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August 15, 2025

체르니

고현진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가까이에서 들어보지 못한

야트막한 피아노 집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평온한 소리

건반을 누르는 고고한 모습을 보며

가는 길을 멈춰 서고

발에 걸린 애먼 돌멩이만 찼다

 

 

머리 위로 흐르는 소리가 있고

발밑을 구르는 소리가 있어

하늘과 가까운 사람이 있고

땅과 가까운 사람이 있듯이

 

 

학교에 모인 아이들이

너는 어디까지 치냐고

숫자를 말할 때

그 아름다운 소리는 돈과 같아서

손가락으로 세다 보면

책상에 고개를 떨어뜨리고 하품을 했다

 

 

체르니, 그 이름이 예뻐서

입 안에 넣고 사탕처럼 굴리는 동안

구겨진 유년은 먼지를 덮고

기죽은 동물처럼 웅크렸다

 

 

하굣길을 반복하며 다다른 퇴근길

돌멩이에 걸려 비탈길을 구른다

 

 

건반 대신 허공을 치며

낙하하는 동안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

 

 

머리 위로 흐르는 소리가 있고

뺨을 때리고 구르는 돌 소리가 있어

체르니, 말해보고

한참을 바닥에 엎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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