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으로서의 삶에 있어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 순간은 언제일까. 바로 임신과 출산의 시기일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아름답고 황홀한 기억으로, 또 다른 이에게는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몸과 마음이 가장 힘들었던 시간들로 남을 수도 있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 나와 아기를 정성으로 돌봐주는, 게다가 “우리 때는 다 이렇게 키웠어”라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도움이 아니라 전문적인 지식과 손길이 항상 곁에 있어준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이 분야를 전문화 시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그녀에게서 Doula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캐나다 최초 임신, 출산, 산후 통합 전문 브랜드, 케이둘라 대표 손세라입니다.
Q. K-Doula를 설립하게 된 특별한 배경이나 계기가 있으셨는지.
케이둘라는 저의 삶 그 자체입니다. 밴쿠버 UBC대학을 졸업한 뒤 1년 후 결혼을 하고, 비교적 이른 나이에 출산을 하게 된 저는 20대 중후반 대부분의 시간을 육아를 하며 보냈습니다.
부모님들도 한국에 계시고, 남편도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회사에 다니며 열심으로 저희 가정의 재정을 서포트하느라 바빴지요. 아이들을 좋아해서 Early Childhood Educator 과정까지 마쳤던 저였지만,막상 제 아이 둘을 키우는 일은 상상보다 훨씬 버겁고 고된 일이었어요. 그러다 제 아이들이 조금씩 자라면서, 다른 엄마들이 계속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고 얼마나 힘들까… 끼니는 제대로 챙겨먹고 있을까…” 저의 mbti ‘F’ 공감 능력이 한껏 발휘 되곤 했죠.(웃음) 그렇게 주변 엄마들을 초대해 밥을 먹이기도 하고, 같이 운동을 하자고 부르기도 하고, 임신, 출산한 지인들을 챙기려고 마음을 썼던 것 같아요.
10년전에는 제가 ‘요가맘’이란 이름으로 요가 클래스도 열고, 유튜브도 했는데 산전, 산후 요가 콘텐츠를 주로 하다 보니 주변에 아는 임산부가 한층 더 늘어나게 되었고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티칭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공부 할 수 있는 클래스를 찾다가 ‘둘라(Doula)’라는 것을 처음 접하게 되었어요. 워크샵과 세미나들을 참석하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둘라’가 이런 엄청난(?)일들을 하는구나, 이걸 몰라서 못찾고 있는 임산부들에게 당장 널리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제 안에 사명감의 새싹이 움터났던 것 같아요. “둘라와 함께 하는 출산, 산후”의 이미지가 너무 평온하고 심지어 아름다워보이기까지 했거든요.
그렇게 저희 둘째 아이도 데이케어에 다닐 무렵부터 둘라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교회 지인들의 출산을 무료로 도우며 생명 탄생에 대한 신비와 경이로움에 더욱 깊이 빠져들게 되었습니다.그렇게 혼자 출산을 서포트 하고, 연이어 산후 케어까지 돕는 일을 하다가 하루가 다르게 문의가 늘어나게 되었고 특히 산후조리 일은 저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수요가 되었어요.선한 마음밭을 가지신 분들 중, 야무지게 일을 잘 하실 것 같은 주변 지인분들께 “산후조리 일 같이 해보실래요?” 권유를 하게 되었고 그렇게 TEAM 케이둘라가 2019년에 시작이 되었습니다.’창업을 해야겠다\’ 라는 엄청난 포부를 가지고 시작한 것이 전혀 아니었는데 어느새 7년차가 되어 이렇게 성장해 있는 모습이 저도 아직 신기합니다!
Q. K-Doula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케이둘라를 산후조리 전문 브랜드로 많이 알고 계시는데, 사실 임신-출산-산후를 다 아우르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알고 계시는 <산후조리 서비스>는 전통 K-산후조리 문화를 기반으로 한 산후 영양, 산모 회복, 신생아 케어, 수유 서포트, 아빠 교육을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holistic sanhujori)입니다. 여성이 엄마가 되고, 남성이 아빠가 되는 인생의 큰 터닝 포인트를 보다 수월하고 편안히 맞이하실 수 있도록 세심한 케어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진통부터 분만의 순간까지 산모 곁을 밀착 동행하며 안정감 속에서 아기를 만날 수 있도록 돕는 <출산 둘라 서비스>입니다. 영어권 산부인과에서 출산을 하는것 자체가 걱정인 예비 부모님들도 많이 찾아 주십니다.
