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지루했던 겨울이 지나고 드디어 밴쿠버에도 완연한 봄이 찾아왔다. 노스밴쿠버의 싱그러운 숲길이나 코퀴틀람의 탁 트인 하이킹 코스에는 주말마다 가족, 혹은 반려견과 함께 봄 햇살을 만끽하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5월 들어 산지의 눈이 녹고 기온이 오르면서, 숲길의 반갑지 않은 불청객인 ‘진드기(Tick)’ 역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BC 질병통제센터(BCCDC)와 현지 보건 당국은 최근 하이킹 코스를 중심으로 진드기 물림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단순한 벌레 물림이 아니다… ‘라임병’의 공포
우리가 흔히 마주치는 진드기 중에서도 특히 몸집이 작은 ‘사슴진드기(Blacklegged tick)’는 치명적인 전염병인 ‘라임병(Lyme disease)’을 유발하는 매개체다. 진드기가 사람의 피부에 달라붙어 피를 빠는 과정에서 박테리아가 체내로 침투하게 되는데, 이를 방치할 경우 만성 피로, 관절염, 안면 마비, 심지어 신경계 기능 장애까지 일으킬 수 있다.
라임병의 가장 대표적인 초기 증상은 물린 부위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과녁 모양의 붉은 발진(Bull’s-eye rash)’이다. 이와 함께 오한, 발열, 근육통 등 마치 심한 감기몸살과 유사한 증상이 동반된다. 밴쿠버 보건 당국은 진드기 활동 지역을 다녀온 후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 없이 의료기관을 방문해 항생제 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행 전후, 이것만은 꼭 확인해야
즐거운 주말 산책이 악몽으로 변하지 않으려면 철저한 예방과 대처법 숙지가 필수적이다. 보건 당국이 권고하는 필수 생활 방역 수칙은 다음과 같다.
-밝은색 긴바지와 긴소매 착용: 숲길이나 풀숲을 걸을 때는 진드기가 달라붙었을 때 눈에 잘 띄도록 밝은색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바지 밑단을 양말 안으로 집어넣는 다소 민망한 패션이 현장에서는 진드기 침투를 막는 가장 완벽한 방어벽이 된다.
-산책 경로 유지: 정비된 하이킹 코스의 중심부로 걷고, 진드기가 군집해 있을 확률이 높은 우거진 수풀이나 덤불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귀가 직후 전신 스캔: 집으로 돌아오면 현관문을 열기 전 옷을 털어내고, 곧바로 샤워를 하며 온몸을 구석구석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아이들의 머리카락 속, 귀 뒷부분, 겨드랑이, 사타구니처럼 피부가 접히고 연한 부위는 진드기가 가장 좋아하는 은신처이므로 돋보기를 대듯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마당이 있는 집이라면 함께 산책한 반려견의 털 사이도 반드시 확인 대상이다.
만약 진드기를 발견했다면? ‘올바른 제거법’
피부에 박혀 있는 진드기를 발견했을 때 손으로 뜯어내거나, 민간요법으로 알려진 바셀린, 알코올을 바르는 행위는 절대 금물이다. 진드기가 위협을 느끼면 오히려 품고 있던 독소와 바이러스를 사람의 체내로 더 많이 뿜어내기 때문이다.
가장 올바른 방법은 끝이 뾰족한 핀셋을 이용해 진드기의 머리나 구기(입 부분)를 피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잡은 뒤, 비틀지 않고 수직으로 곧게 들어 올려 짜내듯 제거하는 것이다. 제거한 부위는 비누와 물로 깨끗이 씻고 소독해야 한다.
만약 제거한 진드기의 종류나 감염 여부가 불안하다면, 사체를 지퍼백에 담아 캐나다 공식 진드기 식별 웹사이트인 ‘이틱(etick.ca)’에 사진을 올려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인근 워크인 클리닉에 제출해 분석을 의뢰할 수 있다.
조금만 방심해도 온 가족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봄철 진드기, 아는 만큼 보이고 준비한 만큼 안전한 봄날의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정리=여성자신 편집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