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사 온 라일락 나무
수액 주머니 젖병인 양 물고
사시나무처럼 덩그라니 서 있다
더 힘차게 뿌리를 내려야지
비구름도 첫 햇살도 응원한다
무슨 바람이 등 떠밀었을까
어느 꽃에 흔들렸을까
IMF 뗏목에 실려 온 이민 첫해
외딴섬 부초
가려진 길
숱한 삭풍의 시간 속
긴 세월 옹고집 보따리 하나
아무리 달래고 또 구슬려도
끝내 옷고름 풀지 않은 여인처럼 돌아서 있다
그 사이 제멋대로 붙은 삭정이 아픔
이제 곰삭은 정으로 버무려 살자
언 입술 꽉꽉 깨물어 본다
얼마 전 역이민 간다는 친구의 짐에
나를 구겨 넣은 그 꾸러미
마침내 고향으로 실려 보낸다
이민살이 핏발 선 눈
황토집에서 긴 단꿈을 꾸리라
겨드랑이에 뽀얀 날개가 돋아난다
마른 등줄기 같던 그 나무
제법 넓은 푸른 옷자락을 만들어
주름진 여자의 그늘이 되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