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반가운 인사와 함께 서로의 근황을 묻는 몇마디를 나누었을 뿐인데, 그녀의 포근한 인상과 따뜻한 말씨 때문이었을까. 오랜 세월 봐온 사이처럼 편안한 마음이 되어 어느새 진솔한 속얘기를 주고 받으며 서로 웃고 있었다. 카운셀러라는 직업을 가져서가 아니라, 그저 누군가에게 공감하고 위로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본인의 직업에 소명을 가진 사람의 얼굴은 그렇게 환하게 반짝인다는 사실을, 또 한번 깨달았다.
Q.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BC주 등록 임상전문 카운셀러이자 PRH 국제 교육기관의 “Who am I? 나는 누구인가” 프로그램의 공식 교육자인 박혜숙 베로니카입니다. 심리치료로는 우울증, 불안장애, 트라우마 치료에 주력해왔고 “Who am I? 나는 누구인가” 워크샵 교육을 통해서는 사람 안의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나를 발견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참고로 PRH (Personnalite et Relations Humaines – Personality and Human Relations)란 안드레 로쉐(Andre Rochais)에 의해 1970년에 설립된 프로그램 교육기관으로, “성격과 인간관계”라는 이름으로 성인의 성격 개발과 인간관계 향상에 대한 교육을 제공합니다. 지난 50여년간 전 세계 30여개국, 30여개의 언어로 꾸준히 이어져온 프로그램으로, 한국어로는 2021년에 처음 도입되어, 캐나다 밴쿠버 교민사회와 한국사회에서도 널리 알려져 활발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PRH 웹사이트 및 자세한 정보는 캐나다 지부 웹사이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en.prh-international.
Q. 이민 오신 계기와 직업을 선택하게 되신 과정이 궁금합니다.
1992년 부모님과 함께 가족 이민을 오게 되었어요. 19세의 나이, 아직 진로를 결정하기 전 영어 공부에 열중하다가 대학시절 문학에 매료되어 영문학을 부전공으로 하고 전공으로는 언론정보학을 공부했습니다. 부모님 비즈니스를 10여년간 돕다가 은행에서 풀타임으로 일을 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상담 과목을 공부하게 되었는데, 이전까지 에너지가 소진되듯 잠자던 나의 두뇌가 흥미와 호기심으로 꽉 차는 것을 느꼈죠. 그렇게 Youth and Family 카운셀러 자격증을 취득해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러나 그당시 나 자신에게 많은 부족함을 느꼈지요. 산후우울증을 겪기도 했고, 일을 안한다는 사실이 나 자신을 잃은 듯 허망한 느낌으로 다가와 우울함에 갇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만난 프로그램이 ‘Who am I? 나는 누구인가’ 였고, 4일간 교육을 통해 내 안의 진정한 나를 마주하고 긍정적인 내 참모습을 발견하여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나의 왜곡된 자아상이 바로서게 되었고 텅빈 듯한 나의 내면에 대한 확신이 차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더 전문적인 공부를 위해 아동가족 복지부에서 8개월 인턴 과정을 마치면서 상담심리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차곡차곡 준비하다보니, 지금까지 즐겁게 이 길을 걸어오게 되었네요.
Q.현재 어떤 분야에서 주로 활동하고 계신가요.