마지막으로 <산모 교육 프로그램> 입니다.현재 4대륙, 8개국 수백 명의 예비 부모님들과 온라인 산전 교육 프로그램 <순산 필수 코스>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두려운 출산이 아닌, 기대와 소망이 가득한 출산을 준비하실 수 있도록 이끌어 드리고 있어요 🙂
Q. 보람을 많이 느끼실 것 같은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있다면.
제가 둘라 일에 빠지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보람차서’ 인 것 같아요. 돈을 적게 벌어도 그 안에 ‘가치와 보람’이 있다면 올인하는 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갓 태어난 신생아를 안아 볼 수 있는 큰 기쁨도 한 몫 합니다.
케이둘라와 산전 교육부터 함께 해주신 산모님들이 자신감 있게 순산을 하시고 퇴원하기도 전에 신생아 사진과 함께 감사의 메세지를 보내실 때면 제가 걷고 있는 길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산후조리 서비스 받으시며 ‘안계셨으면 어땠을지 상상도 할 수 없어요’ 하시며 경탄의 피드백이 올때마다 또 큰 보람을 느낍니다.
Q. 반면 힘드신 점도 많이 있을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사람’이 가장 힘듭니다. 정말 아끼고 신뢰해서 열정으로 시스템까지 공유했지만 너무 짧은 시간 안에 떠나가거나, 이름만 바꿔 본인 브랜드를 시작하는 등 (초창기때 법적 시스템을 잘 갖추지 못한 제 불찰 때문에 일어난 일이죠) 믿음이 갈기갈기 찢기는 일들이 여러번 있었어요. 그 당시 마음의 상처가 너무 깊어서 계속 심장이 조이고, 과호흡으로 숨을 쉬지 못해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을 생전 처음 겪어보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에 크고 작은 여덟 가지의 병이 찾아오더라고요. 하지만 동시에 그만큼 누군가와 오래, 깊게 신뢰를 쌓아가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케이둘라와 함께해 주고 계신 파트너 산후관리사님들 한분한분이 정말 너무 소중하고 감사합니다.회사를 더욱 성장시켜 이 분들께 더 많이 돌려 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Q. 이 직업 (산후 관리사)에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조언해 주실 말씀은.
제가 7년전 이 일을 처음 시작 할 때만해도 “왜 대학까지 나와서 남의 집 뒤치닥거리를 하려고 하냐” “산바라지 하느라 너무 힘들겠다” 라는 말을 들었었는데요, ‘산후 도우미’라는 단어에 따라붙는 약간의 편견, 그리고 이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다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전문성을 높이는 교육 시스템과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데 에너지를 쏟고 있어요.
‘이모님~’ ‘아줌마~’ 가 아닌, ‘누구 선생님~’이라 불릴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실 수 있도록 체계적인 트레이닝과 지속적인 보수 교육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모든 분들이 존중받는 환경에서 일하실 수 있도록이요.새로이 부모가 되어가는 여정을 가까이에서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일이지만 그만큼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마음, 섬세한 관찰력, 빠른 눈치와 따뜻한 센스, 그리고 쉽게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단단함. 이 모든 게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우리때는 다 이렇게 키웠어~” 이런 말 정말 지양하는데요,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임신, 출산의 세계에서 제대로 된 지식과 업데이트 된 정보에 기반한 가이드라인을 산모분들께 제시해드리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산모가 믿고 의지할 수 있을만큼 공부를 많이 하셔야 해요.
‘내가 아는 내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각 가정의 문화와 상황을 존중하며 유연하게 케어하는 자세가 정말 중요하겠습니다. 단순히 애 잘 보고, 밥 좀 맛있게 해주는 ‘산후 도우미’ 개념이 아닌, ‘산후 관리 전문가(Postpartum Specialist)’라는 새로운 기준을 세워 나가고 있습니다. 이 직업이 성향에 맞으시다면 분명 삶의 깊은 만족과 따뜻한 보람을 느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
평온한 출산을 하는 것이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닌,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경험이 되도록 선진 출산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작은 기여를 하고 싶습니다. 또 제대로 된 산후조리를 통해 단순한 육체 회복을 넘어, 엄마의 정서, 가족의 유대 관계, 여성으로서의 정체성까지 깊이 회복하고 치유할 수 있는 놀라운 산후관리의 가능성을 교육을 통해 전달하고 싶습니다.
지금 제작 중에 있는 ‘산후 둘라 자격증 과정’을 통해 북미 전역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한국과 세계 곳곳의 여성들이 전문성과 자부심을 갖춘 K-Doula가 되어 각자의 지역에서 회복과 사랑을 전하는 사람으로 세워지길 꿈꾸고 있습니다.
정리=여성자신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