ‘내가 약간 손해보더라도 괜찮다’ 이렇게 생각하면 서로에게 불만 없는 ‘딱’ 맞는 적정선을 유지할 수 있으며, 성인이 되면서 이 기본적인 생각이 모든 관계에 다 적용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Q. 약사로서 꼭 지키고자 하는 원칙이나 가치관이 있으신가요.
모든 약사들의 기본적인 가치관이겠지만 저희도 일단 환자분들의 건강에 최대한 해가 되지 않고 도움이 되는 것을 기준으로 상담하고 약을 권해 드립니다. 약을 제조해 판매할 때에도 윤리적인 면을 더 중시해 장기적으로 환자의 건강에 도움이 되도록 케어하는 마음으로 임하면 저절로 고객의 신뢰를 쌓게 됩니다. 비즈니스 마인드를 앞세워 금전적 이윤을 중시하기 보다는 환자들의 건강을 더 중시하는 마음이 신뢰로 이어져 더 많은 고객분들이 찾아오시게 된다고 믿습니다.
Q. 인상 깊었던 환자의 경우나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
여러 환자들 중 특히 당뇨가 진행되고 있는데 문제 의식이 없어 관리가 전혀 안되는 경우를 많이 봐 왔어요. 연세가 많거나 언어의 어려움으로 인해 병원 진료를 받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또는 음식 조절부터 약 복용까지 제대로 관리를 못해 복합 증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경우 혈액 및 콜레스테롤 검사 등을 통해 상태를 진단해 드린 뒤 더 악화되기 전에 클리닉 예약을 해 드리고, 약 처방도 자세히 설명해 꾸준히 복용할 수 있게 챙겨드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호전되는 분들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여러 이유로 가정의를 찾지 못한 분들은 당뇨 혈압 등 무증상 질병을 가진 채 수년간 모르고 지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아프신 분을 낫게 해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병을 초기에 예방하고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최대한 정성스런 상담을 해 드리고 무료로 혈당 체크와 처방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환자분들께 더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약사의 처방 범위가 넓어진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BC주에서는 약사에게서 다음과 같은 증상에 대한 약을 처방 받을 수 있습니다. ▲방광염 ▲소화불량 ▲ 위식도 역류 질환 ▲근골격통 ▲벌레 물림 및 두드러기 ▲두통 ▲세균성 피부염 ▲무좀 ▲알레르기성 비염 ▲결막염 ▲구내염 및 구순포진 ▲피부염 ▲피임 ▲치질 ▲생리통 ▲대상포진 ▲여드름 ▲칸디다 질염 ▲회충증 ▲금연 보조제
Q. 앞으로 꿈꾸고 있는 미래의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시현) 일단은 순산하고 싶어요(웃음). 그리고 제가 미술 심리학 자격증을 취득했는데, 약사로서 약으로 신체를 치료하는 방법 뿐 아니라, 미술 치료 상담을 통해 정신적 건강에도 도움을 드리고자 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특히 임신 과정에서 직접 체험했던 심리적인 어려움이나 적지 않은 분들이 겪어봤을 유산 불임 등 심리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까지, 여성의 정신 건강에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익주) 버나비 애드먼즈 지역에 2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저희만의 방식으로 고객분들을 돕고 싶은데 현재 장소가 약간 협소한 편이라, 지금까지 쌓아온 노하우를 가지고 동료와 함께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을 가까이에서 만나뵙고, 고객 한분 한분마다 시간과 정성을 다해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그렇게 해 드릴 수 있다는 것이 제 자부심이기도 합니다.
Q. 여성자신 독자들에게 전해드리고 싶은 건강 관련 팁이 있다면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모든 질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합니다. 건강이 나빠진 상황에서 관리하기보다는 평소에 주기적인 건강 검진, 적어도 혈액 검사만이라도 받아서 질병 예방에 신경을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캐나다 의료 시스템에서 가장 쉽게 1차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곳이 약국이므로 특별히 불편한 곳이 없더라도 가끔 들러서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아요. 독자 여러분 항상 건강하시고 관리도 에방도 잘 하시길 바랍니다!
여성자신 편집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