개인 상담 및 부부/가족/아동/청소년 상담을 하면서 우울증, 불안장애, 상실, 관계 상담을 주로 해왔는데 그 중에서도 트라우마(Trauma) 분야에서 체계적으로 10여년간 트레이닝을 꾸준히 받아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통사고 후유증과 직장에서의 관계갈등, 소진, 관계 트라우마 및 폭행/가족 폭력 관련상담을 많이 하고 있어요. 참고로 ICBC와 연계해 교통사고 후유증 관련 상담이 필요한 분들은 무료 등록이 가능합니다. 또 폭행/가족폭력 (Crime Victim Assistance)상담과 원주민 상담 (First Nations Health Authority) 또한 해당되시는 분들은 등록후에 상담이 무료 제공 됩니다. 요사이에는 복합문화 가정의 부부상담에 대한 의뢰가 종종 들어 오는 편이에요. 원주민 상담을 맡게된 계기는, 20대에 홈리스 분들을 위한 봉사 중 체험 했던 잊지 못할 기억이 제게 소명 의식을 심어준 계기가 되었어요. 내가 마음으로 누군가의 아픔을 경청하고 함께 슬픔을 공감해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사람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마음이 부서진 사람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상처를 만져주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게 되었지요 힘든 여러 이슈로 고통을 겪으며 찾아오시는 분들과 상담을 할 때에도 깊이 훈련된 ‘Who am I’의 ‘사람안의 온전한 진정으로 선한 참 자아’를 알아보는 마음으로 진심을 통해 들으니 그 사람 안의 아름다움이 보이고 그 공감이 트라우마 치료에까지 접목되어 더 좋은 결과를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상담을 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언제나 작은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끼지만, 특별히 단 한번의 만남이 너무 소중했다고 하셨던 클라이언트가 기억이 납니다. 그 분이 반복해서 하시는 말씀을 듣다보니, 10년간 인생에서 오랜기간 공들여 왔던 것이 무너졌다는 상실감에 아파하고 계셨지요. 바라고 바라던 그 것을 잃어버렸다고 하셨지만, 그 소망이 너무나 깨끗하고 아름다운 것이었기에 저는 그부분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때 그분은 위로를 받으셨다고 합니다. 그 사람 안의 힘든 마음을 어렵게 꺼냈을 때 그것을 상담가가 억지로 교정하려 하는 것보다 깊은 공감하는 마음으로 들어주고 그 사람안의 순수함을 만나려 더 깊은 내면으로 들어가도록 도우면 그 사람은 내면의 지혜롭고도 선한 자아를 만나게 됩니다. ‘Who am I’ 교육을 계속 진행하는 이유도 사람안에 온전히 있는 그대로의 아름답고 선한 자신을 발견하고 성숙토록 도움을 주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자신의 내면을 통해 스스로 힘을 얻어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Q. 반대로 어려움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어떤 경우인가요.
간혹 자기 자신이 어려움에 빠져 있는 그 깊이 있는 원인을 온전히 드러내기 힘들어하는 분들이 있지요.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특히 심한 중독의 이슈는 개인 상담뿐 아니라 가족상담 및 지지 그룹이 필요하고 정면으로 대처해야 하기에, 그러하지 못하는 경우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있어 참 안타깝습니다.
Q. 상담을 진행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나 철학이 있나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원칙은 클라이언트에 대한 것과 상담을 통한 나눔은 그 어떠한 것도 철저하게 비밀보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핵심은 클라이언트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인격의 존중이자 클라이언트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입니다. 또한 클라이언트 본인이 가진 내적인 힘을 스스로 믿어야 합니다. 자신을 믿고 내면의 긍정의 힘을 믿는 여정을 걷다 보면 점차 힘이 생겨나는 것을 느끼게 되죠. 저는 많은 사람들이 내면의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이 본연적으로 가진 치유의 힘을 깊이 경험하고 믿도록 이 ‘Who am I’교육을 꾸준히 알리고자 합니다 “Who am I?”교육에 오시는 분들은 상담이 굳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자신안의 깊이 묻혀있는 보물같은 진짜 나를 발견하고 인생에서 힘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Q.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순간들이 누구에게나 있죠. 그럴 때 스스로 실행할 수 있는 멘탈 관리법이 있을까요.
아름다운 바다나 웅장한 산을 바라볼 때의 그 멋진 광활함이 저 바깥에 뿐만 아니라 내 안에도 그만큼 멋진것이 있다는 것을 믿었으면 좋겠어요.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나만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믿고 그것이 빛을 발하도록 끊임없이 자신에게 얘기하고 믿어 주세요. 또 일상 생활에서 가까운 사람일수록 갈등이 생기는 때가 있죠. 부부가 그러한 경우가 특히 많을수 있어요.그럴 때 그사람 내면에도 또한 그런 아름다운 바다와 산이 있다는걸 기억해보세요 상대의 깊은 내면속에 존재하는 긍정적인 모습을 통해 그 사람이 실로는 얼마나 선하고 좋은 사람인지를 다시 인식하고 여전히 그 선한 모습이 있다는걸 믿어주면 마음이 뭉클하며 부드러워지는 순간이 오면서 다시한번 힘을 내보자 하는 용기가 날겁니다.
Q. 여성자신 독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장미 꽃으로 태어났을 수도 있고 백합으로 태어났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선호하는 장미가 되고싶다고만 생각하고 진정으로 내가 누구인지 그 정체성의 소리를 잘 들어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여러분이 자신 안의 나만의 유일한 향기, 고유한 빛, 아름다운 꽃을 한껏 피워내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