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February 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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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작가 양선옥

“민화는 삶의 지혜이자 마음의 고향입니다.”

조선시대 서민들의 삶과 염원을 담아낸 실용적 회화, 민화(民畵)는 오랜 세월 민중의 소망과 일상을 담아낸 예술로, 시대를 넘어 오늘날에도 그 미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 민화를, 밴쿠버라는 이방의 땅에서 다시 피워낸 작가가 있다. 양선옥 작가는 자연에서의 감성 어린 유년 시절을 거쳐 한국화와의 운명적인 조우를 통해 예술가의 길로 들어섰고, 이제는 캐나다에서 민화를 삶의 언어로 가르치고, 그 아름다움을 전시로 풀어내며 전통의 맥을 잇고 있다. 이민자로서의 삶과 캐나다 대자연의 감동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그녀의 작업은, 두 땅의 시간과 정서를 잇는 섬세한 붓질로 문화의 다리를 놓아가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양선옥 작가의 창작 여정과 예술 철학, 그리고 전통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그녀만의 시선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Q. 안녕하세요,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 전통 그림을 전공하고, 현재 밴쿠버에서 민화 작가이자 아리아 민화화실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양선옥입니다.

Q. 작가님께서 민화와 한국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자연이 곧 놀이터였던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들꽃을 엮어 꽃반지를 만들고, 잠자리나 개구리를 잡으며 하루를 보내던 경험들은 저의 감성을 풍부하게 길러주었고, 지금 한국화를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며 애정을 가지는 큰 바탕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마땅한 놀잇거리가 많지 않았기에 종이만 생기면 늘 그림을 그리곤 했고 또 주변 어른들께서 “참 잘 그린다”는 칭찬을 아낌없이 해주셔서, 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도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특히 중학교 2학년 때, 미술 선생님께서 학교 미술 대회에 한국화 부문 지원자가 없으니 한번 나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해 주셨습니다. 그 계기로 처음 한국화 학원에 다니며 약 두 달간 먹으로 수묵화를 배우게 되었는데, 그때 먹의 번짐과 농담이 만들어내는 깊이와 여운, 그리고 여백의 미를 경험하면서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 만남이 제게 한국화를 향한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이후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저는 망설임 없이 한국화를 전공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시골에서 보낸 자연 속의 어린 시절, 그림을 통해 칭찬받으며 키운 꿈, 그리고 우연처럼 다가왔던 한국화와의 첫 만남이 오늘의 저를 만든 길을 열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Q. 밴쿠버로 이민 후, 예술 활동을 지속하신 과정이 궁금합니다.

그림을 계속 그리겠다는 마음은 이민의 삶을 선택한 것과 무관 하였습니다. 다만 이곳에서는 한국화 재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꼭 화선지와 먹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해 잠시 아크릴화를 시도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결국은 제게 가장 편안하고 잘 맞는 재료가 바로 먹의 향기와 화선지의 섬세한 표현이라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되었고, 그때부터는 한국화를 계속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 미술계에서 민화가 활발히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었는데, 왜 그렇게 많은 대중이 민화에 공감하고 열광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민화의 미적 가치를 공부하고 직접 그려보면서, 그 안에 담긴 선조들의 마음과 깊은 상징성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제 개인 작업도 민화를 통해 풀어내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그 길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Q. 전통 한국화를 이어가는 데 어려움이나 남다른 의미를 느낀 점이 있으신가요?

전통 한국화를 이어가는 길은 제게도 계속해서 많은 수양이 필요합니다. 큰 스승님들 곁에서 그들의 실력을 직접 보며 배우는 것도, 또 한국의 훌륭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장에서 접하며 제 위치를 돌아보고 성장하는 시간도 정말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서양 미술만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좋은 전시를 위해 일부러 한국을 방문하는 것도 쉽지 않아 늘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혼자 길을 가는 것 같아 외롭다고 느낄 때도 있었는데, 화실을 운영하면서 민화와 한국화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시는 회원분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함께 나누는 공감과 위로 속에서 저 역시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그 과정이 너무 감동적이고 감사하게 다가옵니다.

