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도 남는 것… 모래로 꿈을 그려가는 여정”
모래는 말이 없다. 손끝이 스치면 사라지고, 다시 그리면 전혀 다른 풍경이 된다. 어쩌면 그것은 이민자의 삶과 닮아 있다. 익숙했던 자리에서 떠나, 낯선 땅에 새로이 자신만의 모양을 그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밝은 조명 아래, 투명한 유리판 위에 부드럽게 쏟아지는 모래. 그 위로 그녀의 손이 지나갈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들이 피어난다. 이름 없는 모래알들로 수많은 감정을 노래하는 샌드 아티스트, 사라짐을 전제로 한 이 신비한 예술에, 그녀는 자신의 삶을 담는다. 그리고 그 모래는, 그 어떤 조각보다 단단하게 ‘여기 살고 있는 나’를 증명하고 있었다.

Q.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샌드아티스트 Kelly(추정하)입니다. 한국에서 10년 넘게 전문 샌드아티스트로 활동하며 여러 기관, 기업, 학교 무대에서 공연했습니다. 이러한 예술 활동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아 캐나다 영주권을 취득했고, 현재는 캐나다에서 샌드아트를 알리기 위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Q. 샌드 아트를 시작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어느 날 우연히 TV에서 샌드아트 공연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손끝에서 모래가 흘러내리며 끊임없이 변하는 그림 속에 이야기가 생겨나는 장면을 보고 큰 울림을 받았습니다. 짧은 순간에 수많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신비롭고 아름답게 다가왔고, 그날 이후 샌드아트가 제 마음에 깊이 자리 잡았습니다. 마침 당시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는데, 샌드아트는 제 감정을 표현하고 치유하는 새로운 언어가 되어주었습니다.
Q. 이민 오신 뒤 커리어를 쌓아오신 과정이 궁금합니다.
캐나다에 이주한 뒤에는 정말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언어 장벽 때문에 공연 기획자나 기관과 소통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고, 문화적 차이로 인해 샌드아트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이 예술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지역 아트 커뮤니티 행사와 도서관, 학교, 단체 프로그램에 직접 연락해 무대에 서며 샌드아트를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무대에서 한 명 한 명을 만나며 모래로 이야기를 전했고, 때로는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기관 행사에서 공연을 하며 점차 신뢰를 쌓아갔습니다.
특히 삶과 사랑, 다문화, 한국 문화 등 다양한 주제를 담은 작품들을 무대에서 선보이면서 많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고자 노력했고, 그 과정이 지금까지 저를 계속 무대에 서게 하는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Q. 샌드 아트만의 매력은 무엇이며, 작품에 주로 어떤 메시지를 담으시나요.
샌드아트는 순간순간 변화하는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제 작품에는 주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습니다. 변화무쌍한 모래의 흐름처럼 우리 삶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새로운 시작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전하고 싶습니다.
Q. 대표적인 작품들을 손꼽아보신다면, 그리고 라이브 퍼포먼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공연은 ‘사랑’이라는 주제의 샌드아트 공연입니다. 부부의 만남, 결혼, 함께 나이 들어가는 장면을 담았는데, 이 작품을 본 중년 관객분들이 특히 많이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공연 이후 제게 연락을 주시며 인연을 이어가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샌드아트라는 예술이 언어나 인종, 세대를 뛰어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잇는 힘을 지녔다는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시나요.
먼저 전달하고 싶은 주제나 메시지를 정하고, 이야기를 스토리보드처럼 구성합니다. 이후 모래의 흐름과 음악을 조화시키며 수차례 리허설을 거쳐 무대에 올립니다.
Q. 창작에 영감을 주는 대상이나 순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주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특히 이민자들의 삶, 가족과 공동체의 이야기, 그리고 관객들과의 만남 속에서 들려오는 경험들이 제 작업의 원천이 됩니다. 또한 일상에서 마주하는 작은 순간들—아이의 웃음, 계절의 변화, 짧은 대화 속 감정—이 작품의 중요한 영감이 됩니다.
Q. 캘거리에서 운영하시는 T.SAND 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T.SAND는 제가 캘거리에서 운영하고 있는 샌드아트 스튜디오입니다. 이곳은 샌드아트 공연뿐 아니라, 체험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이 직접 모래를 만지며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입니다. 또한 차와 함께 휴식을 즐기며 예술과 일상을 연결하는 시간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연령대와 배경의 사람들이 방문해 각자의 방식으로 예술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Q. 관객들이 작품을 통해 어떤 감정을 느끼거나 생각하길 바라시나요?
위로, 희망, 자기 성찰을 경험하길 바랍니다. 작품은 사라지지만 마음속 울림은 오래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연합니다.
Q. 향후 계획이나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앞으로는 캐나다 전역에서 더 많은 무대와 관객을 만나고 싶습니다. 지역 축제와 교육 기관, 문화 행사 등 다양한 현장에서 샌드아트를 선보이며, 이 예술이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사람들의 삶 속에 스며드는 경험이 되기를 바랍니다. 장기적으로는 캐나다를 넘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샌드아트의 가치를 알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