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전역에서 홍역(Measles)이 급속히 확산되는 가운데, BC주는 홍역 백신 접종을 학교 입학 요건으로 의무화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보건부는 최근 “BC주에서는 학생들이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백신을 접종하거나 예방접종 기록을 제출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대신 주정부는 현재 발병 대응 중심의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저접종 지역에는 학교 기반 예방접종 클리닉을 개설하고, 백신 접종을 장려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응급의학 전문의 출신으로 사스(SARS) 확산을 막은 바 있는 린 필리아트로 박사는 이러한 정책이 “세계에서 가장 전염성이 강한 질병 중 하나인 홍역에 대해 잘못된 접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공중보건은 가장 취약한 이들을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어야 한다”며 “홍역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신생아나 면역저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학교 입학을 위한 백신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2천500건 이상 홍역 발생… 미국보다 상황 심각
Health Canada에 따르면, 5월 17일 기준으로 캐나다 전역에서 2,515건의 홍역 사례가 보고돼,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유행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는 현재 미국보다 많은 수치이며, 캐나다 인구 대비 감염률을 고려할 때 더 심각한 상황으로 평가된다.
같은 기간(5월 11일~17일) 동안의 신규 확진은 온타리오 194건, 앨버타 135건, 매니토바 15건, 서스캐처원 8건, BC주 2건이다. 필리아트로 박사는 “여름 휴가철에 앨버타 주민들이 오카나간 지역으로 이동하면 BC의 확진자 수도 9월에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홍역은 뇌염, 발작, 청각 장애, 뇌 손상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약 3,000명 중 1명은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미국에서는 감염된 어린이 중 40%가 입원 치료를 받을 정도로 위험한 질병이다. 또한, ‘면역 기억 상실(immune amnesia)’이라는 현상을 통해 환자의 면역 항체 중 최대 70%를 제거해 수년 후에도 다른 감염병에 걸릴 위험을 크게 높인다.
홍역 백신, 2회 접종 시 최대 100% 면역 효과
홍역, 유행성이하선염, 풍진을 예방하는 MMR 백신은 약화된 바이러스를 통해 면역력을 유도하는 생백신으로, 1회 접종 시 8595%, 2회 접종 시 97100%의 면역 효과를 갖는다.
주정부는 “1970년 이전 출생자는 자연 감염을 통해 면역이 형성됐다고 간주되지만, 이후 출생자는 백신 2회를 맞는 것이 권장된다”며, 예방접종을 놓친 경우에는 재접종을 받아도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홍역의 집단면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체 인구의 95% 이상이 예방접종을 완료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캐나다 전체 성인의 약 87%만이 접종을 완료했으며, 특정 지역에서는 그 수치가 훨씬 낮다.예를 들어, B.C.주 쿠트니-바운더리 지역의 학교 연령 아동 중 홍역 접종률은 6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방접종 기록은 수집 중… 그러나 법적 의무는 없어
BC주는 2019년부터 ‘Vaccine Status Reporting Regulation(VSRR)’에 따라 학교에 다니는 모든 아동의 예방접종 기록을 수집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권고’수준에 머물며, 백신 미접종 아동을 학교에서 제외하는 조치는 발병 시에만 제한적으로 시행된다.
보건부에 따르면, 2024년 10월 1일부터 2025년 5월 19일까지 BC주에서는 총 72,548회분의 홍역 백신이 접종됐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은 정기 예방접종 대상 아동이었다.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비정기 접종 비율은 11% 증가했으며, 예방접종 기록을 Health Gateway 포털을 통해 등록하는 주민도 증가 추세라고 정부는 밝혔다.
필리아트로 박사는 “학교가 방학에 들어가기 전인 지금이, 미접종 아동을 대상으로 대규모 예방접종 캠페인을 시행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9월 새 학기부터 적용될 수 있도록 학교 입학 요건에 백신 접종 의무화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 신뢰 향상 위한 연방 지원 프로젝트도 진행 중
현재 BC주에서는 연방정부의 예방접종 파트너십 기금(Immunization Partnership Fund) 지원을 받아, 접종률이 낮은 지역을 대상으로 홍역 감염 위험성과 백신 효과에 대한 교육 강화 등 8개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홍역 백신은 현재 4세 이상 모든 주민에게 무료로 제공되며, 대부분의 약국에서 접종이 가능하다. 보건부는 “예방접종을 놓친 경우, 지금이 백신 접종을 예약할 최적의 시기”라며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정리=여성자신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