Q. 작품에서 자주 다루시는 주제나 상징은 어떤 것이며, 담고 있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저의 그림 작업의 근원적인 모티브는 결국 그리움인 것 같습니다. 이민을 선택할 때는 시간이 갈 수록 이렇게까지 깊은 향수와 그리움이 밀려올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민화는 인간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자연과 동식물, 그리고 시공간 곳곳에 담아낸 그림입니다. 저는 이러한 전통을 이어, 제 작품 속에도 이민자로서 새로운 삶의 행복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캐나다의 아름다운 대자연과 가까운 일상 속에서 느낀 감동과 행복한 순간들을 화폭에 담으며, 제2의 고향을 찬미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Q. 현대적인 시각에서 민화를 재해석하거나 융합한 시도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는 캐나다에 와서 토템폴을 많이 접하게 되었습니다. 토템폴은 자연을 숭배하고, 인간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동물의 특성과 힘을 수호신처럼 상징하는데, 이는 한국 민화가 지닌 상징성과도 닮아 있어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러한 연관성을 담은 제 작품 중 하나가 바로 흰머리 독수리를 그린 그림입니다. 한국 전통 회화에서는 매를 그린 그림을 ‘응도(鷹圖)’라 부르며, 매는 용맹함과 충직함, 영웅적인 기상을 상징하고, 이상적인 군신 관계를 의미합니다. 저는 캐나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흰머리 독수리의 위엄 있는 모습과 토테미즘 속 동물의 상징성이 한국 전통의 응도와 매우 유사하다고 느꼈습니다. 이에 저는 서양의 흰머리 독수리를 한국화의 전통 기법으로 표현하여, 응도와 같은 상징성을 지닌 작품으로 풀어냈습니다. 또한, 캐나다의 대표적 상징인 연어를 힘찬 물줄기와 함께 배경에 담아, 두 문화의 상징성을 어우른 작품으로 완성했습니다.

Q. ‘민화교실 아리아’를 열게 되신 계기와 현재 수업 분위기는 어떤가요?

저는 한국 전통과 문화가 지닌 깊이와 탁월함을,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글로벌 시대 속에서 자부심을 갖고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 전통 그림의 우수성을 알리고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민화 교실을 열었습니다. 혼자 작업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는 큰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느꼈기에, 밴쿠버에서도 한국 전통 그림을 즐기고 배우는 사람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현재 화실은 4년차를 맞이하였고, 그동안 다양한 직업군과 연령대의 회원님들을 만나며 깊이 있는 수업을 이어왔습니다. 회원분들은 민화를 그리면서 오방색이 주는 화려함과 조화의 특별함에 매료되고, 전통 기법인 ‘바림’에 재미를 느끼며 점점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며 저는 큰 보람과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바림:붓에 머문 먹이나 물감을 점차 연하게 퍼뜨려 농담(濃淡)의 깊이와 여운을 표현하는 기법(편집자 주)

Q. 비한국인 수강생들도 민화를 배우고 있나요? 그들의 반응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아직 정규 수업에는 비한국인 등록생은 없지만, 원데이 체험을 통해 민화를 접한 분들이 꽤 있습니다. 또한 가끔 OPUS나 MICHAEL’S 같은 미술용품점에 액자를 맞추러 가면 그곳 직원들이나 고객들이 민화를 직접 보시거나, 한인 문화 알림 행사장에 민화를 전시하며 다양한 국적의 관람객들이 민화작품들을 직접 대면하는 경우 많은 분들이 민화에 큰 흥미를 보이며, 그 아름다움에 대해 찬사와 감동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Q. 곧 열릴 전시회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주제나 전시 작품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10월 한인문화의 달을 맞아 코퀴틀람 헤리티지 뮤지엄에서 민화 전시와 한국문화 체험이 진행됩니다. 저희 아리아 화실에서는 전시와 함께, 3일 오후 6시에 호작도 대형 그림 시연, 4일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방문객이 직접 민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합니다.

이번 전시는 ‘민화가 건네는 이야기, 캐나다에서 피어난 다문화의 꽃’을 주제로 합니다. 전통 민화는 오랜 세월 민중의 삶과 희망을 담아왔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단순히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그림을 넘어, 캐나다에서 살아가는 이민자의 삶과 그리움, 새로운 땅에서의 희망, 공동체와 함께 나누는 기쁨 등 현대적 민화의 이야기를 선보입니다. 즉, 전통 민화의 의미를 이어가면서, 다문화 사회 속에서 피어나는 민화의 새로운 표현과 메시지를 관람객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Q. 앞으로의 창작 활동이나 예술가로서의 목표가 있으시다면.

민화는 저에게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삶의 지혜이자 마음의 고향입니다. 이민자의 삶 속에서 느끼는 그리움과 새로운 영감을 담아낼 수 있는 특별한 언어이기도 합니다.저의 작업은 한국과 캐나다 두 문화가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하며, 앞으로도 민화를 통해 두 문화 간의 교류를 넓히고 한국문화를 곳곳에 알리는 일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앞으로 저는 전통 민화의 기법과 상징성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보다 다양한 주제와 표현 방식으로 작업 영역을 확장하고자 합니다. 또한 민화 교육과 전시 활동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 전통 예술을 직접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민화를 단순한 예술작품을 넘어 문화적 소통과 공감의 매개체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정리=여성자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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