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와 서부에 위치한 벨 고등학교(Bell High School)의 수석 졸업생 엘리자베스 야오(Elizabeth Yao)가 졸업식 연설에서 팔레스타인 관련 발언을 한 이후 학교 측으로부터 등교 자제를 요청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야오는 지난 6월 6일 열린 졸업식에서 지난 4년간의 학교 생활을 회고하며 연설을 이어갔다. 문제의 발언은 연설 말미, 토지 인정(Land Acknowledgement) 직후에 나왔다. 야오는 “진실과 화해에 대한 헌신으로, 오늘날의 식민주의적이고 집단학살적인 만행 또한 반드시 언급해야 한다”며 “가자지구에서 학살된 1만 7천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아동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관객 중 일부는 박수로 화답했다. 하지만 다음 날, 야오는 교장으로부터 전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교장은 해당 발언이 “피해를 야기했다”며 월요일에는 등교하지 말라고 알렸다.
이에 대해 야오는 “학교와 교육청이 지난 4년 동안 강조해온 가치, 즉 억압받는 이들에게 목소리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배움을 적용한 것뿐”이라며 “이번 결정은 실망스럽고 분노스럽다”고 밝혔다. 야오는 등교 자제를 요청받았음에도 월요일 학교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오타와-칼턴 교육청(OCDSB) 이사인 라이라 에반스(Lyra Evans)는 이번 사안에 대한 시민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그 누구도 야오의 발언 자체에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에반스 이사는 “졸업을 3주 남긴 수석 졸업생이 등교 정지를 당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계속 받고 있다고 전했다.
야오의 친구이자 동급생인 하나 압달라(Hanna Abdalla)는 “오히려 팔레스타인에서 매일같이 고통받는 학생들의 현실에 대해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야오의 발언은 그들을 위한 목소리였다”고 지지했다.
한편, 학교 측은 CBC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으며, 교육청은 이메일을 통해 “졸업식은 학생들의 성취를 축하하는 자리이며, 복잡한 주제를 논의하기에 적절한 포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야오 학생은 정학 처분을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야오의 발언이 광범위한 관심을 끌며, 캐나다 무슬림 전국위원회(NCCM)는 야오와 접촉해 지원에 나섰다. 해당 단체의 법률국장 누사이바 알-아젬(Nusaiba Al-Azem)은 “학생에게 정식 정학 처분 없이 등교하지 말라고 한 것은 교육청 정책 위반”이라며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 발언을 유해하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반(反)팔레스타인적 지우기이며 차별 행위”라고 비판했다.
에반스 이사 또한 “야오 학생은 교육청의 행동 강령이나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자유로운 팔레스타인’과 같은 구호나 상징은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허용된다고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에반스 이사는 “교육청은 이번 조치를 철회하고, 야오 학생의 성적표에 어떠한 불이익도 남기지 않으며, 팔레스타인 공동체에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캐나다 교육 현장에서의 표현의 자유, 정치적 발언의 허용 범위, 그리고 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긴장이 고등학교 현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자료=CBC News
정리=여성자신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