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전반적인 물가 상승률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식탁 물가는 여전히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 캐나다 통계청(Statistics Canada)에 따르면 2025년 11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2% 상승하며 지난달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캐나다 중앙은행(BoC)의 전망과도 일치하는 수치다.
그러나 같은 기간 식료품 가격은 4.7% 상승하며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큰 연간 증가폭을 기록했다. 특히 신선 베리류와 즉석식품, 감자칩과 수프 같은 가공식품 가격이 상승을 주도했으며, 소고기 가격은 전년 대비 무려 17.7% 급등했다. 이는 북미 전역의 소 사육 두수 감소로 인한 공급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식료품 가격은 10월 대비 한 달 사이 1.9% 오르며, 2023년 1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식품 물가 상승이 단기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극심한 기후 변화로 인한 농산물 생산 차질, 커피 생산국에 적용된 미국의 관세 정책,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커피 가격은 1년 새 27.8% 상승했으며, 미국 정부가 일부 관세를 완화했음에도 가격 압박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전체 물가가 안정된 이유는 주거비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비교적 완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이번 CPI 수치는 캐나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은 현재 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관망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지역별 물가 차이는 존재해, 뉴브런즈윅주는 전년 대비 2.7%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편 캐나다 가정의 식비 부담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발표된 식품 가격 보고서(Food Price Report)에 따르면, 2026년 캐나다 가정의 연간 식비는 평균 1만7,5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4인 가족 기준 약 995달러가 추가로 늘어나는 셈이다. 높은 소고기 가격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닭고기 등 대체 단백질로 이동하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완화된 전반적 인플레이션 수치와 달리, 식료품 물가는 최소 2026년 초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무역 환경 변화와 인력난, 소비 패턴의 변화까지 더해지며, 캐나다 가정은 당분간 ‘장바구니 물가’와의 싸움을 이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매일의 식탁에서 체감하는 경제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