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입고 미래를 잇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에서 웨딩 및 한복 전문 사업가로, 나아가 세계적인 여성단체의 리더로서 그리고 한인 문화를 위한 봉사까지 다채로운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는 이민사회 속에서 한복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전하며 밴쿠버 한인 공동체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고 있다. 한국의 전통 문화와 차세대의 새로운 출발을 이어주는 의미있는 행보로 밴쿠버 한인사회에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 묵묵히 한길을 걸어온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저는 현재 밴쿠버에서 토탈 웨딩 ‘Wedding Story’를 운영하고 있고, 한인 문화협회 이사로 한국 문화 전파를 위해 봉사를 하고 있으며 이번에 한인 여성단체KOWIN(Korean Women’s International Network)의 제 8대 회장으로 선임되어 8월부터 활동할 예정입니다.
Q 밴쿠버로 이민 오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1991년, 제 의사와 상관없이 가족의 이민 결정으로 인해 한국에서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처음 밴쿠버에 발을 딛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인 1.5세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제 의지로 온 게 아니다 보니 첫 몇달은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너무나도 힘든 시간을 보냈죠. 학교를 마치고 한국에서의 삶을 꿈꾸며 다시 돌아간 내 조국은 그리 생각했던 것처럼 절 반기지 않았고 물에 뜬 기름처럼 뭔가 융화되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이후 밴쿠버로 돌아왔고, 이곳에서의 새 삶을 위해, 정착하기까지 진심을 다해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Q 여러가지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신데, 커리어를 쌓아오신 과정들이 궁금합니다.
처음엔 밴쿠버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시작해 웨딩 메이크업 스페셜리스트가 되었습니다. 포토그라퍼인 남편과 함께 토탈 웨딩샵 <Wedding Story>를 운영하며 한인 혼주분들의 불편함을 덜어주고자 한국에서 한복을 수입해 맞춤, 대여를 시작하면서 한복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한인 2세들이 결혼을 준비하면서 한국이라는 문화적인 요소를 결혼에 가미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고 폐백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한인 사회와 연결이 되어 각종 문화적인 행사가 있을때마다 각 단체에서 연락을 주셨고, 저는 우리 문화를 알리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참석했습니다. 그렇게 다른 커뮤니티와 한인 사회의 네트워크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앞장서 노력해 온 것을 좋게 봐주셔서 지금의 자리에서 중요한 임무들을 맡게 된 것 같습니다.
Q 사업가로서 입지를 굳히시기까지 힘든 시기도 경험하셨을텐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웨딩이라는 한우물만 파면서 어떻게든 ‘결혼’이라는 삶의 새 챕터를 쓰는 새신랑, 신부가 결혼 준비의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할 수 있도록 고민해 왔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각종 미디어와 온라인 정보 수집이 가능해 예전에 비해 훨씬 수월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결혼식이라는 게 어떤 공식이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예상치 못한 변수와 그때마다 다른 대처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몇만 쌍의 웨딩을 도왔지만 아직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웨딩은 리테이크(retake)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보니 실수나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아주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하고 만일에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해야 해서 오랜 경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한 2020년 모든게 멈춰버린 코로나 시즌, 캐나다에선 전면 웨딩 금지를 선언하고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모임 규제와 제한으로 인해 잊지 못할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시기를 견디지 못해 웨딩 필드에서 물러난 많은 후배들을 보며 참 안타까운 심정이었습니다. 저 또한 이 필드에서 내려와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지만 끝까지 버텨내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예전에 저희를 통해 결혼식을 하셨던 커플들이 장성한 자녀들의 졸업 프롬 때문에 다시 찾아 주셔서 더더욱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Q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죠. 어떤 단체들인지 소개해 주세요.
<밴쿠버 한인 문화협회>는 한국 문화의 다채로운 매력을 현지에 알리기 위한 비영리 단체로, 매년 열리는 문화축제를 중심으로 공연, 전시, 체험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자긍심을 높이고, 한국과 캐나다 사회 모두에게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코윈밴쿠버 KOWIN- Korean Women’s International Network>는 대한민국 여성가족부 산하 세계 한민족 여성 네트워크의 캐나다 밴쿠버 지부입니다. 한인 전문직 여성들의 세미나, 워크샵 등의 네트워크를 통한 리더십과 권익향상을 목표로 활동해왔습니다. 제가 활동할 임기동안의 목표는 전문직 여성으로 국한짓지 않고 모든 한인 여성의 활발한 네트워킹과 멘토링으로 이민, 출산, 육아 등의 이유로 경력 단절된 한인 여성과 심각한 청년 실업률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 자녀들을 위해 영향력 있는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또한 한인들의 권익과 사회 참여를 증진하는 데 힘쓰는 여성 리더십 단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곧 열릴 한인 문화의 날 행사에 대해 기대가 큽니다. 뜻깊은 자리에 많은 분들이 참여하실 수 있도록 소개를 부탁 드릴게요.
제 23회를 맞이하는 <밴쿠버 한인 문화축제>는 7월 19일 버나비 스완가드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올해는 기존에 수고해주신 몇몇의 이사님들을 도와 한층 젊어진 새로운 이사님들이 몇달 전부터 다양한 공연과 체험 등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저도 이번에 한국의 미를 알릴 한복 패션쇼를 준비 중입니다. 전문 모델이 아닌 한국 문화를 알릴 열정적인 밴쿠버에 한인분들의 발런티어 모델 지원을 받고 있는 중인데 하루만에 수십명이 지원을 해서 행복한 고민 중에 있습니다. 또한번 전세계를 강타한 오징어 게임의 인기로 딱지치기, 제기차기, 줄다리기 같은 전통 놀이 체험도 풍성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올해는 특히 젊은 이사진들의 타 커뮤니티와 적극적인 네트워킹으로 서로의 행사에 함께 참여하며 한국 문화 전파에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Q 보람을 느끼신 순간들이 많았을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많은 기억들이 있지만 지금 이 순간이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정확히 17년전, 6월 28일 여성자신과의 인터뷰와 함께 30대 초반의 제 사진이 표지에 실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밴쿠버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힘쓰는 50대 한인 여성 리더로서 이렇게 다시 여성자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 스토리를 공유하고 있으니,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제 스스로에게 보람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신가요.
바로 ‘건강한 삶!’이 제 목표 입니다. 육체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 아들 삼형제를 키우며 일하는 엄마로 살았던 지난 세월 많은 것을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나 스스로를 돌보는 삶은 사치라 여기며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50대가 된 지금, 이젠 새로운 것도 도전해 보고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에게 작은 힘이 될 수 있는 멋진 중년 여성으로 더욱 성장해 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