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과 동화가 깨어나는 밤”
Haunted Village at Burnaby Village Museum
가을의 끝자락, 낙엽이 뒹구는 길을 따라 들어선 버너비 빌리지 뮤지엄(Burnaby Village Museum)은 어느새 현실과 상상이 뒤섞인 이야기의 마을로 변해 있다. 오랜 시간 전해 내려온 전설과 동화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며, 익숙했던 박물관의 풍경이 마법 같은 변신을 시작한다. 이곳에서는 이제, 책 속에서만 존재하던 이야기들이 눈앞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10월 22일부터 26일까지 단 5일간, 뮤지엄 전역에서 펼쳐지는 ‘Haunted Village 2025’는 단순한 핼러윈 이벤트를 넘어, 문화적 상상력과 서사적 감성을 자극하는 몰입형 체험이다. 아이들은 물론, 감성적인 어른들도 충분히 빠져들 수 있는 매혹적인 가을 이벤트다.
고전에서 전설까지, 이야기를 따라 걷는 마을
이번 행사는 단순한 ‘분장과 장식’이 전부가 아니다. 전 세계 다양한 문화권의 이야기들이 재해석되어, 야외 공간 곳곳에 입체적으로 구현된다. 한 걸음마다 새로운 이야기와 마주치게 되는 셈이다.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는 건, 선과 악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Dr. Jekyll and Mr. Hyde’와 어둠 속 성으로 관람객을 유혹하는 Count Dracula의 세계다. 이어서 아프리카 민속 설화 속 지혜로운 영웅 Anansi the Spider, 동양의 판타지 ‘손오공’, 일본 전래동화 모모타로(복숭아 소년), 그리고 누구나 아는 고전 ‘헨젤과 그레텔’과 ‘오즈의 마법사’까지… 각기 다른 시대와 문화의 이야기들이 공간으로 옮겨졌다. 그저 무섭기만 한 핼러윈을 넘어,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학적 여정이 펼쳐진다.
이야기 외에도 현장을 풍성하게 채우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다.
Coast Salish 원주민 스토리텔링은 브룩필드 홀(Brookfield Hall)에서 진행되며, 뿌리 깊은 전통 이야기들을 직접 듣는 소중한 경험을 제공한다. Vancouver Circus School의 공연은 그 자체로 숨 막히는 퍼포먼스로,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의 눈도 사로잡는다.
또한 DJ Dracula와 함께하는 댄스파티는 Hill Street에서 열리며, 핼러윈 나이트를 신나게 채워줄 사운드트랙으로 가득하다. 한편 Mai’s Café에서는 따뜻한 음료와 계절 한정 스낵이 마련되어, 추운 날씨에도 따뜻한 위로를 선사한다. 단, 행사 기간 동안 뮤지엄의 상징인 회전목마(Carousel)는 운행되지 않는다.
‘Haunted Village’는 어쩌면 핼러윈의 본질을 되새기게 한다. 단순한 공포나 장난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이야기의 힘과, 문화가 전해주는 무형의 감동. 이곳에서는 그런 감정들이 은은한 조명과 나뭇잎의 바스락임 사이로 퍼져 나간다.
어린 시절 무서운 이야기 속에서 느꼈던 짜릿한 긴장,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끌리는 이야기의 힘. 그런 감정들을 이 가을, 버너비 빌리지 뮤지엄에서 다시 만나보는 건 어떨까.
기간: 2025년 10월 22일(수) ~ 10월 26일(일)
장소: Burnaby Village Museum
티켓 예매 및 정보: Burnaby Village Museum 웹사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