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 여성들이 흔히 겪는 피로감의 새로운 원인이 밝혀졌다. 최근 미국 의학저널 Menopause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6개월 동안 세 번 이상 ‘과다 또는 장기간의 생리’를 경험한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피로감을 호소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폐경 전(premenopause) 및 폐경 이행기(perimenopause) 여성들을 대상으로 생리 패턴과 피로감 간의 연관성을 시간 흐름에 따라 분석한 최초의 연구로, 미국 미시간대학교 역학 및 산부인과 명예교수 시오반 할로우(Siobán Harlow) 박사가 주도했다.
할로우 박사는 “여성의 생리는 과학 연구조차 자유롭게 다루지 못하는 금기와 침묵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며, “특히 폐경으로 향하는 시기에 변화하는 생리 패턴에 대한 논의 부족은 여성들 스스로도 ‘정상적인 생리’를 잘 모르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연구는 평균 연령 47세 여성 2,329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이들은 ‘전국 여성 건강 조사(Study of Women’s Health Across the Nation)’에 1996~1997년 참여한 이후 최대 10년간 매년 생리, 건강 이력, 피로감 등에 대한 설문을 작성했다.
연구진은 과다 생리를 “하루 중 4시간 이상, 한두 시간마다 생리대를 교체해야 하는 수준”, 장기 생리를 “생리가 8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로 정의했다.
분석 결과, 최근 6개월 내 세 번 이상 과다 생리를 경험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피로감을 느낄 확률이 62% 높았고, 탈진(worn out) 증상을 호소할 확률은 44% 높았다. 장기 생리를 세 번 이상 겪은 여성은 ‘기운이 넘친다’고 느낄 가능성이 32% 낮았다.
연구팀은 과다 출혈로 인한 철분 결핍성 빈혈이 피로의 주요 원인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혈중 철분 수치를 측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정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하지는 못했다. 이에 대해 폐경학회(The Menopause Society)의 스테파니 포비언(Stephanie Faubion) 의학 국장은 “빈혈만으로 설명되기엔 무리가 있다”며, “과다 출혈로 인해 밤에 자주 일어나는 수면 방해, 철 결핍으로 인한 하지불안증후군 등 다른 요인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피로를 호소하는 폐경기 여성 환자를 진료할 때, 생리 패턴과 출혈량을 반드시 함께 조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폐경 이행기 여성의 경우, 피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생리 이상 여부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조지워싱턴대 응급의학과 교수 리아나 웬(Leana Wen) 박사는 “폐경으로 가는 과정에서 여성들은 생리 주기, 출혈 기간, 이전보다 출혈량이 많아졌는지 등을 스스로 기록해야 한다”며 자가 모니터링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포비언 박사는 “만약 빈혈이 피로의 원인이라면 출혈을 멈추고 철분을 보충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보통은 고용량 철분제를 복용해 적혈구 생성을 도우며 피로를 완화시킨다고 설명했다.
과다 생리 치료 방법으로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s), 경구 피임약, 또는 호르몬 방출 자궁 내 장치(IUD) 등이 사용된다. 특히 호르몬 IUD는 출혈을 최대 98%까지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비언 박사는 “비정상 자궁 출혈은 반드시 전문의의 평가가 필요하다”며, “이는 빈혈뿐 아니라 자궁암의 초기 징후일 수 있기 때문에 절대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료=CNN
정리=여성자신 편집팀