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커뮤니티의 크고 작은 행사에서 빠지지 않는 이름, 핑크 블라우스에 그린 스커트의 보색 향연 스타일을 찰떡같이 소화해내는 미모의 소프라노. 단지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함박 웃음을 웃는 그녀의 얼굴은 언제나 반짝거리며 빛나고 있었기에 그 에너지의 원천이 궁금했었다. 흐린 겨울 아침의 쌀쌀함을 꽃향기로 따뜻하게 품어주는‘Anvely Center’에서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Q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앤블리 센터(Anvely Center)의 대표이며 K-Beauty 관련 무역업인 앤블리 코스메틱스(Anvely Cosmetics)룰 운영하고 있는 안젤리나 박입니다.
Q 현재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처음 이민 오셨을 당시의 출발 과정이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걸어왔던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제가 가고자 하는 길에 도움이 되는 일들에 끊임없이 발을 내딛고, 노력해온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고, 좋은 뜻을 갖고 있다면 의미있는 일을 다 이룰 수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2001년 자녀 교육을 위해 밴쿠버로 이주했을 당시 블랑쉬 맥도날드(Blanche Macdonald)에서 패션 공부를 했어요. 졸업 후 클래식 웨딩 드레스 브랜드를 런칭하게 되었고 2005년엔 다수의‘Angelina Park Couture’패션쇼를 개최했습니다. 2012년 밴쿠버 패션 위크에 참가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2008년부터 써리에 개인 웨딩샵도 오픈하고 패션디자이너로 입지를 굳혀갔지만 여러 계기로 인해 더 큰 뜻을 품게 되었고, 머물면 안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면서 외부 활동을 시작했지요.
Q 현재 CBMC 이사로 활동하고 계시죠, 어떤 단체인가요.
CBMC에 대해 설명 드리자면 저의 개인적인 종교 생활에 대한 여정을 간략하게라도 말씀 드릴 수 밖에 없네요. 제가 신앙에 눈을 뜬 계기는 미션 스쿨이었던 고교 시절 선교합창단원으로 활동할 당시였어요. 교도소 방문 공연에서 재소자들이 찬양을 들으며 감동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에 큰 울림을 받았고 대학 시절 본격적인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결혼 후 잠시 삶에서 접어두었던 종교생활을 밴쿠버에 와서 본격적으로 재개하게 되었어요. CBMC는 미국 경제공황 때 크리스찬 기업인에 의해 만들어진, 전세계적으로 남성들만 모인 기독교 단체입니다. 저는 감사하게도 여성 1호 멤버로서 사람들을 도와주고 섬기는 삶을 살고자 꾸준히 봉사한 덕분에 2년간 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어요. 아마도 항상 열정적으로 일하는 제 모습이 함께 일해나가고 싶은 사람으로 비춰진 것 같아요. 이제는 서부 캐나다 대표인 16대 이사로 북미 모임에도 참석하고 미국까지 진출 범위를 넓혀가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Q 문화 공간을 만들게 되신 계기가 있으셨나요.
제게 노래를 사사해 주셨던 목사님과 함께 했던 노래교실로부터 외부 활동이 시작되었고, 공연과 찬양 등 문화를 통해 하나님을 전하는 역할에서 보람과 감동을 느꼈어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평안을 나누어주고 싶은 마음에 한인 타운 중심가에 문화 공간을 마련하게 되었어요. 2018년 한인타운에 열었던‘Anvely Art Factory’는 소극장, 전시회, 연주회,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통해 정서적 교류와 힐링을 나누기 위한 복합 문화 공간이었죠. 장소를 이전해 현재의 ‘Anvely Center’를 마련하게 된 과정도, 현실적으로 힘들 수 있었지만 부족한 가운데서도 선한 의지를 믿고 하나씩 해결해 결국 이루어냈습니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운영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과 행복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항상 감사한 마음이 컸어요. 다양한 활동의 자금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무역업에서도 보람을 느꼈고 코비드 기간에는 유튜브에 오픈 찬양 채널을 개설해 성경 공부와 찬양으로 위로를 나누는 은혜로운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이 앤블리 센터가 우리의 다음 세대, 젊은이들이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데 작은 힘이 되어주고 각종 문화 생활을 공유하며 회복과 힐링을 선사하는 공간이 되기를 원합니다.
