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December 2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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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목에 실려 온 라일락 한 그루

김계옥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어제 이사 온 라일락 나무

수액 주머니 젖병인 양 물고

사시나무처럼 덩그라니 서 있다

더 힘차게 뿌리를 내려야지

비구름도 첫 햇살도 응원한다

 

무슨 바람이 등 떠밀었을까

어느 꽃에 흔들렸을까

 

IMF 뗏목에 실려 온 이민 첫해

외딴섬 부초

가려진 길

숱한 삭풍의 시간 속

긴 세월 옹고집 보따리 하나

아무리 달래고 또 구슬려도

끝내 옷고름 풀지 않은 여인처럼 돌아서 있다

 

그 사이 제멋대로 붙은 삭정이 아픔

이제 곰삭은 정으로 버무려 살자

언 입술 꽉꽉 깨물어 본다

 

얼마 전 역이민 간다는 친구의 짐에

나를 구겨 넣은 그 꾸러미

마침내 고향으로 실려 보낸다

 

이민살이 핏발 선 눈

황토집에서 긴 단꿈을 꾸리라

겨드랑이에 뽀얀 날개가 돋아난다

 

마른 등줄기 같던 그 나무

제법 넓은 푸른 옷자락을 만들어

주름진 여자의 그늘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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