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살과 함께 찾아온 5월, 밴쿠버의 거리는 온통 분홍빛과 화사한 꽃들로 가득하다. 한국에서는 5월 8일을 ‘어버이날’로 부모님께 동시에 감사를 전하지만, 이곳 캐나다를 비롯한 북미에서는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오롯이 어머니를 위한 ‘Mother’s Day’로 기념한다. 2026년 올해, 그 주인공이 될 날은 바로 5월 10일이다.
안나 자비스의 흰 카네이션, 그 시작과 유래
어머니날의 뿌리는 생각보다 깊고도 애틋하다. 20세기 초 미국, 안나 자비스(Anna Jarvis)라는 여성이 세상을 떠난 자신의 어머니를 추모하며 어머니들이 보여준 희생과 노고를 기리기 위해 시작한 캠페인이 그 시초다. 1908년 첫 추모 예배에서 안나는 어머니가 가장 좋아했던 흰 카네이션을 나누어 주었고,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사랑하는 이에게 꽃을 선물하는 전통으로 이어졌다.
1914년 미국에서 공식 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캐나다 역시 이 전통을 받아들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정작 안나 자비스 본인은 훗날 이 날이 너무 상업적으로 변질되자 “카네이션 한 송이를 사는 것보다 손편지 한 통이 더 가치 있다”며 기념일 반대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밴쿠버 여성들이 즐기는 2026년의 Mother’s Day
오늘날 밴쿠버의 어머니날은 단순한 감사를 넘어, 여성으로서의 삶을 응원하고 가족이 함께 ‘여유’를 선물하는 날로 자리 잡았다. 올해 밴쿠버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로운 행사들이 눈에 띈다.
브런치와 하이 티(High Tea): 밴쿠버의 어머니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브런치다. 콜 하버(Coal Harbour)의 ‘P2B Restaurant’이나 ‘Fairmont Hotel Vancouver’의 루프탑 브런치는 예약 전쟁이 치열할 정도로 인기다. 특히 올해는 밴더슨 가든(VanDusen Botanical Garden)에서 열리는 ‘망고 테마 하이 티’가 트렌드 세터들 사이에서 화제다.
예술과 힐링의 결합: 꽃 선물 대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경험형 선물’도 대세다. 아카데미 오브 모던 아트(AOMA)에서 열리는 ‘페인트 앤 십(Paint & Sip)’ 세션이나, 델타(Delta)에서 열리는 브리저튼 테마의 가든 파티는 엄마와 딸이 함께 특별한 추억을 남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로컬과 지속가능성: 밴쿠버 매거진 에디터들이 꼽은 올해의 위시리스트에는 로컬 디자이너 Sylvia Tennant의 ‘Zaleska’ 주얼리나, 밴쿠버의 변덕스러운 날씨에 딱 맞는 ‘Rains’의 방수 백이 이름을 올렸다. 단순히 비싼 브랜드보다는 우리 지역의 가치를 담은 선물이 더 각광받는 추세다.
꽃 한 송이보다 깊은 ‘함께하는 시간’
한국의 어버이날이 ‘효(孝)’라는 유교적 가치에 기반해 부모님 모두를 기리는 경건한 분위기라면, 캐나다의 Mother’s Day는 조금 더 축제에 가깝다. 집안일에서 해방된 엄마에게 침대까지 아침 식사를 가져다주는 ‘Breakfast in Bed’ 전통은 여전히 사랑받는 문화다.
결국 이 날의 핵심은 ‘어머니’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한 여성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휴식’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데 있다. 이번 주말, 잉글리시 베이(English Bay)를 걷거나 스탠리 파크(Stanley Park)에서 피크닉을 즐기며, 곁에 있는 그녀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여성자신 편집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