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의 한인 방송 제작사가 우리 사회의 가장 뜨겁고도 아픈 의제들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로 세계 무대에서 깊은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KTV 미디어 프로덕션(대표 이덕일 감독)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두 편이 미국 유수의 명문 공립대학인 미시간대학교 도서관에 영구 보존 자료로 공식 등재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미시간대학교 도서관이 공식 구매하여 영구 소장하기로 한 작품은 2023년작 〈더 이상 적은 아니지만, 아직 친구는 아닌〉과 2025년작 〈AI와 함께 날다 — 경계선 아이들의 비상〉이다. 두 작품 모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험원(KCA)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으며, 이민과 다문화, 장애 교육 등 동시대의 굵직한 사회적 의제를 깊이 있게 통찰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영상 기록물을 넘어 학술적 가치를 지닌 유산으로 평가받았다.
전쟁의 상흔을 넘어, 캐나다라는 지붕 아래 이웃이 된 ‘적들’
다큐멘터리 〈더 이상 적은 아니지만, 아직 친구는 아닌〉은 분단의 현실을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던진다. 작품은 한국전쟁 당시 서로에게 총을 겨눴던 한국군, 북한군, 중국군 가족, 그리고 캐나다 참전용사들이 오늘날 캐나다라는 낯선 이국땅에서 평범한 이웃으로 살아가는 경이로운 현실을 담담하게 추적한다.
특히 1951년 약 700명의 캐나다군이 5,000명 규모의 중국군 공격을 막아내며 한국전쟁의 전환점을 만들었던 가평전투를 주요 화두로 다루었다. 이덕일 감독은 과거의 전쟁터에서 적으로 만났던 이들이 다문화주의를 표방하는 캐나다 안에서 조화롭게 공존하는 모습 그 자체가 작품의 시작점이었다고 밝히며, 갈등과 증오의 근본 원인을 이해함으로써 더 나은 미래와 평화의 가치를 배우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제도 밖의 아이들, AI라는 따뜻한 동반자를 만나다
또 다른 등재작인 〈AI와 함께 날다 — 경계선 아이들의 비상〉은 자폐 스펙트럼이나 중증 장애로 분류되지 않아 복지 제도와 사회적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경계선 장애(Borderline Spectrum Disorder)’ 아동과 그 가족들의 200일을 내밀하게 기록한 작품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인공지능(AI)을 차가운 기술이 아닌, 아이들의 숨겨진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다정한 교육적 동반자로 묘사한다. 특히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직접 AI 기술을 배우며 맞춤형 교사로 성장해 나가는 감동적인 여정을 조명했다. 제작진은 프로그램명인 ‘모어 댄 이너프(More Than Enough)’에 대해, 경계선 위의 아이들이 단지 사회에 적응하기에 충분한 존재를 넘어 아직 발견되지 않은 더 큰 가능성을 품은 귀한 존재라는 뜻을 담았다고 전했다.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 인문학 다큐멘터리의 과제
이덕일 감독은 이번 성과를 발판 삼아 아프리카, 남미, 유럽 등 전 세계 분쟁 지역 출신들이 캐나다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이어갈 계획이다. 아울러 한국전쟁 관련 시리즈에 참여하거나 소중한 경험을 공유해 줄 이들의 제보(dilee@hankookin.ca)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이처럼 한국 인문학 다큐멘터리가 세계 시장에서 막 값진 결실을 맺기 시작한 시점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2026년도 제작 지원 사업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은 깊은 아쉬움을 남긴다. 이 감독은 K-다큐멘터리의 글로벌 성과가 끊이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 정책이 내년에라도 꼭 재개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소망을 덧붙였다.
자료 제공=K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