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 태어난 최초의 세대인 Z세대(1997~2012년 출생자)가 전 세계적 불안정성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쟁, 기후 위기, 경제 불황, 정치 불안 등을 접한 이들은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고민하며, 이전 세대와는 전혀 다른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형성하고 있다.
“우린 아침 9시도 되기 전에 드론과 미사일, 전쟁으로 훼손된 아이들의 모습을 봅니다.”
25세 신경과학 및 AI 연구원 아모그 메흐로트라는 CNBC에 이렇게 말했다. 최근 몇 년간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이란과의 핵 긴장 등 전 세계적인 지정학적 갈등이 잇따랐고, 여기에 기후위기, 인플레이션, 높은 주거비, 대규모 해고 사태까지 더해지며 Z세대는 “어른이 되는 것” 자체를 유예하고 있다.
유머로 버티는 Z세대…전쟁도 콘텐츠로
Z세대는 전쟁과 불안을 콘텐츠로 전환하며 냉소적인 유머로 현실을 직면한다. “처음 맞는 전쟁이라 좀 긴장되네”라는 자막과 함께 폭격 장면을 담은 틱톡 영상은 230만 건의 ‘좋아요’를 받았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월드워3 코디룩”이라며 군복 스타일의 패션 콘텐츠가 공개되기도 했다.
“계획할 수 없는 세상” — 현실 앞에 무너지는 청년의 꿈
2021년 인도 델리에서 영국으로 유학 온 26세 타누슈리 스리바스타바는 패션 매거진에 입사하는 꿈을 안고 석사 과정을 마쳤지만, 불안한 경제와 이민 정책 속에서 결국 PR 대행사에 취업했다. 스리바스타바는 “중산층 가정에서 학자금 대출까지 받아 왔지만, 지금은 내일이 보이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전쟁 위협과 고물가, 집값 급등은 결혼과 주택 구매 등 미래 계획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녀는 “지금은 생존이 먼저”라며 “행복보다는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실제로 딜로이트가 44개국 23,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5년 Z세대·밀레니얼 세대 조사에 따르면, Z세대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재정적으로 안정되지 못하다고 답했고, 52%는 월급을 월세와 생활비로 전부 소진한다고 응답했다. 또 41%는 ‘편안한 은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불안 속에서 선택한 ‘자기 결정’…Z세대의 새로운 길
하지만 모든 Z세대가 무기력에 빠진 것은 아니다. 일부는 기존 시스템을 불신하고, 스스로의 길을 선택하며 새로운 방식의 삶을 개척하고 있다.
UC 버클리 졸업생이자 현재 스타트업 CEO인 암리타 바신(24)은 메타에 입사할 예정이었지만, IT 산업 내 불안정성과 인공지능의 대체 위협 등을 목격하고 창업을 선택했다.
“비싼 등록금 내고 CS 전공 졸업했는데도 일자리 못 구하는 사람들 많아요. 왜냐하면 이제 그 길 끝에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거든요. 그러니 우리는 시스템을 따르지 않죠.”
바신은 물류 업계 초과 재고를 거래하는 B2B 플랫폼 ‘소티라(Sotira)’를 공동 창업해 운영 중이다.
2024년 피버(Fiverr)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Z세대의 70%가 프리랜서를 하거나 그럴 계획이라고 답했으며, 25%는 창업을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목표는 조기 은퇴와 경제적 자유다.
29세 하르샤 푸자리는 자신이 원하는 일만 선택해 하는 프리랜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며,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프로젝트만을 고집한다. 그녀는 “SNS로 세상의 불의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이제는 ‘더 나은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며 “생산 수단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 우리 세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고쳐야 한다면, 제대로 고치고 싶다”
비록 전쟁, 기후, 정치 혼란 등으로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많은 Z세대는 이러한 혼돈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기성 시스템은 망가졌고, 우린 그것을 물려받았어요. 그걸 고치라고 하니 우린 그 길로 뛰어들고 있는 거죠.” 바신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세대가 있다면, Z세대는 꽤 잘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문 출처=CNBC Make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