Q 앞으로 계획하고 계신 일이 있다면.
2022년 밴쿠버 가스펠 페스티벌을 개최해 2회까지 마쳤어요. 작곡, 악기 연주, 노래, 댄스까지 네 부문에 걸쳐 매년 6월 초 입상자를 선정해 12월 콘서트를 갖습니다. 내년엔 밴쿠버 이외 지역까지 참여 영역을 넓히고자 합니다.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한 꿈을 갖고 있어요. 저 또한 어린이합창단 출신으로, 어린 시절 음악을 가까이 하는 것이 살아가면서 참 소중한 자양분이 되는 것을 몸소 느꼈기에 많은 어린이들에게 그런 기회를 주고 싶어요. 이곳 캐나다에서 자라는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의 얼, 한국인의 기질을 심어주고자 총영사관 후원으로 지난 여름 어린이 합창단을 모집했어요. 이렇게 결성된 K 어린이 합창단은 9월에 연습을 시작해 각종 행사와 대회, 그리고 송년회에도 참여하게 되었어요. 공연을 통해 아이들이 더 자신감을 얻고 성장해 가는 모습에 보람을 느낍니다. 우리 K 어린이 합창단이 앞으로도 한국의 문화를 이땅에 알리는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태극기 제작 수업 아리랑 수업 등 다양한 교육을 접하도록 하고 있어요. 또한 밴쿠버 커리스데일 지역이나 리치몬드 등 노래와 찬양을 강의하고 전파하며 행복을 나누는 활동을 계속 펼쳐가고 있어요. 앞으로도 1월 중 계획된 케어홈 공연이 있고, 작은 자리나 큰 자리나 모두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찾아다니며, 다른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의미있는 시간들로 채워나갈 계획입니다. 또한‘The Choir’라는 이름으로 창단한 혼성합창단 공연도 앞으로 더 활발하게 진행할 계획입니다.
Q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할 때의 마음가짐에 대해 조언해 주신다면.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남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또 아픈 경험을 하기도 하지요. 처음엔 여려서 내가 베푼 만큼 돌아오지 않을 때 상처받고 힘든 순간들을 겪기도 했지만 이제는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졌어요. 사랑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키워야 자기를 보호할 수 있어요. 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라는 자존감을 갖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면 어떤 고난에서도 배울 것을 찾아내 성장해 나갈 수 있어요. 저는 언젠가부터 삶에 대한 깨달음을 하나씩 품어나갈 수 있는 이 나이 듦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선한 의지를 분명히 알고 세월을 살아나갈 수 있다는 것은 진정 감사한 행복이죠.
Q 항상 밝게 웃으시는 모습 너무 보기 좋으세요, 혹시 하루를 시작하는 루틴이 있으신가요?
저는 눈 뜨자마자 하루를 짧은 기도로 시작해요. 나의 모든 행동과 말과 지혜를 지켜달라고 기도하죠. 자기 전에도 나의 하루를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하루를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는지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극단적인 표현일 수 있지만 하루하루를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요. (웃음) 내가 작은 빛이 되어 선한 행동을 하고 선한 삶을 살면 저절로 어둠이 사라질 것이라 믿어요. 이렇게 서로 좋은 생각을 갖고 선한 생각을 나누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Q 2025년 새해 여성자신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한마디 부탁 드려요.
여성은 특별한 존재입니다. 여성들은 더 지혜롭고 디테일한 감각과 능력을 지녔지요. 만약 목표가 있다면, 가만히 있지 말고 한발씩 디뎌보고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 가고 싶은 길을 향해 갈 수 있도록, 꿈이 이루어질 거에요. 우리에게 주어진 능력으로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 봅시다. 2025년에는 CBMC 여성지회를 창설할 예정입니다. 많은 여성 인재들의 참여를 바랍니다.
여성자신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