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과 광기 사이, 한 여성이 지나온 지옥의 기록”

네 눈동자 안의 지옥(Inferno: A Memoir of Motherhood and Madness)
저자 : 캐서린 조
아들의 백일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작가 캐서린 조는 자신의 아이 눈에서 악마를 보았다고 말한다. 출산 후 찾아온 극심한 망상과 환각,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공포. ‘네 눈동자 안의 지옥: 모성과 광기에 대하여’는 산후정신증(postpartum psychosis)을 겪은 한 여성이 그 혼란과 절망을 직면하며 다시 현실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담아낸 기록이다.
출산 후 여성의 상당수가 일시적인 우울감을 느끼고, 일부는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우울증을 경험한다. 그중에서도 산후정신증은 약 1,000명 중 1~2명만이 겪는 드문 질환이다. 하지만 드물다고 해서 가벼운 경험은 아니다. 여성의 정신과 신체, 그리고 정체성의 가장 깊은 곳을 흔드는 위기이며, 그동안 사회는 이 극단적 경험을 ‘예외’라는 이름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 두어왔다.
캐서린 조는 출산 후 3개월 무렵 산후정신증을 겪으며 2주 동안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그 안에서 그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곳에 있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는 혼돈을 기록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해 자신의 삶과 기억을 한 올 한 올 되짚어 나간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두 문화 사이에서 느꼈던 혼란, 사랑과 희생에 대한 질문, 그리고 ‘좋은 엄마’라는 사회적 기대가 만들어낸 압박이 그녀의 이야기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이 책은 단순한 병적 경험의 기록을 넘어 ‘모성’이라는 단어 아래 가려져 있던 여성들의 가장 어두운 감정을 세상 앞으로 끌어올린다. 동시에, 광기의 심연 속에서도 자신과 사랑을 되찾아가는 한 여성의 여정을 통해 큰 울림을 준다.
출간 이후 이 책은 영미권에서 뜨거운 반응을 받으며 ‘가디언’, ‘라이브러리 저널’ 등 다양한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또한 잘락 상(Jhalak Prize) 최종 후보에 오르며 문학성까지 인정받았다. 정신과 전문의, 소설가, 저널리스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역시 “숨을 죽이고 읽게 되는 기록”, “정직하고 용감한 글쓰기”, “여성 경험의 가장 어두운 모퉁이를 이해하게 해주는 책”이라며 극찬을 보냈다.
‘네 눈동자 안의 지옥’은 모성과 여성성에 대한 전형적 서사를 뒤흔들며, 우리가 쉽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질문을 던진다. 사랑은 희생과 고통이어야만 하는가? 모든 엄마는 처음부터 모성이 완성되어 있는 존재인가? 그리고 광기 속에서도 우리는 다시 ‘나’로 돌아갈 수 있는가?
이 책은 어둡고 뜨거운 질문을 품고 있지만, 결코 절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을 회복해가는 과정 속에서, 가장 연약한 모습을 드러낸 인간의 힘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에게 말한다. 여성이 겪는 고통의 언어는, 이제 더 이상 숨겨져서는 안 된다고.
정리=여성자신 편집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