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음악과 함께 성장하는 따뜻한 오케스트라”
음악과 함께 해온 그녀의 소중한 세월들을 두시간의 인터뷰에 얼마나 담을 수 있을까 잠시 생각했다. 몇배속으로 빨리 돌린 듯한 화려한 언변이 발휘되는 동안 우린 참 많이 웃었다. 어느새 악기들에 둘러싸인 연습실 내부가 잔잔하고도 행복한 에너지로 꽉 차 있었다. 아, 이렇게 전해지는 게 바로 긍정적인 ‘기운’인가 보다. 과연 그녀는 듣던대로 ‘밴쿠버의 엔돌핀’이 맞았다.

Q.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포트무디 청소년 교향악단 단장 겸 상임지휘자 박혜정입니다. 저희는 40여명의 중고등학생으로 이루어진 단체로, 음악적 테크닉이나 경쟁보다는 서로에게 멘토와 멘티가 되어 음악 안에서 함께 성장해 나가며 청중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전하는 오케스트라입니다.
Q. 음악인으로 성장해 이민 후 커리어를 이어오신 과정이 궁금합니다.
초등학교때 취미로 시작한 바이올린이 고등학교 때까지 이어졌고 음악교사였던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음대 진학을 준비해 이화여대에 입학했어요. 이후 특별한 교습법을 지닌 스승에게서 사사 받으며 티칭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바이올린으로 석사 과정을 마친 뒤 불가리아에서 유학을 하고, 밴쿠버 아카데미에서 지휘 공부를 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어요. 그러던 중 음악 교본에 대한 새로운 연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당시 사용하던 대부분의 일본 교재들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우리나라 어린이들을 위해 바이올린 교본을 만들었죠. 본격적으로 음악교육에 대한 지식을 쌓기 위해 교육대학원에서 공부하며 교본 연구에 대한 논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점차 나만의 교습법을 개발해 나갔고, 풍부한 경험과 노력 끝에 원포인트 레슨으로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티칭 능력을 키워나가며 자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2000년 이민을 온 뒤 밴쿠버에서도 크리스찬 한글학교 오케스트라에서 볼런티어로 일한 것을 시작으로 음악인으로서의 길을 꾸준히 걸을 수 있었습니다.
Q. 한인 청소년 교향악단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한국에서도 이미 성남 청소년 교향악단을 창단한 경험이 있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음악을 접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었죠. 그런데 이곳 밴쿠버에서 한글학교 오케스트라를 이끌다 보니 한국 청소년으로 구성된 교향악단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타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며 외로움을 느끼거나 방황하며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음악을 통한 안정감으로 채워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죠. 여러 시도와 노력 끝에 캐나다 뮤즈 청소년 교향악단을 만들게 되었고 11년간 활동하며 한국인 뿐 아니라 캐나다 학생들도 멤버가 되어 로컬 사회에도 감동을 전하는 단체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후 여러 검증 과정과 공청회를 통해 시에서 인정 받아 포트무디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탄생했습니다. 활발한 활동과 실력 향상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공간 부족 등 현실적인 면에서는 아직 아쉬운 부분들이 남아 있습니다.
Q. 음악이 아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중요한 시기인 청소년기에 음악으로 안정감을 갖고 위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나 분노 등 불안한 감정을 완화시킬 수 있고 특히 저희 오케스트라 팀 안에서는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으며 객관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매년 가을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콩쿨도 열 예정이고 대학 진학을 위한 실질적인 준비도 함께 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제도로 운영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책임감을 갖고 진로를 결정해 한발 한발 나아가도록 함께 돕고자 합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꿈’ 입니다. 청소년기에 꿈을 갖고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항상 조언하고 있어요. 제가 동요 작곡가로 활동하던 시절 만든 노래 중 두 곡이 한국 교과서에 실려있는데 그 제목도 ‘지구 마을’과 ‘꿈배를 띄우자’입니다. 뜻깊은 행사에서 연주되기도 하고 국립국악원 국악동요제에서 수상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애착을 갖고 있는 단어가 바로 ‘꿈’이죠.
Q. 5월 말에 예정된 ‘유엔젤 보이스’와의 공연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오는 31일 토요일 저녁 7시 PA( Pacific Academy )에서 열리는 ‘Freedom & Peace Concert’는 한국의 클래식 보컬 그룹 ‘유앤젤 보이스’와 포트무디 청소년 오케스트라 그리고 플루티스트 안지우,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원, 소프라노 안젤리나 박과 K-어린이 합창단의 연주로 청중들의 평생 기억으로 남을 아름다운 공연이 될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UAngel Voice’는 5인조 남성 그룹으로, K-Classic분야의 새 지평을 열며 클래식을 중심으로 팝핀,국악,재즈,팝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활발한 무대에 서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려왔어요. LA 대한민국 광복70주년 기념음악회, 한미연합 135주년 기념콘서트, 오스트리아 비엔나 콘서트 등을 통해 미국,유럽,일본 등에서 수많은 청중들에게 눈물과 감동을 선사했으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죠. 이번 공연으로 교민들 뿐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한국적인 곡을 알리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음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가치관이 있다면
광림교회 실버스쿨 노래교실에서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음악 이론 뿐 아니라 유행가의 기본적인 이론과 노래를 가르치며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정신은 생각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누어 주고 감사의 마음을 온전히 전달 받았을 때 정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어른들에게는 힘과 앤돌핀을, 아이들에게는 음악을 사랑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습니다. 음악으로 청중의 마음에 닿고 싶다면 테크닉보다 감동이 있는 연주를 해야합니다. 자라나는 우리 청소년들은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가며 끊임없이 배우고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Q.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신가요.
그동안 청소년들을 위해 일해왔던 것처럼 제 목표이자 꿈 또한 후학 양성에 뜻을 두고 있습니다. 곧 캐나다 총신대에 입학해 공부할 예정입니다. 항상 준비하다 보면 내가 원하던 꿈에 이르는 기회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인의 길을 걸으며 쌓아온 다양한 경험과 음악에 대한 사랑을 바쳐 종교음악과를 만드는 의미있는 일에 기여하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습니다.
여성자신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