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pril 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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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멈춘 비행기의 승무원입니다

저자 우은빈

우은빈 작가는 일본항공사와 국내항공사에서 10여 년간 객실승무원으로 비행했다. 타인에게 먼저 다가가고 함께 미소 지으며 에너지를 주고받는 것에 큰 희열과 사랑을 느껴 2022년 그 이야기들을 담은 ‘나는 멈춘 비행기의 승무원입니다’를 펴냈다. 코로나를 계기로 퇴직한 이후에는 예비 승무원 지망생들을 만나 항공사 취업 컨설팅과 강의를 진행했다. 그러던 중 불의의 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뇌가 많이 손상되는 중상을 입었지만 굳은 의지와 강인함으로 다시 일상을 되찾으며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현재 크리에이터 우자까, 취업컨설팅 커벤저스 대표로 활동중이다. 지난 해 두번째 책으로 ‘승무원, 눈부신 비행’을 펴내며 승무원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직업 공감 이야기를 다루었다.

여전히 교보문고 주간 베스트에 올라 있는 우은빈 작가의 첫번째 에세이인 ‘나는 멈춘 비행기의 승무원입니다’는 읽는 이에게 세상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미소짓게 만든다.

그녀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비행 목표가 ‘최소 한 명의 승객과 스몰토크 하기’인 승무원이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승객들에게 말을 걸고 대화하길 즐겼다. 심드렁하게 반응하는 승객도 있지만, 알고 있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 나누기 위해 달뜬 얼굴로 이야기를 풀어놓는 승객도 있었다. 비행이 끝나고 집 혹은 호텔에 돌아와 그들과 나눈 이야기, 비행에서 있었던 일을 기록했다. 승객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비행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10년 동안 비행일지에 꾹꾹 눌러 담은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누군가는 이 책에 실린 이야기를 믿지 않을지도 모른다. ‘승무원과 정말 이런 대화를 나눈다고? 진짜 이런 일이 있었다고? 비행기를 수없이 타봤지만 나에게는 이런 일 없었는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화를 좋아하고, 승객과의 대화가 서비스뿐 아니라 안전 비행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승무원은 승객에게 말을 걸고 또 걸었다. 귀중한 피드백을 받으면 다음 비행에서 개선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는 비행 일지에 적어 기억했다. 어떤 말은 마음속에 고스란히 새겨지고, 어떤 승객은 그가 한 말로 오래오래 기억되어 비행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이 돼주었다. 그렇게 그녀는 스토리가 많은 승무원이 되었다.

사고로 뇌가 드러날 정도의 대수술을 받고,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를 넘긴 뒤 다시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힘든 가운데서도 의지를 잃지 않고 오히려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따스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그녀는 최근 강연자들, 아침마당, 유퀴즈 등 방송에서도 강연을 통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책 속으로]

도쿄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사탕 하나를 입에 물었다. 내 돈 주고 사 먹어본 적 없는 홍삼 사탕. 캐리어 끄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거리에 할머니가 해주신 말이 작게 깔리는 듯했다. “먼저 정 주는 겨. 먼저 잘해주고, 정 주고 그랴.”

누군가는 그렇게, 그 사람이 했던 말이나 이야기로 기억에 남는다. 그날의 할머니 승객은 내게 이 대사로 남아 있다. 나는 누군가의 기억에 어떤 말을 한 사람으로 남을지 잠시 생각했다.

p48 〈그렇게, 먼저 정 주는 일〉 중에서

 

국내 한 신생 항공사는 2020년 젠더리스 유니폼을 도입하며 성 상품화를 지양하고 안전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9년 영국의 A 항공사는 승무원이 화장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그리고 내가 면접을 봤던 국내 한 항공사는 여전히 최종 면접에서 자사의 치마 유니폼을 입혀 지원자를 같은 기준으로 두고 면접을 진행한다. 유니폼을 입은 다음 면접관들의 가까이 오란 말에 반 팔 간격으로 다가가 멀뚱히 서 있던 나는 나의 생각과 의지가 아니라 몸뚱이로 평가받고 있다 느꼈다.

p88 〈벗어날 수 없는 ‘승무원상’의 늪〉 중에서

 

서비스 최전선에서 일하는 우리에겐 웬만한 소리에도 끄떡없는 맷집이 생긴다. 어서 자고 다음 날 출근하기 위해서,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폭언에 집중하기보다 외면하고 덮어버리는 기술을 나름 터득하고야 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무릎 꿇어라. 다음엔 칼 들고 찾아가겠다” 같은 말에 완전히 괜찮을 사람은 없다. 고객이 길길이 날뛰는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고 대응하는 요령은 익힐지라도, 내 안위까지 위협하는 말은 들을 때마다 마음이 싸늘하게 식는다. 가슴살을 저미는 듯한 잔인함에 얼굴에서 표정이 지워지면 그것이 또 폭언을 들어 마땅한 이유가 되어버린다. 저 사람은 모른다. 우리가 얼마나 두렵고 쓸쓸한지. 닿을 수 없는 거리감에 얼마나 막막한지. 일관된 웃음을 지어 보이기 위해 실은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지. 모르니까 저럴 수 있다. 모르니까. 알려고도 하지 않으니까.

p150 〈서로에게 위협이 아닌 위로로 남을 수 있다면〉 중에서

 

 

 

자료=교보문고 주간 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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