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에는 ‘선택’보다 ‘설계’가 중요하다는 최신 연구
비건과 채식 식단을 따르는 아이들은 고기를 먹는 또래보다 평균적으로 더 날씬하고 키가 작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동시에 심혈관 건강 지표는 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 식단 선택을 둘러싼 논의에 다시 한번 균형 있는 시선이 요구되고 있다.
미국·이탈리아·호주 연구진이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18개국, 약 4만8천 명의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기존 59편의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것으로, 해당 분야에서 현재까지 가장 규모가 큰 연구로 평가된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Critical Reviews in Food Science and Nutrition에 게재됐다.
연구에 따르면 비건 식단을 따르는 아이들은 육류를 섭취하는 아이들보다 평균 3.64cm 작고, 체중은 1.17kg 가벼웠다. 채식주의 아동 역시 평균 키가 1.19cm, 체중은 0.69kg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그룹 모두 체질량지수(BMI)가 더 낮아 전반적으로 ‘마른 성장 패턴’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단순히 ‘덜 건강하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비건과 채식 식단을 따르는 아이들은 총콜레스테롤과 LDL(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더 낮아, 장기적인 심혈관 건강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지표를 보였다.
그러나 성장기 아동에게 중요한 영양소 결핍 위험은 분명한 과제로 지적됐다. 식물성 식단은 비타민 B12, 칼슘, 요오드, 철분, 아연 등의 섭취가 부족해지기 쉬운데, 이는 뼈 성장과 근육 발달, 전반적인 신체 발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비건 아동의 경우 칼슘 섭취량이 현저히 낮은 경향을 보였다.
호주 디킨대학교의 연구자 볼프강 마르크스 박사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비건·채식 식단은 잘 계획될 경우 건강에 이점이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훨씬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성장기에는 영양 요구량이 높기 때문에 보충제와 전문적인 식단 설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피렌체대학교의 모니카 디누 교수 역시 “비건과 채식 식단은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지만, 이는 ‘잘 설계되고 적절히 보충된 경우’에 한한다”며 부모와 보호자에게 의료진과의 지속적인 상담을 권고했다.
최근 환경 보호와 윤리적 이유로 식물성 식단을 선택하는 가정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식단은 신념의 표현이기 이전에, 신체 발달을 지탱하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비건·채식 식단이 반드시 성장에 부정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기보다, 아이들의 식단 선택에는 성인보다 훨씬 정교한 영양 설계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