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 정체성, 문화차, 인종차 등… 2세를 키워낸 이민 가정이라면 대개 친숙한 말들인 동시에 가장 막연하고도 숙연한 숙제처럼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주제들일 것이다. 이 고민을 함께 짊어지고 우리 한인 2세들에게 한국인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잊지 않도록 따뜻한 문화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고자 노력해온 분들이 있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프레이저밸리 한국어학교 교장선생님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안녕하세요.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프레이저밸리 한국어학교 교장 권순노 입니다.
Q. 한국어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있었는지요.
2001년 이민을 오기 전까지 한국에서 아이들 독서와 글쓰기를 가르쳤습니다. 이민 후를 계획하며 한국어 교육에 관련된 직업을 갖기 위해 연세 어학당에서 한국어 강의 과정을 이수했어요. 그리고 밴쿠버로 이민 와 2002년 9월 밴쿠버 크리스찬 한국어학교에서 수업을 시작한 것이 첫 출발이었네요. 그렇게 이곳에서 첫 직업으로서 한국어 교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프레이저밸리 한국어학교 교장으로 재직하신 과정은 어떠셨나요.
민완기 이사장님과 함께 헤브론 교회에서 토요 교실을 열었던 것으로 출발했었지요. 그렇게 프레이저밸리 한국어학교에 몸 담으며 3년이 지나고 5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를수록 더 큰 보람과 자부심이 차곡차곡 쌓여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었지만 내 스스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긍심이 새로운 에너지가 되어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2014년부터 교장으로서 새롭게 의욕을 다져 학교와 학생들에게 좀 더 단단한 시스템을 마련하고 더 든든한 결속력을 다져 주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현재 밴쿠버에는 45주년을 맞은 광역밴쿠버 한국어학교와 30주년인 저희 프레이저밸리 한국어학교 그리고 25주년이 된 김대건 성당 한국어학교가 ‘캐나다서부지역 한국학교 협회’ 일원으로 서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서부지역 한국학교 협회가 새롭게 정비되면서 협회장으로 명정수 광역밴쿠버 한국어학교 교장선생님께서 맡아주셨고 그뒤를 이어 제가 협회장을 역임했을 당시 코로나 시기를 겪었습니다. 한국어학교 교사들은 각자의 직업을 병행하며 수업시간 외에도 개인시간을 더 할애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에 책임감과 애정 없이는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다함께 협심해 여러가지 과정들을 이겨내며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지난 6월엔 30주년 작은 불꽃행사를 갖는 등 감사한 일이 많았습니다.
Q. 한국어 교육이 어떤 가치를 갖는지 그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캐나다에서 태어난 우리 2세 아이들에겐 정체성이 약간은 다르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어 공부에 대한 절실함을 본인들이 깨닫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에 일단 수업을 재밌고 즐겁게 진행하려고 노력합니다. 어릴 때 한국어 교육을 받는 것이 정서적 문화적으로 좀 더 자연스럽게 젖어들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문화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확산되는 요즈음 2세들 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배우고 싶은 언어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제 2외국어로서 인정받기 시작해 향후 정규 외국어 과목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믿기에 한국어 교육의 미래는 밝다고 봅니다.
Q. 학교를 이끌어오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교육 철학이 있으신가요.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수업을 받는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저희는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청소년들도 다같이 학교 학생으로 대합니다. 한국어학교에 오는 모든 학생들에게 이 한국어학교란 공간이 한결같이 감싸주고 안아주는 따뜻한 곳, 위로와 마음의 쉼터가 되는 곳이 되기를 바랍니다. 언어와 문화를 배우기 위한 시간만이 아니라 사랑받는 시간과 공간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희 학교는 특별히 우수한 학생을 선정해 시상하는 제도가 없습니다. 모두의 노력이 칭찬받고 모든 작품이 전시되도록 하며 누구나 동요 부르기 등 모두에게 다 기회를 줍니다. 경쟁 보다는 함께 어울리는 즐거운 기억을 만들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종업식날 저희는 모든 아이에게 시상을 합니다. 아이들 각각의 장점을 칭찬하는 의미로 다양한 부문을 만들어 시상합니다. 성실상, 재치상, 유머상, 고운 마음상, 예절바른 어린이상 등등 많습니다.
Q. 가장 보람을 느끼신 순간이 있다면.
한국어 수업을 9학년까지 받은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기위해 다시 찾아와 공부도 하며 봉사를 겸하는 학생들을 볼 때 참 대견하고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그렇게 2년 3년 봉사활동을 하며 학교일에 적극적인 아이들을 보면서 책임감과 함께 큰 보람을 느껴요. 특히 대학을 졸업한 뒤 더 많은 일들을 뒤로하고 한국어교육에 힘을 보태고자 돌아온 학생들을 볼 때 참 감격스럽습니다. 한국어학교에서의 시간들이 좋았던 추억, 따뜻한 느낌으로 간직되었기에 다시 돌아오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뿌듯하기도 하지요.
Q.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조언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린 학생들이나 외국인 등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한국어를 항상 따뜻하게 기억해 줬으면 합니다. 공부가 아니라 물에 젖어들듯이 자연스럽게 익혔으면 좋겠어요. 예를들면 한글로 간단히 카드를 쓰거나 전화로 한국어를 사용해 인사드리기, 또는 한국어로 동화책 읽기나 옛날 이야기 듣기 등 한국어와 멀어지지 않도록 생활속에서 노력하기를 바랍니다. 또한 가르치는 부모님들에게도 한마디 당부하고 싶은 것은, 한글을 익히는 아이들에게 관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쓰고자 하는 내용에 대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마시고 맞춤법 같은 경우는 관대하게 하셔도 좋을 거에요. 항상 격려하고 포용하는 우리 문화 우리말, ‘따뜻한 한국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여성자신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