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사랑의 누룩이다.”

지금, 책장을 넘기기 직전이라면, 이 한 문장만으로도 충분히 설레고, 또 긴장될 것이다. “상처는 사랑의 누룩이다.” 절창은 이 문장처럼, 오롯이 ‘읽기’와 ‘이해’라는 짙고 섬세한 감정의 지형 위에 세워진 이야기이다.
‘장르의 경계마저 문학의 영토로 확장해온’ 구병모 작가는 ‘파과’로 강렬한 서사 장악력을, ‘네 이웃의 식탁’으로 감각적인 시선을, ‘상아의 문으로’로 문학적 상상력을 증명해왔다. 또한 소설집 ‘단 하나의 문장’과 ‘있을 법한 모든 것’을 통해 한계 없는 사유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문단과 독자 모두에게 단단한 신뢰를 얻어왔다. 오늘의작가상, 김유정문학상, 김현문학패까지 수상하며 그 이름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된 그가 이번에 ‘읽기’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담아 새롭게 내민 화두가 바로 이 ‘절창’이다.
‘절창(切創)’이라는 제목은 곧 “베인 상처”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 상처를 매개로 타인을 읽어내려는 한 여성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읽음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줄거리를 짧게 짚어보면, 부모의 생사를 알지 못한 채 보육원에서 자란 한 소녀가 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타인의 상처에 손을 얹으면 그 사람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어느 날 이 능력에 눈치챈 사업가 문오언이 그녀 앞에 나타나 새로운 이름, 새 옷, 거대한 저택을 제안하며 그녀를 세상으로부터 숨기며 그 능력을 이용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녀는 어느 순간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그는 그녀에게 돌이킬 수 없는 배신을 안긴다. 이후 그녀는 단호하게 말한다. “어느 날 내가 갑자기 죽어버릴 때까지, 필요하다면 세상 모든 인간을 읽어줄 수도 있어. 하지만 당신만은 절대로 안 읽어.” 그 둘 사이에 들어선 입주 독서 교사 ‘나’의 시선으로, 이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관계가 또 한 겹으로 펼쳐진다.
이미 구병모의 작품을 좋아해왔다면 그의 문학적 지형이 이번 작품에서 어떻게 확장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관계와 감정, 타인의 내면과 허상, 읽고 읽히는 것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싶은 분에게 특히 강하게 권한다. 무엇보다 ‘여성 독자’의 구매 비율이 매우 높았던 점도 주목할 만하다 — 실제로 예약 판매 단계부터 20대·30대 여성 독자들의 비중이 컸다.
이 소설은 단지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읽기라는 행위 자체에 관한 탐구이다. 우리가 타인을 온전히 읽을 수 있을까, 그 반대로 타인에게 온전히 읽히고 싶을까. 그리고 그 가능성이 그 자체로 사랑이라면 ‘절창’은 그 물음을 담고, 그러면서도 상처와 사랑이 교차하는 미묘한 감정의 틈새로 우리를 인도한다.
정리=여성자신 편집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