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길도 꽃길 만큼 이쁘단 걸 알게 된 이후부터
굽이치는 강물같던 내 심장은
호숫가 벤치에 내려앉기 시작했다
이 산책길 어디에선가 마주쳐
눈 인사를 했을지도 모르는 분이 남긴 벤치
철판에 새겨진 차가워진 이름
태어나신 해에서 떠나신 해까지
손가락 온기로 그 인생 잠시 덥힌다
호수 곁에서 살아가실 또 한 백년
망설이다 놓쳐버린 꽃들,
찾아 헤매시지 않아도 돌아와 피겠지
툭 툭 다가와 말 거는 낙엽들과
푸르렀던 시절로 뜀박질도 하시겠지
벤치 끝에 걸터앉은 심장과
깊숙이 기대앉은 심장의 무게는 같을까
설레임 때문에 쿵쾅거릴 때와
카페인 때문에 뛰는 심박수는 다를까
물들지도 못하고 검게 마른 나뭇잎 하나
바람에 떨어진다
그 잎 주워 벤치에 앉히고 천천히 나는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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