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2016년 파리에서 벌어진 보석 강도 사건의 피해자인 미국의 유명 인플루언서 겸 기업가 킴 카다시안이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법정에 출석해 당시 상황을 직접 증언했다. 그는 강도들이 들이닥쳤던 그날을 “삶을 완전히 바꿔놓은 밤”이라고 회상하며, 사건이 남긴 깊은 상처와 공포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았다.
■ “그 순간, 나는 죽는 줄 알았다”
카다시안은 사건 당시 호텔 방에서 잠에 들 무렵 낯선 발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처음엔 언니가 돌아온 줄 알았지만, 곧 복면을 쓴 괴한 두 명이 컨시어지를 인질로 끌고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 경찰 제복을 입고 있던 이들은 그녀를 침대에 밀치고 결박한 후 총을 겨눴다.
그는 “나는 아이들이 있는 엄마다. 제발 살려달라고 말했다”며, 강도 중 한 명이 성폭행을 시도할 것이라 확신했을 정도로 두려웠다고 전했다. 이후 입이 막힌 채 욕실에 감금되었지만, 가까스로 테이프를 풀고 호텔 내 다른 사람과 함께 발코니에 숨어 구조를 기다렸다고 밝혔다.
■ “보석이 아닌, 추억이 도둑맞은 것”
강도들은 그녀가 행사에서 착용했던 고가의 다이아몬드 반지와, 고인이 된 아버지로부터 받은 시계 등 수백만 달러 상당의 보석을 훔쳐 달아났다. 카다시안은 “그건 단순한 금전적 가치가 아니라, 소중한 기억들이었다”며 울먹였다.
■ 디지털 흔적 따라 범행… 이후 ‘복제 범죄’까지
수사 당국은 범인들이 SNS에 남긴 위치 정보와 사진 등을 추적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카다시안은 이후 실시간으로 SNS 게시를 하지 않으며, 외출 시 경호원을 최대 6명까지 동행시키고 호텔도 복수의 객실을 예약하는 등 일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사건 직후 LA 자택도 도난 피해를 입었으며, 이는 모방 범죄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 “용서하지만, 상처는 남아”… 법정에서 공개된 피고인 편지
재판 중 판사는 건강 문제로 출석하지 못한 피고인의 사과 편지를 낭독했다. 편지에는 텔레비전에서 그녀의 눈물을 보고 깊이 반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카다시안은 “진심으로 감사하고, 용서한다”며 감정을 드러냈지만, “그러나 이 경험이 남긴 상처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현재 법학 공부 중인 그는 “누구나 두 번째 기회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고도 덧붙였다.
■ 다이아몬드 목걸이로 표현한 ‘당당함’
카다시안은 이날 약 150만 달러 상당의 고급 보석 목걸이를 착용하고 법정에 출석해 주목받았다. 일각에서는 이를 사건 당시 자신에게 가해졌던 ‘사치와 이미지’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되찾기 위한 상징적 표현으로 해석하고 있다.
■ 재판 향방과 앞으로의 일정
이 사건과 관련해 총 12명이 기소됐으며, 이 중 1명은 사망하고 1명은 건강 문제로 불출석 상태다. 언론에서는 고령 피고인들이 포함된 점에서 ‘할아버지 강도단’이라고 부르지만, 검찰은 이들이 단순한 노인이 아닌 조직적 범죄자들이라고 주장한다. 피고인들은 무장 강도, 감금, 범죄 조직 연루 등의 혐의로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카다시안은 “내 진실을 말할 수 있어 감사했다. 이제는 이 일을 끝내고 싶다”며 증언을 마무리했다. 재판은 오는 5월 23일 최종 결론이 내려질 예정이다.
자료=AP통신
정리=여성자신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