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쉬지 못하면, 아이는 자라지 않습니다
“밥도 잘 먹고, 활동도 하는데 왜 우리 아이는 키가 안 클까요?” 이 질문은 한국에서도, 여기 캐나다에서도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아이마다 상황은 조금씩 다릅니다. 체성분 분석, 성장판 초음파 진단, 영양 평가까지 모두 정상이더라도, 아이의 성장에 영향을 주는 또 하나의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숨을 어떻게 쉬고 있는가입니다.
아이의 키를 막는 숨겨진 원인, ‘코’일지도 모릅니다
최근 성장에 대한 연구들은 하나의 공통된 신호를 강조합니다: “호흡기 건강과 성장 발달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2023년 Journal of Pediatrics의 연구에 따르면, 알레르기 비염이나 아데노이드 비대가 있는 아동은 그렇지 않은 아동보다 평균 성장 속도가 낮고, 치료 후 성장호르몬 수치가 유의미하게 증가했습니다. 또한, Pediatric Allergy and Immunology 2022년 논문에서는 비염 치료 이후 아이들의 수면 단계와 성장호르몬 분비 리듬이 회복되었다는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입으로 숨 쉬는 습관, 반복되는 코막힘, 중이염이나 편도염 이력은 모두 깊은 수면을 방해하고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할 수 있습니다. 성장이 느려지는 원인을 찾을 때, 호흡기 건강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ENT 진료, 캐나다에서는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비염이나 코막힘 증상이 나타나면 근처 이비인후과에서 비내시경 검사를 받고 빠르게 진단과 치료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캐나다는 시스템이 조금 다릅니다. 가정의(GP)를 통해 상담한 뒤, 필요시 전문의 referral을 통해 ENT 진료를 연결받는 구조입니다.
이런 체계는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을 관리하는 데는 장점이 있지만, 호흡기 증상이 만성적으로 진행되거나, 입호흡이 습관화되는 경우, 전문의 진료까지의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성장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눈에 띄지 않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성장, 단지 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의학에서는 성장 발달을 단순한 ‘키의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비(脾) · 폐(肺) · 신(腎) 세 장기의 균형이 잘 맞아야 아이의 소화 흡수, 에너지 생산, 수면, 호르몬 분비까지 건강하게 이어진다고 봅니다. 그중에서도 폐가 약한 아이들, 즉 호흡이 불편한 아이들은 비염, 편도염, 아토피, 천식과 함께 성장 지연, 낮은 집중력, 피로감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아이의 호흡 상태, 코와 귀, 목의 염증 이력, 잠잘 때의 자세나 입호흡 여부 등을 함께 살펴봅니다. 숨을 잘 쉬는 것부터, 아이의 성장이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호흡 치료는 성장의 중요한 시작점입니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폐 기능을 돕고, 기도를 열어주는 치료가 먼저입니다. 한방에서는 이를 위해 점막 염증을 줄이고 호흡을 개선하는 외용제와 자연 유래 한약, 침, 뜸 치료, 그리고 올바른 호흡 패턴을 유도하는 운동 등을 함께 적용합니다. 특히 호흡운동의 경우,오스테오파시나 프라하 학파의 호흡 재훈련 이론과 한의학 고전에서 말하는 복식호흡, 단전호흡은 서로 닮은 점이 많습니다. 이런 공통점을 바탕으로, 아이에게 맞는 호흡 방식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키가 크고 싶다면, 숨부터 살펴보세요
성장 정체의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닙니다. 하지만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영양, 운동, 치료가 있어도 그 효과는 떨어질 수 있습니다.아이의 키는 아이의 건강을 반영합니다. 그리고 건강은, 단지 수치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숨 쉬고 있는가”, “잠은 잘 자고 있는가”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