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pril 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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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땅 감사

김진양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대학 졸업 후 본 대학에서 조교로 있을 때 함께 근무하던 친구가 캐나다 이민 신청을 한다고 했다. 그러잖아도 북미 대륙에 관심이 많던 차여서 그 신청 과정을 뒤 따라서 하게 되었다. 거의 2 년쯤 되니까 수속이 잘 진행되어 캐나다 비자를 받게 되었다. 새봄을 맞이하며 밴쿠버 흙에 발을 디딘 지 56 년째이다. 매일 시간에 쫓기며 분주히 살다가 봄방학을 조금 즐기는 여유가 생겼다. 뒤돌아보니 감사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얼마 전에 샌디에이고에 사는 조카에게서 5월 중에 이모 가족 방문차 밴쿠버에 오겠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두 어린아이를 데리고 샌 프랜시스코에 사는 제 언니와 함께 오겠노라고. 남편들은 애완동물 때문인지 동행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그 메시지를 며칠 뒤에 보았고 하도 반가운 마음에 즉시 답을 보내어 5 월에 만나자고 했다. 그러나 반가운 마음은 거기서 멈추고 슬슬 걱정되기 시작하더니 밤에 잠이 오질 않는다. 집에 잠자리의 여유는 충분하고 어느 관광지 못지않은 동네에 와서 함께 지낼 생각을 하니 너무 설레는데, 우리의 건강 상태가 두 아가들을 데리고 오는 조카들과 함께 잘 지낼 수 있을지, 고민이 점점 커지는 것이다. 조카들이 에드먼턴에서 나고 자라는 동안 자주 만나며 즐겼던 추억들이 떠오르면서 이제 한 세대도 더 지난 성인들이 되어 각각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데리고 이모 찾아 방문 온다니 얼마나 대견한지! 며칠 동안 행복한 고민을 하다가 밴쿠버 섬에 사는 큰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저해들끼리 하와이에서 휴가를 보낸 적도 있고 또 샌디에이고에 출장 때에도 만나고 해서. 큰아들이 흔쾌히 시간 내어 도와주겠다고 해서 며칠 간의 고민에서 해방되었다. 얼마나 고마운지!

  봄방학을 앞두고 손주들이 방문 왔다. 저녁 식사 후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내 성경 필사본을 보게 되었다. 며칠 전에 우리 집에서 속회 예배를 드리면서 화제가 되어 꺼내 놓았던 그대로 책 받침대에 놓여 있던 것이다. 오랜 시간 걸려서 한글로 신 구약 쓰고, 코로나 기간에 영어로 신약만 마쳐 놓은 상태다. 앞으로 한글 본은 손자에게 영어 본은 손녀에게 주리라고 마음속에 품고 있던 생각을 말해 버렸다. 놀라운 것은 예술을 전공으로 공부하는 대학 2 년 차 손녀가 구약을 이어서 쓰겠다는 것이다. 교회에 다니지도 않는데, 이 얼마나 감사한 순간인지! 성경 필사 공책과 펜을 사주기로 했다. 몽땅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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