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산업, 화려한 빛 뒤의 그림자
세계 3대 오염 산업 중 하나로 꼽히는 패션 업계는 화려한 이미지와 달리 막대한 환경 부담을 안고 있다. 매년 9200만 톤에 달하는 섬유 폐기물이 발생하고,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는 통계도 있다. 빠른 생산과 소비를 강요하는 ‘패스트 패션’의 구조는 자원 낭비와 환경 오염을 가속화해 왔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소비자와 브랜드, 나아가 스타들까지 변화의 필요성을 외치며 등장한 것이 바로 지속가능 패션이다.
전 세계를 흔드는 ‘지속가능’ 트렌드
지속가능 패션은 단순히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옷의 생산·유통·소비·폐기 전 과정에서 환경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윤리적 책임을 다하는 것을 뜻한다. 최근 해외 무대에서는 구체적인 사례가 잇따른다.
할리우드 배우 Cate Blanchett는 2025년 에미상 레드카펫에서 과거 착용했던 드레스를 재활용해 입으며 “옷은 한 번 이상 입을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Gwyneth Paltrow는 새 브랜드 ‘Gwyn’을 출범하며 “오래 입을 수 있는 기본 아이템”을 내세웠다. 또, H&M 그룹 계열의 COS는 뉴욕 패션위크 무대에서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며 고급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잡으려는 시도를 이어갔다.
벨기에 디자이너 Mats Rombaut는 파인애플 잎 가죽과 재활용 소재로 만든 신발을 내놓았고,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PUMA와 협업해 지속가능 운동화를 출시했다. 이처럼 전 세계 패션 무대는 “환경과 윤리”를 담은 옷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한국 브랜드들의 도전
국내 패션 업계도 변화에 합류하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서울패션위크에서 바다 폐어망을 재활용한 나일론 ‘regen Ocean’과 바이오 스판덱스를 선보이며 기술 기반 친환경 패션을 강조했다. 디자이너 브랜드 줄라이칼럼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제로 웨이스트 컬렉션을 공개했고, 제주삼다수는 패션위크 현장에서 사용된 페트병을 수거해 업사이클링 굿즈로 재탄생시키는 순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국내 대표 지속가능 패션 브랜드로 꼽히는 파츠파츠(PARTsPARTs)는 단일 소재 활용, 무봉제 접착 방식, 레고 블록형 패턴 설계 등으로 원단 낭비와 부자재 사용을 최소화한다. SPA 브랜드 스파오·에잇세컨즈·탑텐도 오존 워싱 데님 등 친환경 공정을 일부 도입하며 ESG 경영을 알리고 있다. 이너웨어 브랜드 미언더는 재생 섬유와 생분해 패키징을 활용하며 소비자와 직접적인 접점을 넓히고 있다.
패션의 미래, ‘입는 가치’로 정의된다
지속가능 패션은 이제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라 패션 산업의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들의 의식 변화와 스타들의 영향력, 글로벌 브랜드와 국내 기업의 실험이 맞물리며, 패션은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환경과 윤리에 대한 선택으로 확장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브랜드의 경쟁력은 디자인이 아니라, 얼마나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화려한 옷을 넘어 지구와 사회를 존중하는 옷. 이제 패션은 ‘입는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