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pril 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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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 살아갈 이유

이원배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이디’는 공연장에서 총기사고로 남편과 아들을 잃는다. 상심에 못 이겨 도심을 떠나, 인적 드문 산 속 오두막에 살면서 슬픔을 삭인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낸 후 혼자 남은 후에 겪는 지독한 상실감. 수시로 떠오르는 아들의 성장과정, 남편과의 행복했던 나날들. 사람 들과의 만남을 거부하고 자신을 고통 속에 몰아넣으면서 힘든 자급자족의 생활을 한다. 도시생활을 한 그녀가 생전 해보지 않았던 장작 패기, 물고기사냥, 악천후와의 조우에 최소한으로의 대응을 하며 마치 삶을 마감하려는 듯한 나날. 그러나 겨울이 오면서 추위와 배고픔으로 쓰러진다. 인생의 가장 큰 슬픔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이다. 젊어서는 자식을 먼저 보내는 것, 늙어서는 배우자와 사별하는 슬픔은 끔찍하다. 여성은 잃은 자식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살고, 남성은 먼저간 배우자로 인해 후회 속에서 생을 마감한다. 남성도 자식 잃으면 아프다지만 출산의 고통을 감내하고 가진 자식은 여성에게 더 각별하다. 여성도 배우자 잃으면 하늘이 무너진다지만 쉬 이웃을 사귈 수 있는 성품으로 상심을 인내한다.

고등학교 동창이며 20 여년간 함께 직장생활을 했던 B 군. 그는 몇 년 전에 아내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었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아무도 자신을 챙겨주는 손길이 없다’ 는 것. 늙으면서 아내 잔소리가 심해진다고 투덜대더니 이제는 그 잔소리가 사무치게 그립다고 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냥 외로움에 시들시들 앓다가 3 년 후에 아내의 뒤를 따라갔다. 39 2021 년에 제작된 미국 영화 ‘랜드(Land)’. 여주인공 이디도 그랬다. 아들과 남편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두막 추운 마루바닥에 쓰러진 그녀를 마을에 사는 사냥꾼 ‘미겔’과 원주민 간호사 ‘알라와’가 발견하고 치료하고 돌보아준다. 특히 미겔은 딸과 아내를 교통사고로 먼저 보낸 처지. 영화의 결말이 동병상련으로 이디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려니 했다. 마치 작업(?)이라도 걸려는 것처럼 미겔은 거의 매일 이디의 집을 찾아, 사냥하는 법, 장작패는 법, 겨울을 견디는 법, 산골음식 만드는 법 등을 가르쳐 준다. 몇 년을 지극 정성이니 이디도 차츰 마음의 문을 연다.

그런데 어느 날 미겔이 찾아오지 않는다. 속으로는 감정이 싹트지만, 연인으로 서의 그로 봐주지 않는 이디에 실망해서 밀당(?)을 하는 가 했다. 참다못해 마을로 내려간 이디. 그러나 미겔을 만난 곳은 말기암으로 죽음을 기다리는 그가 입원한 병원침대. ‘당신으로 말미암아 가족을 잊은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미겔. 고마워요.’ 이디는 진심으로 미겔의 헌신에 감사하며 아련한 애정을 느낀다. 그러자 미겔은 담담하게 말한다. ‘고마운 것은 납니다. 딸과 아내를 잃고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없었지요. 그냥 자포자기하면서 살다가 당신을 만났지요. 내가 돌보고 보호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남은 인생을 보람속에서 살 수 있어서 내가 도리어 당신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겠네요.’

그대, 상실로 인한 고통이 있는가? 고통 때문에 하늘이 부여한 삶을 포기 하려한 적 있는가? 하늘은 혼자 살아가라고 인간을 만들지 않았다. 서로 도우면서 더불어 함께 살아가라고 진흙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살아갈 이유?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손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그대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다가가야 한다. 후회로 점철된 삶의 마감보다, 미쁘고 보람 있던 지난날을 묵상하며 조용히 세상을 등지는 것. 이야 말로 진정 ‘우리 살아가야 할 이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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