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88)이 4월 21일 오전 7시 35분, 이탈리아 로마의 제멜리 병원에서 선종했다. 바티칸 교황청은 공식 성명을 통해 교황의 사망 원인을 “뇌졸중에 이은 혼수상태 및 심혈관 순환 붕괴(irrevocable cardiocirculatory collapse)”라고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몇 달간 폐렴과 그 합병증으로 투병 중이었으며, 병세가 악화돼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미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2013년 베네딕토 16세의 사임 이후 제266대 교황으로 즉위했다. 그는 로마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남미 출신 교황이자, 예수회 출신 교황으로 기록되며, 전통적인 교황상과는 다른 ‘소박하고 진보적인 지도자’로 세계인의 존경을 받았다.
바티칸은 교황 선종과 함께 2022년 6월 29일 자로 작성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장에는 단순하지만 의미 깊은 메시지와 함께, 자신이 묻힐 장소와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바람이 담겼다.
서 “내 지상에서의 삶의 석양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며 “영원한 생명에 대한 살아 있는 희망을 지닌 채, 단 한 가지 — 내가 묻힐 장소 — 에 대해 남기고자 한다”고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육신이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Santa Maria Maggiore Basilica)에 안식하길 요청한다”고 밝히며, 이곳은 자신이 교황 즉위 후 첫 외부 방문지로 선택한 장소이자, 해외 순방 후마다 기도했던 깊은 애정의 장소임을 언급했다.
그는 무덤의 구체적인 위치와 도표까지 첨부했으며, “무덤은 지하에 있어야 하며, 특별한 장식 없이 단 하나의 비문만 있어야 한다. 그 비문은 단지 ‘Franciscus(프란치스쿠스)’라는 라틴어 이름 하나면 충분하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으로서의 재위 사실조차 비문에 새기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나를 사랑해주고, 기도해준 모든 이들에게 주님께서 합당한 보상을 내려주시기를 기도한다”며 유언장을 마무리했다. 또한 안장 비용은 자신이 별도로 마련해둔 후원금으로 충당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CNN과 바티칸뉴스 등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묻히게 되면, 이는 교황 역사상 바티칸 외부에 안장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부분의 전임 교황들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내 지하 묘역이나 교황묘지에 안장돼 왔다. 교황의 이런 선택은 평소 그가 강조하던 검소함과 겸손한 리더십, ‘가난한 이들의 교회’라는 신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교황의 선종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에서 애도의 물결이 일었다.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는 교황의 향년 88세를 기리며 대성당의 종이 88번 울렸고, 내부에는 교황의 사진이 걸렸다. 정오에는 추모 미사가 진행되었으며, 22일 아침 8시에는 특별 미사가 예정돼 있다.
파리시는 이날 밤 에펠탑의 조명을 끄기로 결정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연대, 평화, 인성의 보편적 메시지를 끊임없이 실천하신 분”이라며 “특히 아무것도 갖지 못한 이들의 인간 존엄성을 위한 그의 투쟁은 우리 시대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고 추모했다.
가톨릭 전통이 강한 스페인도 3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펠릭스 볼라노스 법무부 장관은 “우리는 선한 분이자 위대한 교황의 죽음을 애도한다”며 교황의 활동과 가치에 깊은 공감을 표했다.
교황의 선종 소식을 들은 전 세계 신자들과 시민들은 로마 교황청 앞 성 베드로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일부는 눈물을 흘리며 촛불을 들었고, 외국에서 온 수녀들은 손을 모아 조용히 기도했다.
바티칸은 교황의 장례 미사를 오는 4월 25일 성 베드로 대성당 광장에서 집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언에 따라 의식은 간소하게 진행되며,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과 추기경단이 참석할 예정이다.
교황의 선종으로 교황직이 공석이 됨에 따라, 바티칸 추기경단은 향후 수일 내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추기경 비밀회의)를 소집할 계획이다. 차기 교황 선출은 가톨릭 세계뿐 아니라 세계 정치·외교에도 큰 영향을 미칠 중요한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리=여성자신 편집팀
사진출처=C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